지리산이 좋아 왔다갔다하다 지리산문화예술학교에 들어와 입학하여 노닐다 어느새 학생과장까지 되었습니다.
문학산책반 이원규선생님과는 많은 술자리 밥자리를 했건만 수업을 직접 듣게 된 건 이번 9월 둘째주 토요일 수업이 처음이었습니다. 반디불을 보러 함께 가지는 않았지만 두 시간여 문학수업을 몽유에서 듣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헤어질 결심'에서 나오는 정훈이와 송창식이 부르는 '안개'를 들으며 수업을 시작 했습니다. 일반 대중가요가 아니라 순식간에 빠져드는 예술적 황홀함!
그리고 '안개'라는 동명의 영화가 소개되었습니다. 한국 현대소설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화 한 것이 '안개' 이고 주제곡 또한 '안개' 인데 역시 정훈이 가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에서 다시 불려진 겁니다.
특유의 허무주의를 나타낸 모더니즘 소설 '무진기행'과 영화 '안개' 그리고 주제가 '안개'를 부른 가수 정훈이가 다시 송창식과 부르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안개'........ 예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은 소설과 영화와 주제곡이 시간을 너머 다시 연결되며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면 슬픕니다. 그런데 만나면 슬프고 헤어지면 즐거운 경우도 있습니다. 가을하늘이 푸르고 아름다워도 가을하늘 아래 새도 죽고 벌레도 죽습니다. 양이 많아 즐거운 美와 귀신도 취할정도의 醜가 함께 존재한다는 역설이 진실에 가깝고 문학적입니다. 美안에 醜가 있고 醜안에 美가 있습니다. "푸른하늘 아래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니 가을이구나" 보다 "펑크난 타이어처럼 가을은 내게 왔다" 가 더 문학적 이라는.......^^
이원규선생님이 강의한 내용을 떠올리시며 교재에 소개된 시 두편 읽는다면 감흥이 다릅니다.
최승자시인과 이원규시인의 시 입니다.
*최승자 시인의 시 감상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처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시집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 지성사 1981>
*이원규 시인의 시 감상
늦반디의 고백
진짜 사랑하면 입맛이 없지요 이명인지 귀도 좀 어둡고 퇴화한 입으로 겨우 이슬만 마십니다.
오직 연초록의 냉광(冷光) 지상의 춤추는 별 좀 많이 늦었지만 때가 왔으니 남은 생 온몸에 독을 품고 초가을 초저녁에 날개 없는 당신을 찾아다닙니다
어찌 나 혼자 독차지하겠어요 풀잎 위의 당신은 날개가 없는 대신 다 품어주지요 때로 서운한 적도 없지 않지만 이번 생은 수컷이라 후회하지 않습니다.
첫댓글 최고에요, 최고
역쉬 이원규쌤의 시는 지리산입니다.
다 품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