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실습을 시작하고 바쁘게 시간들이 지나갔다.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오늘 오전에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 내가 준비한 것들을 천천히 정리해 나갔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내가 아이들을 만나기 전 준비한 것들을 천천히 보았다. 그동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했던 것들은 빈틈 투성이었다. 그것들을 고쳐나가면서 수정하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아이들과의 만남을 그려보고 시뮬레이션을 했다.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었다. 기분 좋은 설렘, 떨림, 그리고 긴장이었다.
오후에는 실습생 동료들과 걸어서 지역사회를 다녀보기로 했다. 정수현 선생님과 차를 타며 여기저기 돌며 지역사회 인사를 드렸었다. 하지만 오늘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친구들과 지역사회를 걸으며 정말 많이 했던 이야기가 있다. ‘진짜 차를 타면서 본 거랑 걸으면서 보는 거랑 많이 다른 것 같다.’ 라는 이야기다. 정말로 그랬다. 걸으며 주위를 살피며 걷는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분명 차를 타며 본 길인데 걸으며 보는 것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어쩌면 내가 차에 익숙해있지 않았나? 내가 요즘 내가 사는 지역을 천천히 걸으면서 본 적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가 좋았다. 공기도 좋았고 이렇게 천천히 걸으며 이 지역을 보는 게 너무 좋은 감정만 들었다. 그렇게 동료들과 저번에 사장님이 없어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파리바게트에 갔다. 사모님은 없었지만 옆 상가에 사장님이 있어 들어가 인사를 드렸다. 우리가 어디서 실습을 하는지, 이곳에 왜 왔는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며 필요할 때 얼마든지,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셨다. 이 지역사회가 너무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서로 돕고 돕는 이런 사회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후 내일 있을 나의 겨울여행 발표에 앞서 예행연습을 했다. 정수현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기에 앞서 먼저 실습 동료들끼리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하는 스타일이 모두 달랐다. 같은 사업이라도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알 수 있었고 다른 사업이라도 내가 얻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우리끼리의 시간을 마치고 정수현 선생님의 피드백 시간이었다. 발표를 하며 나는 많이 떨었다. 실습 동료들끼리 한 발표보다 잘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있다. 선생님께서도 그 부분을 잡아주셨다. 이 발표를 잘 해내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내가 스스로 고쳐 나가며 성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전까지 내가 준비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모두 다 전달될 수 없고, 모두를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소한 아이들 초점에 맞추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만큼은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까지 피드백을 받으며 ‘내가 어떻게 해야겠구나’가 많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머리에만 그려지면 안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과 무엇을 더 준비해야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무엇을 잊고 지내고 있는지, 어떤 일들이 내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천천히 걸어야 알 수 있다. 오늘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라는 책이 많이 생각났다.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너무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 생각했나? 아이들을 바라보기 전에 나 자신먼저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좀 더 돌아보고 평온하게 하는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이 먼저겠다 라고 생각한 하루였다.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이런 문장이 있다. “지구는 둥글어서 세상의 끝이 본래 없지만 마음이 절망스러우면 그곳이 바로 세상의 끝처럼 느껴져요. 우리 지금은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지금의 어려움도 여름더위처럼 곧 지나가요.”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복지관에 계신 모든 사람들, 대한민국, 전 세계 사람들에게 모두 내 마음을 전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어려움 속에서 그 어려움을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되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