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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여행기>
'통영 동피랑 마을'→'창녕 우포늪'→'경주 안압지'→'청송 주산지'→'안동 하회마을'
1) AM 2:30 통영 동피랑 마을
그동안 '떠나자 배낭여행' 클럽에서 함께 해온 일부 회원들과 함께 자가용을 이용해 저녁 6시 반 경 서울 노원을 출발했다. 그리고 오랜 야간 드라이브 강행군 속에 새벽 2시 반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 도착했다.
'예쁜 곳이라고 하지만 꼭두새벽에 뭘 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니고 반신반의하면서 새벽 3시쯤에 당도한 그 곳에서 새벽녘의 졸림과 피곤함을 단숨에 날릴 수 있었다. 몇 년 사이 알게 모르게 예쁜 곳들이 많이 생겼는데 동피랑 마을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동피랑 마을은 강구안항이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조그만 달동네인데 집집마다 벽에 그림을 그려서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동피랑'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동필항'으로 오해했고 '통영에 있는 예쁜 항구겠지'라고 어림짐작했다.
그러나 '동피랑'은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동피랑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벽에 그려진 문구였다.
"동피랑에 꿈이 살고 있습니다!" 꿈이 살고 있듯 집집마다 벽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고 얼마나 앙증맞은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다.
커다랗게 뜬 보름달의 달빛은 이 동화 속 마을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준다. 홍대 골목길의 벽화와는 또 다른 소소한 느낌의 마을에서 동피랑에는 꿈이 살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달동네도 이렇게 사람을 끌어 들일 수 있을 만큼 멋지게 변신 할 수 있구나!'라고 새삼 생각해 봤다.
2) AM 6:30 창녕 우포늪
전날 저녁에 서울을 출발해 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거쳐 거제도 장승포항 새벽의 적막함을 느끼고 잠도 안자고 약간은 무모하게 밤새도록 달려 새벽 6시 반 경 우포늪에 도착했다. 어쩌면 가끔 무모한 일을 해야 내 자신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아직 하루의 일정이 더 남아 있는 터라 피곤한 상태에서 여정을 계속하다보면 아름다운 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그 미학의 정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민도 잠시뿐이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면서 언젠가 꼭 한번은 방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내 눈앞에 펼쳐져서 일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풍경들이 어느 순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원시적 생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우포늪은 상당히 넓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 보지 못 할 지도 모른다. 거의 4시간을 둘러보았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아쉬움에 떠날 때는 나도 모르게 자꾸만 여러 번 뒤를 돌아봤다. 여행은 만남과 떠남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3) PM 17:00 경주 안압지
전날 밤새도록 강행군을 하면서 구경하느라 무리한 탓에 찜질방에서 잠시 피로를 풀고 경주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반 넘은 시간. 경주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경주시 인왕동에 위치한 안압지로 향했다. 안압지라는 이름은 신라 멸망 후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들이 날아와 놀면서 생겨난 이름이다.
1975~76년 발굴조사 때 건물터와 많은 유물들이 함께 출토되어 이곳이 신라의 동궁이었다는 것과 원래 연못 이름이 '월지'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안압지는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들이 오면 연회를 베풀었던 신라 왕궁의 별궁 터라고 보면 된다.
안압지는 통일 신라의 대표적 정원이면서 당대 최고의 기술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우리 전통 조경의 원형이다. 밤이 되면서 조명등이 켜지고 건축물과 나무가 연못에 반영된다.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조명 때문에 한국의 미(美)는 더욱 돋보인다. 연못을 따라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다양한 방향에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참고로 안압지는 벚꽃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입장료는 1,000원
4) PM 8:30 영덕 강구항, 삼사 해상공원 입구 민박집
방 하나에 만원인 민박집에 자리를 잡고 바닷가에 왔으니 회와 소주로 저녁을 해결했다. 2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서 6명이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것도 추억거리였다.
5) AM 8:30 민박집 앞 바다
저녁에 도착해서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멋진 동해바다가 앞에 펼쳐져 있었다. 눈 감으면 파도 소리에 귀가 즐겁고 눈 뜨면 맑고 깨끗한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던 동해바다. 겨울바다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6) AM 12:00 청송 주산지
주산지는 1720년 8월 조선조 경종 원년에 착공해 그 이듬해 10월에 준공했으며 길이 200m·너비 100m·수심8m의 저수지이다. 저수지 속에는 수령 150년 된 왕 버드나무 3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영하5도까지 내려간다는 일기 예보를 접했으나 주산지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체감기온은 영하 10도는 족히 되는 가 보다.
걸어서 주산지에 도착하니 호수는 꽁꽁 얼어있고 그동안의 가뭄으로 인해 수량은 적다. 이곳이 사진으로 봤던 주산지가 맞나 고개를 갸우뚱해야 했다.
혹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더 멋진 풍광이 펼쳐질까 기대하면서 걸어가 봤으나 역시나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집에 와서 다른 사람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단풍이든 휘황찬란한 가을 주산지 사진을 보고 실망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가을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비싸고 붐벼도 성수기는 괜히 성수기가 아니다.
* 주산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 4월 중순~ 5월 중순,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
7) PM 4:00 안동 하회마을
하회(河回)!, 말 그대로 물이 돌아간다는 뜻으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S자로 흐르며,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서애 유성룡의 후손인 풍산 유 씨를 비롯해서 광주 안 씨· 김해 허 씨 등의 종친들이 모여 살고 사대부 집부터 서민들이 살던 집까지 옛날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하회마을 뒤편의 산을 보니 풍수지리설은 잘 모르지만 이곳의 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하회탈을 보고 일행이 나랑 닮았다고 한마디 건넸다. 웃는 인상은 좋지만 저렇게 많은 주름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길을 천천히 걸으니 4백 년 전 정취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이곳에 살고 있는 현지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한복을 입고 예전 전통을 계승하면서 살 고 있으리라 생각해 봤다.
하회마을 곳곳에 민박집이 보였는데 하룻밤 묵으면서 옛 정취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한 시간이면 한 바퀴 다 돌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마을 이외에 주변의 수려한 풍광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여러 번 멈추게 했다. 역시 우리 것이 최고 인 것 같다.
* 입장료: 2,000원 + 버스비 1,000원(옵션)
8) PM 6:00 안동 찜닭집
안동 구 시장 닭 골목에 들어서니 찜닭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 중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을 기다려서 들어가니 외관은 허름하고 벽에는 낙서로 가득하지만 안동찜닭은 푸짐하고 저렴하다. 4명이 배불리 먹을 양이 2만원. 안동소주와 입에서 살살 녹는 안동찜닭을 먹으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