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3-31)> 인생의 피크는 90세 or 98세?
필자가 박사(保健學) 학위를 받을 당시(1983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총장은 권이혁 박사(醫學)였다. 권이혁 박사님은 서울대 총장(1980.6-1983.10) 후에 문교부 장관(1982.10-1985.2), 한국교원대 총장(1985.3-1988.2), 보건사회부 장관(1988.2-1991.4), 환경처 장관(1991.4-1992.6) 등을 역임했다. 2023년 7월 13일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하여, 2020년 7월 12일 향년 97세로 서울에서 별세하셨다.
우강(又岡) 권이혁(權彛赫) 박사님은 대한보건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보건분야 후학들에게 “90살 넘게 살아보니 인생의 피크는 90세였다”면서 적어도 90세까지는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당부하셨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20년 6월 17일 서울대학교총동창회 제22회 관악대상(冠岳大賞) 상패와 금메달(순금 30돈)을 수상하고 수상소감으로 권이혁 박사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인생의 피크인 90세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지난주에 서울 인사동에서 개최된 <98세 정옥희 작품전>을 아내와 막내딸(꽃그림 화가)과 함께 관람했다. ‘98세’에 개인전을 연 정옥희(鄭玉姬) 할머니는 95세에 처음 붓을 들어 3년 동안 그린 200여점 작품 중에서 62점을 선정하여 갤러리 라메르(La Mer) 1층 전시실에서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작품전을 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옥희 권사(한림교회)는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라고 불릴 만하다.
미국에서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안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1961)는 7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101세까지 살면서 그림 하나로 미국인들을 매료시킨 할머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질박한 손으로 빚어낸 작품들은 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응원의 노래가 되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그림들은 그 어느 유명화가의 작품보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를 증명했다.
‘자연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정옥희 작품전’에는 시골에서 자란 할머니가 기억 속 너른 들판과 나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과 사람들을 그렸다. 필자는 전시실에서 정옥희 권사께 수채화를 지도한 둘째사위 강석진(姜錫珍) 화가(CEO Consulting Group 회장, 前 GE Korea 회장, 경영학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옥희 할머니는 1925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결혼 후 7남매를 키우며 그 시대에 흔치 않게 여성으로서 사업도 하며 성실하게 살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옥희 권사는 서울 은평구에 한림교회를 세웠다.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으로 인하여 병원에서 수술 후 요양병원 생활을 하였다. 어느 날 문병을 온 둘째사위(강석진 화가)에게 일제 강점기 공주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이야기 하면서 당시 담임교사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하면서 그림을 복도에 붙여놓았다는 이야기 했다.
이에 사위는 장모께 그림 그리는 시간을 마련하면 병원 생활이 훨씬 편안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위는 수채화 물감과 붓 등 그림도구를 구입해 장모께 드리고 수채화 그리는 기초적인 방법을 쉽게 가르쳤다. 처음 몇 달 동안에 그림 그리는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장모는 휠체어에 앉아서 스케치 북에 수채화를 그리는 불편함에도 아주 열심히 그렸다. 그림 덕분에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요즘도 그림 삼매경에 빠져 있다고 한다.
오늘(5월 7일)은 부활절 다섯째 주일(Fifth Sunday of Easter)이다.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 교인들은 헌신의 기도(Dedicatory Prayer)를 드렸다. “부활하신 주님, 주님의 부활 소식에 우리가 기뻐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부활하신 그 길을 따라 온전한 생명을 전하고 나누며,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사진> (1) 고 권이혁 박사님(스승의 날 모임), (2) 98세 정옥희 작품전(갤러리 라메르), (3) 강석진 박사(경영학)와 박명윤 박사(보건학)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7 May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