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
A Face.
A Fleet.
A War.
A Thought.
A Trick.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타카의 궁전에서는 카메오라는 남자가 고대 그리스의 6음보 운율에 맞춰 막대기를 바닥에 두드리며 오디세우스의 10년 여정을 요약하며 서사를 알린다.
“- a trick to break the walls of Troy and burn it screaming to the ground!”
“얼굴, 함대, 전쟁, 인간, 생각, 계략-트로이의 장벽을 부수고 비명 속에 불태워버린 계략!”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디세우스.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집으로 자랑스럽게 돌아갈 일만 남았다. 아들 텔레마코스와 아내 페넬로페를 만나러. 하지만 귀향길이 전쟁에서의 승리보다 어려울 줄은 예상해지 못했다. 오랫동안 바다 위에서 표류하면서 준비해둔 식량이 다 떨어지고, 이대로면 집에 돌아가기는커녕 바다 위에서 전멸할 수도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 올때마다 이들은 아무 섬이나 들어가서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구했다. 그 시작은 한 동굴이었는데, 그곳에서 일어난 일이 10년동안 그들의 발목을 잡을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곳에는 맛있는 치즈가 가득 달려있었고 동굴 안은 양떼가 가득했다. 매달린 맛있는 치즈를 멋대로 먹으며 행복해하던 그들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 치즈의 주인인 외눈박이 거인이 그들을 발견하고 부하들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나는 마치 진격의 거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부하들이 눈 앞에서 잡아먹히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간 전부 죽었고 탈출을 해야했다. 그들은 외눈박이 거인이 잠들었을 때 눈을 찔러 멀게 한 뒤 그 동굴을 탈출한다. 그 탈출에서만 그쳐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마지막으로 그 거인을 화살로 쏜다. 받을대로 열이 받은 그 거인은 지성이 있었다. 말을 할 수 있었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 바로 그 거인이었다. 그 거인은 자신의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이렇게 빈다.
“아버지! 포세이돈이시여! 저를 보소서! 오디세우스가 제 눈을 찔렀나이다! 오디세우스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 자에게 벌을 내리소서! 그 자가 결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소서!”
그 말대로 포세이돈은 바람을 조절하고 파도를 치게 하는 등, 그들을 몇 년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여러 괴물들을 만나고 부하들이 죽는 등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여러분은 스타벅스의 로고를 아는가? 그 로고의 주인공이 바로 이 영화에 나오는 세이렌이다.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침몰시키는 세이렌의 구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명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지만 오디세우스는 달랐다. 그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뭔지 너무 궁금했던 오디세우스는 결국 그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은 뒤, 자신을 배에 있는 기둥에 묶으라고 말한다. 자신이 어떠한 명령을 내려도 절대 듣지 말라고. 그리고 곧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나온다. 영화 오디세이에서는 이 장면을 묵음처리 하며, 오디세우스가 고통받는 장면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1950년대에 나온 다른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아들과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나온다. 그때도 보이스피싱이 있던것인지, 그와 비슷한 수법으로 사람마다 가장 그리워하고 바라는 것으로 유혹해서 사람을 죽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죽지 않았고 뒤에 나오는 괴물에 의해 부하들이 몇 명 죽지만 끝까지 살아남는다.
다음으로는 또 식량 부족에 빠져 한 여인의 집으로 들어간 일이다. 그 여인은 처음에 부하들에게 음식을 주고 착한 척 했지만 이렇게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전부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마녀였다. 부하들을 전부 돼지로 만들고 오디세우스가 나중에 찾아와 눈치를 채고 부하들을 내놓으라고 하자 그 여자는 돌변한다. 그 둘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뒤 여자는 부하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고 부하들은 다시 돌아간다. 원작에서의 이야기와 영화는 이 부분부터 틀어진다. 영화에서는 여인이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을 순순히 보내주는 쪽으로 나왔지만, 원작에서는 여인이 오디세우스에게 반해 부하들을 되돌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함께 밤을 보내자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중에 오디세우스는 칼립소라는 아름다운 한 여인과 함께 섬에 갇히게 되는데, 그 섬에서 7년을 보낸 뒤, 오디세우스가 가족들을 너무 그리워하자 영화에서는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보내준 것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칼립소가 끝까지 오디세우스를 놓아주지 않으려한다. 평생을 섬에서 홀로 외롭게 보내다가 겨우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하지만 신의 도움으로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칼립소는 혼자 고독하게 살다가 자살을 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한 종류의 결말일 뿐이고 다른 결말도 존재하긴 한다. 어쨌든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만난 것은 어찌보면 불행일지도 몰랐다. 칼립소는 영원에 가까이 사는 여신에 가까운 존재이다. 평생을 섬에서 홀로 살아왔지만 그때는 뭔갈 얻은 적이 없었기에 외로움이라는 감정만을 느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가 떠나고 난 뒤에 오는 그리움은 영원히 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 칼립소가 자기 자신을 죽일 만큼 엄청났다. 가질수 없는것보다 한번 가져본 뒤에 잃는 것. 어쩌면 그게 가장 비참하고 가슴이 아픈 일인 것 같다.
이제는 엔딩이다. 저번주에 글에도 쓴 것처럼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에 성공한다. 자신이 떠나기 전에 키우던 사냥개가 아직까지 20년동안 살아있었고 그 개는 거지로 분장한 오디세우스를 알아봤다. 그 개는 마지막으로 오디세우스를 보며 생을 마감하고 오디세우스도 눈물을 훔친다. 그가 거지로 분장하고 온 이유는 한가지이다. 상황을 먼저 살피기 위해서. 그리고 이타카의 궁전은 구혼자들로 썩어 넘쳐났다. 거지로 분장한 제우스일 수 있으니 손님을 언제나 잘 대접하라 라는 제우스의 법을 들먹이며 항상 식사와 술을 요구했고 그 자리에 눌러앉아 이타카의 왕이 될 기회를 노렸다.
“이 거지가 진정 제우스로 보이는가?”
사실 그 거지는 제우스도 아닌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였는데 말이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구혼자들은 당황했다. 그 당황도 잠시 궁전은 싸움판으로 번졌다. 결국 구혼자들을 처리하고 비로소 오디세우스는 아들과 아내를 20년만에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아내와 함께 그동안 희생된 부하들을 기리며 함께 서쪽 바다로 가자고한다. 이렇듯 영화만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여운이 길게 남는 결말로 끝난다. 하지만 원작의 진짜 결말도 그러할까? 그렇지 않았다. 아까 부하들을 돼지로 만든 여인과 오디세우스는 그 여인이 말한 조건대로 어쩔 수 없이 한 침대에서 몸을 섞었다. 그때 그 여인은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임신했고, 그 아들이 자라 자신의 아빠를 궁금해한다. 그 여인은 이타카로 가서 궁금하다면 너의 아빠를 만나러 가라. 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 아들은 이타카로 향하는데 도중에 표류가 된건지 바다 한가운데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만다. 이타카가 어딘지도 모른채 도착한 섬. 그곳에서 그 여인의 아들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그 섬의 왕까지 죽이고 만다. 하지만 그 섬은 바로 그 아들이 그토록 찾던 이타카 섬이었고, 아빠를 찾으러 왔다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만다. 난 이 결말을 먼저 알고 가서 영화에 긴 여운이 남지는 못했다.
“트로이의 전쟁은 승리의 노래로만 남고 수백년의 암흑기동안 우리의 잘못은 잊혀지겠자. 이 문명은 노래로만 기억될거야.”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었지만 귀향길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수많은 부하들이 죽는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그 사람의 선택으로 자신을 죽인 사람이다. 죄책감. 그 잘못은 잊혀진 채 트로이 전쟁의 승리로만 이 문명은 전해진다. 이 영화를 본 대중들도 이 영화의 결말과 여운만 기억한 채로 살아가겠지. 하지만 진짜 결말은 다르다. 무엇이 틀리고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이건 그저 누군가가 지어낸 신화일 뿐이니까. 하지만 무엇이 진짜 결말일까?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까?
서쪽 섬으로 가서 부하들을 기리자. 희생된 부하들을 위해서. 이 문명이 트오리 전쟁의 승리로만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