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에 대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나 고용위기대응지역 지정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발표하면서 조선관련 중소ㆍ기업에 대해 4대 보험가운데 국민연금은 2017년 12월까지, 나머지 건강보험ㆍ고용보험ㆍ산재보험에 대해선 2018년 6월까지 체납처분 유예를 결정했었다. 울산 동구, 거제 등의 조선 중소업체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후 지난 3월 전북 군산 한국 지엠 공장 폐쇄로 문재인 정부가 울산 동구를 비롯한 6곳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면서 4대 보험 체납처분 기간이 다시 올해 말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 횡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이런 정부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매달 근로자 임금부터 해결해야하는 조선관련 하청업체로선 근로자들로부터 4대 보험료를 받아 이를 공단에 납부하는 대신 근로자 임금을 충당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근로자 보험료를 횡령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부도덕한 사업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하청업체 운영자들은 사채까지 동원해 가며 임금 채우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결국 대기업의 갑질횡포에도 업체를 끌고가야 하는 중소업체들이 횡령혐의까지 받아가며 울며 겨자 먹기 식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한기업 김도형(44) 대표는 지난 2015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3년 만에 16억원의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4대 보험 연체금 12억 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재단, 신용기금, 은행권 등에서 빌린 대출금 4억원 등을 합친 것이다. 또 자신과 동생 집은 대출금 연체로 이미 압류된 상태다. 그는 "3년차 설립회사가 이정도 빚을 진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김 대표는 하청업체들의 도산 위기를 대기업의 갑질 탓으로 보고 있다. 하청업체의 실정은 무시한 채 대기업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뒤 담당부서장을 문책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고스란히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불공정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하청업체들은 안전ㆍ품질ㆍ기획 점검에서 하위권 업체로 밀릴 것을 두려워해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청업체가 공정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기성금 줄이고 평가점수에 반영해 `업체 줄 세우기`를 하는데 불안전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매달 하청업체 평가를 시행해 공지하고 하위권 업체에 도급해지 압력을 가하며 기성금을 줄여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는데 어떻게 그들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현대중공업 산하에는 약 150여개의 사내하청업체가 있는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 사실상 물량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업체의 증언이다.
대한기업도 평소 작업물량에 맞춰 100명~120명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었는데 지난 6월 담당 부서장이 "공정이 바쁘다"며 40명을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김 대표가 "이럴 경우 6억원 이상이 더 소요된다"며 난색을 표하자 "충원 임금은 위에 품위서를 제출해 책임지고 해결하겠으니 공정부터 진척시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부서장과 담담과장들이 공정율 미준수로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당해 직위 해제되면서 하청업체가 그 손실을 뒤집어썼다고 한다. 발생 임금만 6억원 인데 현대중공업우로부터 받은 기성금은 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작업경과를 봐가며 `미리 주는` 기성금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도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보험 유예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대중공업이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고 4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기성금을 책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예정책이 발표되자 하청업체들이 근로자들로부터 공제한 보험금을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이때부터 기성금이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보험료로 임금 채우기` 악순환이 시작됐으며 자신도 현재 12억원의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은 조금만 체불해도 당장 법적제재를 받는데다 근로자들이 작업을 거부하기 때문에 보험료로 우선 임금을 채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항변이다. 따라서 그는 "4대 보험유예로 인한 피해는 근로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기관을 거치지 말고 국가가 저금리로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청업체들이 4대 보험 체납 상태에서만 벗어나도 충분히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탕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10년 상환으로 매달 원리금을 갚아 나가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정부정책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부가 영세조선업체 특별지원과 고용위기대응지역 지정 등으로 수천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하청업체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관련기관에 서류를 접수해야 하는데 4대 보험 유예, 재무제표 평가, 대표 및 기업신용 불량부터 샅샅이 살피니 이 중 한곳에도 해당도지 않는 영세 업체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에서 실사 차 내려 온 사람들이 하청업체 대표는 만나 보자도 않고 현대중공업 사업대표나 노조위원장만 면담하고 돌아가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현대중공업 시스템이 이어지면 하청업체들은 줄도산 할 것이고 울산 동구는 실업자가 급증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목숨을 담보로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은 김 대표의 이런 주장에 대해 "특별하게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사 대금을 지급했고 공사 대금을 줄이거나 추가 인원 고용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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