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 온리
한정원
숨어 있는 꿈이라고 읽겠습니다
고요 속에 잠자고 있는
책들, 슬리퍼들, 지갑들, 박스들, 통장들
스위치만 숨을 쉽니다
긴장한 형광등 모서리가 어둠을 잘라 냅니다
호두 파이는 하루 종일 서 있고
녹차 찌꺼기는 어둠 속 키스입니다
눈 밝은 사람은 키스할 수 없어서 들어가지 못합니다
입과 눈만 크게 자라난 철제 벽장과 선반들
그곳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관계자는 없습니다
폴 바셋트, 언더그라운드, 줄리언 오피, 시간을 잠재우는
노끈 뭉치만 걸려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줄을 서서 매혹의 향기를 기다립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나는 관여하고 싶습니다
숨어 있는 꿈은 여덟 시간 혼자입니다
다리 아픈 관계자는 갈 길이 먼 통로를 따라
중얼거리며 숨어듭니다 오래전
출입 금지된 방에서 태어난 사람이 오늘은
출입 금지된 방 밖에서 기웃거립니다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문을 두드려 봅니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들어가기 힘든 문에는 언제나 동파이프의 뿌리 같은
붉고 단단한 글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Staff Only
손잡이가 굵은 문에서 누군가 암호를 대라고 합니다
나의 패스워드는 드림027
나무 그늘 아래서 다섯 번 고쳐 봅니다
스태프는 꿈을 까먹었습니다
숨어있는 꿈이라고 읽지 않겠습니다
계간 《문예바다》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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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 서울 출생. 1998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그의 눈빛이 궁금하다』『낮잠 속의 롤러코스터』『마마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