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상에는 식민지를 겪은 나라가 수없이 많습니다. 짧게는 몇년에서 길게는 천년이상까지 식민지를 당한 나라들이 전세계에 걸쳐 대부분입니다.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는 나라가 드문 편입니다. 하지만 그 지옥같았던 처절한 식민지 생활을 겪으면서도 각 나라마다 대응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어떤 나라는 투철한 독립 운동을 벌인 곳도 있지만 어떤 나라는 적당히 지배세력에게 의존해 인종과 종교자체가 달라진 나라도 많습니다. 아마도 민족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계의 주요국들의 식민지 상황과 그 식민지 시대의 국가와 민족에게 관통하는 정신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일 것이라 판단됩니다.
먼저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은 무려 781년동안 이교도인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당시 서고트족은 이베리아 반도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들이 당시에 존재했고 이들은 압도할 만한 인구는 아니였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에스파냐 즉 스페인은 각각의 민족들이 지역별로 나뉘어 다스려졌지만 서고트족들은 결국 이베리아반도를 통일합니다. 392년 로마에서 국교로 인정받은 기독교는 대단한 세력 팽창을 하게 됩니다. 기독교의 기치아래 성당을 짓고 기독교의 의미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이베리아 반도도 그랬습니다. 지금도 전해지는 대규모 성당들이 그때 지어집니다. 하지만 711년 이베리아 반도 지브롤터에 북 아프리카의 이스람군이 상륙하고 에스파냐의 중앙군이 대패하면서 이슬람 세력에 정복당합니다. 이때 이슬람 세력의 대부분은 무어인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어인들은 요즘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를 비롯한 북서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종족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흥한 이슬람세력이 대단한 전파력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바로 그 시절입니다. 그때 이베리아 반도의 일부 귀족 세력들은 이베리아 반도 북부의 산악지대로 도망가서 그곳에 기독교 국가를 세웠습니다. 그들이 레콘키스타 즉 국토회복운동의 선봉에 서게 됩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에스파냐는 이슬람의 강력한 지배하에 놓입니다. 비록 같은 유일신을 믿지만 한쪽은 하느님을, 다른 한쪽은 알라신을 믿는 세력으로 나눠지게 되면서 이베리아 반도는 바로 그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 격전지가 되어버립니다. 신흥 종교들끼리의 대 각축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신흥종교가 무서운 것은 강력한 지배력으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종교나 나라나 민족의 존재감이 생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베리아의 에스파냐 국민들은 지옥같은 세월을 보냅니다. 기독교인들이 세운 성당은 이슬람의 예배당인 모스크로 바뀌어 버립니다. 물론 이시기에 이슬람으로 개종한 기독교인들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종교도 언어도 민족성도 유지를 했습니다. 북부 산악지역에 존재하는 기독교 왕국이 끊임없이 국토회복운동 즉 독립운동에 앞장 섰기 때문입니다. 결국 1492년 카스티야 연합 왕국의 이사벨 1세에 의해 레콘키스타 즉 독립운동이 결실을 맺고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세력을 모두 쫓아내게 됩니다. 이때 무자비한 이슬람 척결운동이 펼쳐집니다. 이슬람에 복종해 변종하거나 이슬람 세력에 부역한 자들 그리고 친이스람세력은 무자비하게 처형당합니다. 무려 781년 동안 이슬람의 식민지를 당했지만 그때 스페인은 그들의 종교와 언어 그리고 인종을 비교적 원형 그래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종교적인 믿음에 기초로 한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그 다음은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기원전 111년에서 기원후 938년까지 중국의 식민지였습니다. 무려 1,049년 동안입니다. 베트남은 중국의 식민지시대에 중국의 강력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동북아시아 문화권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됩니다. 바로 한자문화권입니다. 한국과 일본도 한자문화권이지요. 한자문화권은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베트남으로 연결됩니다. 그 유명한 중국의 한무제가 기원전 111년에 베트남을 멸망시킵니다. 한나라가 베트남을 공격한 이유는 자국 변방의 안정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경제적인 목적이 더 중시되었습니다. 베트남은 한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남방 물자의 산지인 동시에 동남아시아 인도 등과 연결하는 물자의 집산지였기에 막대한 이권이 있었습니다. 베트남과 중국은 천여년 동안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뤘습니다. 베트남은 중국의 중원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 사실상 효과적인 통치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938년 베트남 응오꾸옌이 중국군을 백등강 전투에서 물리치고 응오 왕조를 세우면서 중국의 천여년 식민지배하에서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천여년 이상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자신들만의 인종과 문화 그리고 언어를 상실하지 않고 보존했기에 망하지않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베트남인들은 중국인들을 매우 싫어합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다음은 핀란드입니다. 핀란드도 기나긴 식민지배하의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바로 이웃의 강국 스웨덴과 러시아 때문입니다. 바이킹 시대 이후 핀란드에는 가톨릭이 전파되면서 스웨덴 왕국의 영토로 편입됩니다. 그때가 12세기 중엽입니다. 13세기에는 스웨덴이 핀란드 땅을 완전히 정복하고 19세기 초까지 거의 600여 년 동안 지배하게 됩니다. 하지만 핀란드의 역사는 또 한번 변합니다.1807년 프랑스 나폴레옹과 우호관계를 맺은 러시아 황제는 스웨덴에게 영국과의 동맹관계를 청산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을 혐오하던 스웨덴국왕은 이를 거부하면서 러시아와 스웨덴간 핀란드를 놓고 대규모 전쟁이 벌어집니다. 1808년입니다. 이 전쟁에서 스웨덴이 대패하면서 핀란드지역이 이번에는 러시아의 통치하에 놓이게 됩니다. 핀란드 입장에서는 스웨덴에서 졸지에 러시아의 통치로 바뀐 것입니다. 당시 러시아가 나름 유화정책을 펼쳐 종교와 언어에 간섭을 하지 않았지만 식민 통치는 식민통치입니다. 러시아의 유화정책은 1848년 혁명으로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1848년 혁명은 유럽을 뒤흔들었습니다. 유럽 열강들의 지배세력들이 또 다시 예전 왕권을 선호하는 복고적인 세력 균형 체제를 이루려고 이른바 빈 체제를 수립하려고 계획합니다. 이에 반항하는 전 유럽적인 자유주의 운동이 바로 1848년 혁명입니다.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였습니다. 핀란드에서는 민족주의가 대두하여 핀란드어 사용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때 핀란드 민족주의의 대두를 불안하게 여긴 러시아와 친 스웨덴 성향의 귀족들은 핀란드 민족주의를 탄압했습니다. 이때 핀란드 지식인들 다수가 러시아 정부의 탄압을 피해 타국으로 망명하기도 했습니다.
핀란드에도 드디어 봄다운 봄이 찾아옵니다. 1892년 핀란드어가 드디어 스웨덴어와 비교할 만한 공식 지위를 얻게 됩니다. 1906년에는 핀란드 국회가 출범하고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들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됩니다. 그후 제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배하면서 핀란드는 완전히 독립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핀란드도 한국처럼 내전을 겪게 됩니다. 각각 적위군과 백위군으로 갈라져 내전을 벌입니다. 여기에 소련과 독일이 서로 지원하면서 전쟁이 확대됩니다. 결국 군대 체계가 잘 갖춰진 백위군이 독일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현재의 핀란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핀란드도 참으로 오랫동안 이웃 강대국들의 식민지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독립돼 제대로 된 나라를 형성한지 백년정도 됩니다. 핀란드인들의 독특한 국민성 다시말해 정류장에서 서로 상당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서 있는 그런 모습들은 바로 너무도 오랜 식민지 생활의 여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도 핀란드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민족과 언어가 죽지않고 생존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독립의 필수적인 요건은 바로 언어와 민족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일제 강점기가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그런데도 몇 백년 된 것처럼 여겨집니다. 일제의 강압적인 정책에다 조선에 있던 친일파들의 간교하고 지독한 동족 괴롭힘에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앞서도 언급한 각국의 식민지하에서도 같은 민족에게 그토록 강압적인 학대행위를 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식민지국들이 행한 잔혹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친일 청산이 필요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나라의 운이 따르지 않았거나 지도자의 자질 문제로 청산이 방해됐거나 아니면 국민성이 그러해서 인지 친일 청산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3.1절을 맞아 너무 슬픈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2024년 3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