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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미치면 [ 4 ]
어쩔 수 없었다.
부모가 없다는 지현이를 내가 책임지고 집까지 대려다 줄 수 밖에.
지현이는 내가 귀찮은지 자꾸 꺼지라고 했지만
그래도 난 바보처럼 싱글싱글 웃으며 지현이와 걷는 템포를 맞춰갔다.
“시발. 왜 따라 오냐. 넌 집에 안 가냐?”
“너 대려다 주고 가려구. 헤헤.”
“너 따위한테 도움 받고 싶지 않거든? 너 지금 나 한번 도와줬다고
생색 내는 거냐?”
“^ㅇ^그런거아냐~ 난 그냥 너랑 친해지구 싶어서~”
지현이가 자꾸 날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난 더 악착같이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그저 동정심만 조금 생겼었지만
이 아이, 지켜보면 볼수록 친구가 되고 싶었다.
착한 애 같으니까… 내가 필요한 애 같으니까… 그리고 나도 필요하니까.
감싸주고 싶었고, 사랑과 우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야. 너 전학 처음 온 날에
“뭘-0-?”
“나 왕따라고. 성격도 존나 개거지 같다고.”
헐. 다 듣고 있었던 건가-0-;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는데-0-?! 아무렴 어때, 너가 왕따든 일진이든
나한텐 다 똑 같은 내 짝꿍
“너, 자꾸 짝꿍, 짝꿍 하는데 그거 되게 거슬린다.”
거슬린다는 지현이의 말을 난 무시해버리고
내가 처음 전학을 왔을 때 했던 것처럼 손을 내밀고 말했다.
“우리 친구 하자^ㅇ^!”
“친구?”
“응! 친구.”
“친구가 뭔데? …너한텐 그게 다 뭐냐?”
“친구는 같이 웃고, 울고 서로를 아껴주는 그런 게 아닐까? 헤헤.
사실 나도 친구를 어떻게 정의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친구는 제 2의 가족, 제 2의 자신 같은 거라고 생각해^ㅇ^.”
“난 지금까지 살면서 친구를 이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았어.
배신자. 그게 친구에 대한 내 정의야. 적어도 나한텐 그래.”
친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일까?
“너가 좋든 싫든 넌 앞으로 내 친구야^ㅇ^. 내가 배신자인지 친구인지는
너도 차차 알게 되겠지. 헤헤. 친하게 지내자
일방적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지현이는 혼자 여야 하니까..
내가 한말이 다 허풍이라고 믿지 않을 테니까..
“……봐도 되……”
“뭐라구?”
“믿어 봐도 되?”
“^ㅇ^당연하지!”
하며 난 지현이에게 팔짱을 꼈다.
사람들이 봤으면 웃겼을 것이다.
난 지현이와 친구가 되어서 싱글벙글 하지만
지현이는 왠지 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지현이의 집까지 대조되는 모습으로 도착했고
난 지현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얼른 우리 집으로 총알처럼 뛰었다.
병원에서 지현이네 집까지 좀 멀길래
지현이네 집이 우리 집에서도 먼 줄 알았는데 그건 내 착각 이였다.
지현이네 집에서 우리 집 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그때 갑자기 내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으니…
바로 내 손목에서 덜렁거리는 신라면이 들은 검은 비닐봉지였다!!
ㅠ_ㅠ젠장… 난 죽었군…
‘딩동~딩동~’
벌써 십 분째 벨을 누르고 있다.
“문 열어. 이 놈아 ㅠ0ㅠ!!”
“꺼져-0-. 동생 저녁 굶기니깐 좋냐?”
인터폰으로 말하는
“ㅠ_ㅠ 내가 죽을 죄를 졌다. 문 열어라.”
“들어와서 라면 끓여 줄 거야?”
“ㅠ_ㅠ알았어, 알았어.”
‘덜컥’
“-_-라면 끓여.”
“ㅠ_ㅠ알았어. 옷만 갈아입고 금방 나와서 끓여줄께.”
사실 난 지금 참 지치고 귀찮아서 라면을 끓여주기가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늦게 오느라 쫄쫄 굶었다는 동생.
그리고 만약에 내가 라면을 안 끓여 준다고 했다면 난 오늘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문 앞에서 서있었을지도 모른다ㅠ_ㅠ.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ㅠ_ㅠ. 불쌍한 내 인생…
난 라면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라면냄새가 좋은 거냐@0@!!
아, 생각해보니까 나도 오늘 저녁을 않먹었구나ㅠ_ㅠ.
하지만 지금 먹을 수도 없다.
라면 먹고 자면 내일은 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니게 된다..-_-;
오크가 될지도 모른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안 먹어-0-!”
“-_-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누가 이거 누나보고 먹으랬냐?”
“그래, 너 다 처먹어라 -0-^.”
“라면 다 끓였으면 꺼져. 방으로 들어가.”
“싸가지 없는 놈 -_-.”
괜찮다. 난 이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배고픔도 다 잊을 수 있는 행복한 웃음이 나왔다.
지현이가 날 믿어 줄꺼기 때문에.
지현이와 내가 진정한 친구가 될 거란 것을 의심하지 않기에.
^ㅇ^.
사랑에 미치면 [ 5 ]
“으악! 지각이다, 지각 ㅠ0ㅠ!! 엄마 왜 나 안깨운거야!!?”
“깨웠는데 너가 않일어 난 거야-_-.”
“일어날 때까지 계속 깨워야지!! 난 죽었다 ㅠ.ㅠ”
“잡소리 말구 빨리 씻고 옷 입고 학교가.”
“ㅠ.ㅠ이씨 태워다 줘, 엄마…”
“엄마도 바빠. 걸어가. 가깝잖아~”
나를 기다리는 듯한 한 사람.
저 멀리에서 날 향해 웃고 있는 한 사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한 사람.
“
“선생님 -0-. 오늘은 진짜 사정이 있어서 늦은 거예요!”
“이 자식아, 너 그 입에 발린 거짓말을 믿느니 차라리 내가 너 대신 운동장을 돌겠다!
전학 온지 얼마 안되고 그래서 봐줄라고 했더니만 어떻게 맨날 지각이냐 이놈아!”
“ㅠ_ㅠ한번만 봐주세요. 제발요 ㅠ_ㅠ… 오늘은 진짜 힘들어서 운동장 못 돌아요!”
“친구랑 같이 도는 건 재미있겠지? 좋다! 내가 너에게 동지를 붙여주지. 흐흐”
학주쌤의 음흉한 미소를 따라가보니 헐레벌떡 뛰어오는 지현이가 보였다.
지현이도 지각이구나=_=… 친구는 닮는 다더니 우리 벌써 이정도 인 거야~?
“자,
헉.헉.헉.헉….
힘들다 ㅠ.ㅠ.
그래도 처음엔 한숨만 나오고 지현이랑 손잡는 것도 어색하고 해서 더 힘들었는데
지금은 서로 템포를 맞춰가고 어쩔 수 없는 웃음이 나온다.
“^ㅇ^헤헤. 지현아, 이제 두 바퀴 남았어!”
“푸…흣”
“어!!!? 지현아 웃는 거야 ㅇ0ㅇ??”
“아니*-_-*!!!!”
“너~ 얼굴 빨게 졌어!!”
“힘들어서 그래.”
“에이~ 내 손잡고 뛰니까 좋아서 그런 거면서~”
“너, 너 미쳤냐-0-? 내가 레즈야?”
*-_-*히히 부끄럽구나.. 이럴 땐 모른 척 해줘야겠지?
벌써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인지 애들은 교실 안을 이리저리
날라 다니고 있다.
그때, 지현이와 내가 같이 들어오는 걸 본 나래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뭐야?
왕따랑 놀면 너도 왕따되는거 몰라?”
“너 말이 좀 심하다^^; 그리구 내가 왕따랑 놀든 누구랑 놀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전학온지 얼마 안됬구 착한 것 같길래 잘해줄라고 했는데…후
그래, 왕따랑 같이 놀아봐. 왕따도 되보구. 그때 가서 후회하면 너무 늦은 거야.
다신 널 받아줄 생각 없어.”
“너가 이런 애 인줄 알았더라면 나도 너랑 얘기조차 안 했을 꺼야.”
화가 났다.
지현이가 어떤 아이 인줄, 얼마나 착하고 속 깊은 아이라는걸
알지도 못하면서 왕따라고 마구 떠들어 대는 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미안…”
미안하다고 하는 지현이.
“너가 뭐가 미안하냐ㅡ0ㅡ흐흐. 내가 너가 좋구 내가 너랑 친구 하고 싶은 건데
왜 너가 미안해 이 바보야!”
“치… 매점갈래? 배고프다. 내가 빵 사줄께!”
“딸기 우유도 사주라~헤헤”
어느새 지현이는 나에게 맘을 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좀더 인간적스러워진 말투, 그리고 표정.
보람이 있었다^ㅇ^!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지하에 있는 매점으로 달려 내려갔다.
“이천 원.”
빵 2개, 우유 2개.
‘딩동댕동’
2교시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ㅠ_ㅠ지각해서 1교시도 못 들어 갔는데 2교시까지 늦게 들어간다면
담임선생님 눈 밖에 날게 확실했다.
젠장!!
“-_-우리 또 혼나겠다.”
“지현아ㅠ_ㅠ. 우리 설마 또 뛰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나 막 종아리에 알배긴 것 같아ㅠ_ㅠ아퍼…”
“집에 가서 유리병으로 문질러. 그럼 알 풀릴 거야-_-.”
“많이 늦어봤구나 너=0=흐흐.”
“이건 기본지식이거든?”
“헤헤 ^ㅇ^”
“뭐가 좋다고 헤헤거리냐-_-. 가면 또 벌 받을 텐데”
사랑에 미치면 [ 6 ]
‘드르륵’
조용한 교실.
우리는 당당하지 못하기에 뒷문을 아주 조금 열고
바닥에 착 달라붙어 기어서 자리에 가려고 했다.
“이놈들!! 안 일어나?!-0-^”
“-0ㅠ…죄송해요. 배가 너무 고팠어요.”
내 오버 액션이 웃겼는지 옆에서 피식 웃는 지현이.
“너, 너! 전학 온지 얼마나 됫다고 자꾸 선생님들 눈밖에 날라 하냐.
“ㅠ0ㅠ실시!”
그렇게 2교시가 끝나고
우리는 더 이상 벌을 받으면 실신 할 것 같아서
학교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지현아~ 우리 노래방이나 갈까?”
“-_-우리 둘만?”
“응!”
“-_-그럼 재미가 없잖아… 남자가 있어야지 재미있지!!”
“-0-얼레? 난 너가 남자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어!!”
“-_-나도 사람이고, 여자야. 남자한테 관심 갖는 건 여자의 본능이고!”
“이쒸ㅠ_ㅠ. 시내 가고 싶은데…”
“그럼 우리 시내에 쌀 떡볶이랑 순대볶음 먹으러 갈래?”
“+0+오!! 좋아좋아!! 몇 번 버스 타야 되?”
“390번.”
“음…어? 저기 온다! 타타타타-0-!!”
학생들로 붐비는 버스 안.
우리 학교 학생들 인 것 같다.
우리 학교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은 웬만큼 유명한 애 아니면
서로 이름도, 얼굴도 알기 힘들다.
남녀 공학이라고는 해도 남자 반 따로, 여자 반 따로 이니, 나 원 참!
ㅠ_ㅠ남녀 각반인줄 알았으면 이 학교 오지도 않았겠지만
뭐 교복이 이쁘니 내가 참지 뭐.
버스가 신호에 걸려서 서있는데 버스 창문 밖으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헉!
“야 저거
“마, 맞는 것 같은데?”
“같이 있는 애는 남자친군가? 돌마고 교복인데?”
날 놀라게 한 건
날 놀라게 한 건
어디서 낯이 익다 했더니 역시나…
어제 공중전화 박스를 들이 박은 그 남자아이 였다!!
ㅇ0ㅇ!! 말도 안되!! 돌마고? 거기다가
다시 신호가 바뀌고 버스가 출발했다.
“야,
“응? 뭐가-0-~”
“
“그건 진짜 절~대 아니다!”
“아니면 말구.”
지현이에게는 말 할 수가 없었다.
알아 봤자 좋게 지낼 사이도 못 될 것 같구,
그렇게 우리는 시내게 도착해서 쌀 떡볶이와 순대볶음을 맛있게 먹고
여기 저기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봤더니… 벌써
어제도 늦게 들어갔는데 오늘까지 늦게 들어 가면
동생이 엄마한테 다 일러서 외출금지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 봐야 했다.
“지현아. 나 가봐야겠다ㅠ_ㅠ.”
“벌써?”
“ㅠ_ㅠ어제 너 대려다 주고 가느라고 좀 늦었거든.. 오늘도 늦게 가면
동생이 엄마한테 나 늦게 다닌다고 다 말할 거구, 그렇게 되면 난
외출 금지가 될지두 몰라…”
“그럼 난 집 가까우니까 걸어갈께. 넌 늦으면 안되니까 택시 잡아서 타구가!”
“미안해, 지현아ㅠ_ㅠ. 그리구, 고마워^ㅇ^.”
“미안하고 고맙긴 뭐~ 친구끼리 당연한 거 아니냐^ㅇ^!”
그렇게 난 택시를 잡아 타고 정확히 10분 후에 현관 앞에서 벨을 눌렀다.
‘덜컥’
“-_-오늘도 늦었네. 누나 요즘 뭐하고 다니는 거야? 수상해, 수상해…”
“=_=수상하긴! 내가 뭐 나쁜 짓 하고 다니냐!”
“뭐하고 왔는데?”
“시내 가서 쌀 떡볶이 먹구, 순대볶음 먹구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왔지.”
“쌀………떡볶이????????? 수………순대볶음???? 누나! 그럼 내 꺼도 좀
싸와야지!”
“-_-너가 뭐가 이쁘다고 내가 너한테 그런걸 싸다 바치겠냐.”
먹는 거에는 아주 환장하는
뭐만 있다 하면 진공 청소기처럼 쑥쑥 빨아들이는 이놈.
날 닮아서 잘생기긴 했지만-_- 그 똥배는 어쩔꺼냐구~
그때였다. 동생 방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남자아이.
“=_=넌…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