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집
어떤 글을 읽었다. 전원주택 데크(deck)에 새가 집을 지으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작은 새가 날아와서 새집을 지기 시작했는데 집주인이 새똥이 더럽다는 이유로 새집을 부셨고, 새가 이를 바라만 보았다는 내용이 무척이나 알쩐했다.
전원생활하는 분한테는 이런 새가 미운가 보다. 새는 부서진 둥지를 바라보면서 집주인이 밉고, 원망스러웠을까? 어디에다가 새로 둥우리를 짓고, 알 낳아서 새끼 키울까? 둥우리를 새로 짓기에는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알을 품고, 알 까는 시기는 이미 지나간 것은 아닐까? 전원생활이란 무엇일까?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 사람과 작은 동물, 나무와 풀, 벌레도 끼고... 시골생활에는 조금은 더럽고, 불편하고, 귀찮은 것들이 늘 함께 한다. 그만큼 사람이 더 꼼지락거려야 한다. 자연과 함께 하려면.
서해안 내 시골집*에는 나무로 둘러싸였고, 외지고, 낡은 집이고, 시야는 툭 터졌다. 큰 나무, 과일나무로 온통 가려져 있기에 새가 낀다. 내가 서울 살다가 시골에 내려가면 출입구 부엌바닥에는 새똥이 질퍽하다. 빗장 지른 대문 울안에도 새똥이 늘 있다. 이런 곳에는 신문지를 깔아 두면 된다. 까짓것 물걸레로 쓱쓱 닦아내면 된다. 새들이 찾아오면 그만큼 안온하다는 뜻이다.
내 시골집 주변에는 나무들로 온통 둘러싸여서 새들이 좋아하는 크고 작은 과일나무로 가득 찼다. 앵두, 보리수, 찔레열매 등이다. 화망 마을회관에서 살짝 벗어나 외진 곳이기에, 텃밭과 왕대나무숲은 서로 연결되었고, 왕대나무숲은 또 뒷산과 연결되었기에 산새와 작은 동물이 내려온다.
내가 이따금 시골집에 내려갔고, 밥 짓고 밥 먹으면 음식물 찌꺼기가 나온다. 위밭 모과나무 아래에 부어두면 이웃집 개, 고양이가 와서 먹고 떠나면 새들이 와서 먹고, 마지막에는 작은 벌레들이 먹는다. 음식쓰레기를 흙속에 묻지 않고 나무 밑에 살짝 묻어두는 체하여 들고양이가 자주 오도록 유도한다. 고양이들은 쥐와 두더지를 잡을 수도 있기에. 새들은 풀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기에 나는 이들 작은 동물을 기꺼워한다.
내 시골집은 무척이나 낡았다. 100년도 훨씬 더 오래된 농가를 1957년에 새로 개보수했다. 대전에서 목수가 오고, 대전에서 트럭으로 연자재(목재)를 실어와서는 몇 달간 지었다. 한때에는 근동에서 알아주던 함석집이었으며, '함석집'으로 통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고, 늙은 어머니가 혼자서 평생을 살던 집이라서 더욱 낡아만 갔다.
작은 동물들은 이런 집을 더 찾는다. 낡은 집, 헛광이 많은 집, 외진 곳이다. 새들은 본능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무서워해서 사람 가까이에서 머물려고 한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에 새집을 짓고, 또 깃을 내로 잠을 잔다. 특히나 내 집은 ㅁ형태이고, 부엌문 앞은 더욱 안온했다. 부엌문 앞의 천장에는 오래된 전깃줄이 늘어져 있기에 새들은 전깃줄에서 잔다. 부엌문 앞쪽에는 새똥, 새털이 쌓여 있게 마련이다. 신발 벗고 부엌문을 통해서 집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까짓것 빗자루로 쓸고, 물걸레로 쓱쓱 닦으면 된다.
새똥이 여기뿐이랴? 빗장 지른 대문 안에도 잔뜩이다. 안사랑 아궁이, 바깥사랑방 아궁이가 있는 곳이기에 부엌 천장에는 제비집이 늘 있게 마련이다. 새똥이 수북하다. 옛 제비집 빈 둥지에는 새들이 자고 떠나간 흔적들이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으면 된다. 대빗자루로 쓱쓱 쓸면 된다. 나한테는 까짓것이다. 큰 대문간에도, 소외양간에도.
새들이 날아들면 늘 더럽고 성가시기만 할까?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는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 내 텃밭 세 자리의 과일나무에는 벌레들이 정말로 많기에 새들이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내 시골집 안마당에는 고양이가 들락거린다. 빗물이 흘러나가는 수채구멍 두 군데를 통해서. 또 바깥마당에는 자갈 깔고, 잔디가 있어서 이웃집 개들이 와서 똥 싸고 간다. 외진 곳, 주인 없는 집이기에 새들도 기어들어와 자고 가고, 들고양이도 들락거리고, 때로는 두더지가 죽어 있고, 이따금 뱀도 스르르 숨어들고...
오늘은 시골 다녀온 지 36일째. 시골 텃밭이 어떻게 변했을까? 상상도 안 된다. 과일나무, 조경수보다 훨씬 웃자라는 잡목, 농작물보다 훨씬 빨리 자라서 풀씨를 떨어뜨리는 잡초. 잡목과 잡초들이 주인행세를 할 게다. 잡초는 발아해서 씨앗을 떨구는 시간은 짧다.
내가 밭 갈고, 씨앗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어도 잠깐 뒤에는 풀씨가 싹터서 금세 웃자라서 내가 정성 들였던 작물을 깡그리 덮어버린다. 작물은 이들 잡초(환삼넝쿨 등)한테 햇볕싸움, 물싸움, 바람싸움, 흙싸움 등에서 밀린다. 넝쿨이 있는 잡초는 농작물을 감아서 덮치기에 농작물은 금세 약해져서 사그라진다. 불과 1 ~ 2개월 만에 텃밭 꼬락서니는 말이 안 되게끔 변한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올여름철에는 텃밭 비운 지가 오래되었고, 더군다나 작년 늦가을부터 그냥 놔둔 두둑은 어찌 되었을까? 안 보아도 뻔하다. 이런 풀밭에는 정말로 벌레 종류가 많고, 많이도 꼬인다. 이들을 잡아먹는 게 새다. 새들도 농사를 짓는 데에 정말로 유익하다고 본다.
오늘은 시골 다녀온 지 36일째. 시골 텃밭이 어떻게 변했을까? 상상도 안 된다. 과일나무, 조경수보다 훨씬 웃자라는 잡목, 농작물보다 훨씬 빨리 자라서 풀씨를 떨어뜨리는 잡초. 잡목과 잡초들이 주인행세를 할 게다. 잡초는 발아해서 씨앗을 떨구는 시간은 짧다.
내가 밭 갈고, 씨앗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어도 잠깐 뒤에는 풀씨가 싹터서 금세 웃자라서 내가 정성 들였던 작물을 깡그리 덮어버린다. 작물은 이들 잡초(환삼넝쿨 등)한테 햇볕싸움, 물싸움, 바람싸움, 흙싸움 등에서 밀린다. 넝쿨이 있는 잡초는 농작물을 감아서 덮치기에 농작물은 금세 약해져서 사그라진다. 불과 1 ~ 2개월 만에 텃밭 꼬락서니는 말이 안 되게끔 변한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올여름철에는 텃밭 비운 지가 오래되었고, 더군다나 작년 늦가을부터 그냥 놔둔 두둑은 어찌 되었을까? 안 보아도 뻔하다. 이런 풀밭에는 정말로 벌레 종류가 많고, 많이도 꼬인다. 이들을 잡아먹는 게 새다. 새들도 농사짓는 데에 정말로 유익하다고 본다.
오래전 일이었다. 시골집 울안에서 작은 새가 날아다녔다. 안 마당에는 헛간이 세 군데. 제일 구석에 있는 헛광 안으로 새가 들락거리는 것을 얼핏 보았다. 농기구 연장을 놔두는 곳. 가만히 살폈더니만 새집이 있고 그 안에 새끼도 있다. 새끼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춰서 숨고... 나는 모르는 척하고는 그 자리를 조용히 벗어났다. 그 이후에는 전혀 얼쩡거리지 않았다. 꼬부랑 할머니인 어머니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까 어미새가 보이지 않았다. 빈 둥지만 남았다.
오래전 충남 서천군 마량리포구에서 서천화력발전소 뒤편 방파제로 걸을 때였다. 그 긴 방파제를 따라서 춘장대해수욕장 쪽으로 걷는데 문뜩 새 한 마리가 보였다. 다리가 부러진 듯이 걷지도 못하고 날갯짓을 퍼덕대면서 내 앞에서 알짱거렸다. 새도 나를 보고, 나도 새를 보고.
'저거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더니만 새가 포르르 날아서 조금만 도망가고, 또 잡혀줄 듯이. 나는 새의 의도를 간파했기에 빙그레 웃었다. 어미 새가 나를 유인하고 있었다. 방파제 어떤 곳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그곳에는 작은 새끼가 숨어 있기에. 나는 인간바보가 되어서 그 어미새를 잡을 것인 양 흉내를 내면서 새 뒤를 좇아갔고, 현장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었다. 나와 새와의 연출이었다.
내가 현장을 한참이나 벗어났을 때 어미 새와 나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서로를 응시하면서. 순간 새가 포르르 높이, 멀리,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힘있게, 자신있게. 새가 보기에는 바보탱이 인간 하나를 따돌렸다고 하겠지. 그 어미새는 새끼를 잘 보살폈을 게다. 새의 자손들이 서천화력발전소 주변을 활공할 게다. 그날 바보로 연출한 나는 지금도 자꾸만 늙어간다.
십여 년 전의 일이었다. 안마당 소외양간(수십 년 전에는 소가 있었음)에서 큰 새 한 마리가 푸드득거리며 빠른 속도로 안방 유리창으로 날아들었다. 와장창 날카로운 소리. 새는 유리창문 안으로 들어와 마루 위에 떨어졌다. 즉사.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왜 갑자기? 유리파편이 새의 심장을 꿰뚫었을까? 모든 것이 순식간, 눈 깜박할 사이였다.
완전히 박살이 난 유리조각을 조심스럽게 빗자루로 쓸고, 깨진 유리창에 비닐로 둘러싼 채로 살다가 나중에 동네 안으로 들어온 유치창문 수선업자한테 부탁해서 새로 끼웠다. 지금도 의문이다. 새가 그토록 빨리, 거칠게, 세게 날아들었을까? 무서운 속도였고, 힘이 있었고, 파괴력이었다. 산까치였다. 죽은 새를 위밭에 묻어주었다.
50여 년 전. 내 시골집 뒷켠 울타리에는 아름드리 참죽나무 여러 그루가 있어서 부리와 발가락이 빨간 파랑새의 둥우리에 새끼를 쳤다. 여름방학 때 그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새끼를 잡아서 줄로 묶었다. 새끼는 자꾸만 커서 날아야 하는데 줄에 묶여서 날지 못했다. 나는 나중에서야 크게 후회했다. 그 이후로는 파랑새를 전혀 보지 못했기에.
수십 년이 지난 뒤인 지금 그 많은 새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철새인 뻐꾸기, 파랑새, 부엉이, 꿩, 종달새, 솔개, 수리조합을 가로지르던 물총새, 신안재 창공을 맴돌던 소리개 등은 사라졌다. 이제는 작은 새들이나 날아온다.
작년 봄이다. 시골집에 내려갔고, 야랫집(아래집이 표준어)의 사내를 만났다. 수십 년 만에 귀향하여 옛집 사랑방을 보수하여 혼자서 살던 초로의 조 씨. 그의 집 앞 논 위로 나는 새는 수십 년 전에 사라졌던 제비였다.
"저 제비 올해 처음으로 왔어. 최형."
그는 여름철에 대전 자기네 집으로 갔다가 혼자서 죽었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였고, 그의 처와 자식은 다른 곳에서 산다. 서해안 그의 집은 쇠때(자물쇠)로 잠가버려서 또 빈 집이 되었다. 나 또한 서울에 올라왔다. 역귀향이다.
화망마을의 작은 수리조합 물 위를 가로지르던 물총새. 뒷산 황토 흙구멍에 팔뚝을 길게 밀어넣고는 꺼내보았던 물총새의 새끼.
11년 전의 일이었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안 시냇가에서 물총새를 다시 보았다. 그리운 옛 시절이 아련히 떠올랐다. 사라진 새들이기에.
작년의 일이다. 늦가을 시골에 내려갔다. 바깥마당 아래에는 감나무밭. 여기에 퇴비(나무 잔 가지를 잘라서 잔뜩 쌓아둠)를 치우는데 퇴비 밑에서 둘째 손가락처럼 크고 굵고 긴 벌레 네 마리를 보았다.
살이 통통하게 쪘기에 울안으로 가져와 아내한테 뜨거운 물에 삶아서 먹자고 말했다. 잠시 뒤에 외마디 고함소리가 들렸다. 안부엌에서 냄비에 꿈지럭거리는 애벌레를 넣고 가스레인지 불로 삶는데 애벌레가 툭 터져서 분비물이 윗옷과 손등에 가뜩 묻었다고 기겁을 했다. 내가 보기에는 처참할 정도로 더럽다. 결국 아내는 삶지 못하고는 위밭 빈 터에 부어버렸다. 농업박람회 등에서 보았던 곤충 튀김요리를 기대했던 내 꿈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 서해안 내 시골집 :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
201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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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이 애벌레.
사진 임의로 퍼왔다. 지적소유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장수풍뎅이가 어떤 곤충인지를 회원한테 알려주려는 선의로 봐주셨으면요.
새 이야기를 자꾸만 꺼낼 것 같다.
새박사였던 윤문부를 기억한다. '새 박사, 새를 잡다' 책은 그의 아들(윤종민)과 함께 냈다. 2004년에 낸 책이 무척이나 읽기 편하며 이해하기 쉬웠다. TV에도 많이출연했는데도 얼마 뒤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자가 되어서 새 박사의 이야기는 더 이상 TV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 백가지' 이우신 글 김수만 사진
책을 펴고는 내가 정말로 미안해 하는 파랑새 사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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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 3. 23. 토요일.
하늘이 맑다.
오래 전에 쓴 일기를 꺼내서 글 다듬는 중.
글 쓰는 거야 금방이면 되지만 글다듬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50 ~ 60번도 더 다듬었는데도 여전히 어색하다.
더 다듬은 뒤에 어떤 문학지에 글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