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회의실로 안내한 올리비에 에켄로스(Heckenroth) 은행장은 "창업자의 7대 후손인 장 필립 오탕그씨가 그룹 회장직을 맡아 전반적인 은행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켄로스 은행장은 은행이 200년 이상 장수한 비결을 묻자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우리 은행은 분별력과 상식을 가장 중시한다. 고속 성장을 위해 투기성 활동을 벌이면 2~3번은 크게 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루아침에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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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최고의 상업중심지 7구 빅투아 거리에 있는 오탕그 은행 본점. 비밀스러운 외관에 그 흔한 간판 하나 없다. 은행측은 사무실 내부 촬영은 허락하지 않았다. /파리=김홍수 특파원 hongsu@chosun.com
그 과정에서 대형 은행으로 성장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소수의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은행의 위상을 고수하기 위해 '고속 성장'을 스스로 경계했다.
현재 오탕그 은행은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프라이빗뱅크, 기업을 상대로 자금조달을 돕는 기업금융,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중개하는 투자은행 업무를 모두 하고 있다. 일반인의 예금을 받거나 일반인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는 업무는 안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상업은행과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다르다.
상장기업이 아닌 오탕그 은행은 경영지표도 주주와 고객 이외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은행측은 프라이빗뱅크 분야에서 약 12억유로(약 2조원)의 개인자산을 관리하고 있고, 기업금융 분야에선 최근 20년간 약 200억유로(약 30조원)의 자금 조달을 중개한 실적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주수입원은 이자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 간 금리차이)이 아니라 각종 자문수수료이다. 프라이빗뱅킹 분야에선 개인의 자산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지 고객에게 조언해주고 투자금의 0.5~1% 정도의 수수료(투자위험도에 따라 수수료율이 다름)를 받는다. 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정해진 수수료 외에 성공보수(기업 인수·판매금액의 5% 내외)도 별도로 받는다.
수수료가 상당히 비싼 편임에도 워낙 성과가 좋아 고객들이 수수료엔 불만이 없다고 했다. 이 은행 개인 고객의 경우 지난해 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펀드와 주식, 고위험채권에 투자한 전 세계 은행 고객들이 큰 손실을 냈을 때도 이 은행 고객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직전, 은행측이 고위험 채권과 파생상품에 대한 고객의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위험을 미리 감지했느냐고 묻자 은행장은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말로 답을 대신했다. "상식은 매우 보기 드문 것이며, (대중들 사이에) 그다지 공유되지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