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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09
S#1 엘리베이터 안
7회와 연결해서...
세정 (표정 수습하고 다시 지수 본다. 차분히) 안녕하세요.
지수 (기막혀 확 보는)
세정 오랜만, (하는데)
지수 (떨리지만 누르고, 차게) 인사할 사이예요?
세정 (지수 기세에 멈칫하는)
사람들 (뭐야? 이상한 분위기에 둘 번갈아보고)
세정, 그 시선들 느끼고 입 다무는데 엘리베이터 멈추고 사람들 더 탄다.
얼른 지하 2층 누르고 엘리베이터 버튼 앞으로 밀려서는 세정.
사람들 틈으로 대각선 방향에서 흔들림 없이 서있는 세정 옆모습 보는 지수,
여전히 당당한 얼굴. 손에 낀 결혼반지... 끔찍하다. 얼른 고개 돌리는 지수.
세정, 아무렇지 않은척 서있지만 온 신경 지수에게 가있다.
지수,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엘리베이터 올려다보는데 엘리베이터 1층에 선다.
지수, 세정 외면한채 내리는 사람들 뒤따라 맨 뒤에서 내리려는데
세정 (바로 옆에 오게 된 지수에게) 결혼했어요, 저.
지수 (안본채 멈칫하는, 내리는데)
세정 (자기 상황 때문에 재결합 바라는 심정) 정교수님, 그쪽하고 잘 맞는
사람이예요.
S#2 엘리베이터 앞
내리던 지수, 세정 말에 뒤통수 한대 맞은 듯 휙 돌아본다.
그런 지수 향해 가볍게 눈인사하는 세정.
세정의 뻔뻔함에 눈에 불 튀는 지수, 또 다른 모욕에 분노해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세정 노려본다.
S#3 엘리베이터 안
찜찜한 기분으로 서있는 세정. 고객들, 묘한 느낌 알아채고 세정 훑어본다.
그 시선들 따갑지만 자세 더 바로하고 여유있는 표정짓는 세정.
S#4 거리 + 세정 차안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지수, 떨면서 버스 기다리고 있다.
세정을 만난 충격에다 적선하듯 던진 세정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저만치서 오는 세정 차, 적신호에 걸려 정류장 앞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다.
모멸감과 불쾌함으로 입술 깨물고 감정 있는대로 누르고 서있는 지수.
세정, 무심코 옆 보다가 지수 본다. 버스 기다리며 기웃하는 지수의 초라한 모습.
세정, 그 모습 뜻밖인 듯 보다가 지수와 시선 마주친다.
지수, 자기 쳐다보고 있는 세정 보고 딱 굳어지는데 바뀌는 신호.
고개 돌려 운전해 가는 세정.
세정에 비해 초라한 자기 모습에 비참해지는 지수, 눈물 어린다.
S#5 세정 차안
백밀러로 지수 보는 세정, 초라한 지수 모습 멀어져간다.
세정 (마음 편치않다) 저럴거면서 이혼은 왜 해...
S#6 방송국 앞
기운이란 기운 다 빠져서 걸어오는 지수, 현관 계단 오르다가 어지럼증 느끼고
비틀한다. 주저앉듯 계단에 앉는 지수.
<프래쉬컷- 7회 52씬에서>
세정 (기분 좋은 어조) 오늘은 남편거만 다 살려구 나왔거든요.
세정(소리) 결혼했어요, 저.
지수 (무릎에 고개 푹 묻는데)
도연 (막 나오다가 지수 본다. 갸웃하며 보다 지수 확인하고 놀라서 오는)
왜 그래요!
지수 (고개 드는, 멍해서 도연 보는)
도연 (핏기 없는 지수 보고 놀라는) 어디 아퍼요? 안색이 왜 이래요?
지수 (일어서려는) 아니예요, 어지러워서요... (하는데 못 일어나겠다)
도연 (심상치않은) 여기 가만 있어요. 그대로 있어야 돼요. (핸드폰 꺼내 단축키
누른다. 잠시) 종배야, 윤선생 짐 갖고 현관 앞으로 와.
S#7 레스토랑 앞
차에서 내리는 세정, 여전히 찜찜한 기분이다.
들어가려다 생각난 듯 차문 열고 쇼핑백 다 꺼내드는 세정, 도연 옷들 내려다본다.
기분 털어버리듯 표정 풀고 가볍게 웃고 들어가는 세정.
S#8 도연 차안
운전하던 도연, 걱정스런 얼굴로 옆좌석 돌아본다.
두손 꼭 모아쥐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감고 있는 지수.
힘주어 모아쥐고 있는 손, 달달 떨린다.
도연 무슨 일... 있었어요?
지수 (눈뜬다)
도연 그냥 어지러운거 아니죠?
지수 (혼자 삭이기 힘든) 왜... 안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질까요.
도연 (보는) 누굴 만났는데요... (혹시) 전 남편 만났어요?
지수 ...아니예요. (차창 밖 보고)
도연 (답답한) 그럼 누굴 만났는데 이래요?
S#9 레스토랑
출입구 보던 세정, 손목 시계 보고 갸웃해서 핸드폰 꺼내든다.
S#10 도연 차안
도연, 지수 기분 풀어줄려고 일부러 밝게 너스레 떨고 있다.
도연 날 부르지 그랬어요? 불렀으면 내가 가서 혼내줬을텐데.
지수 (서글픈 웃음 나는, 고개 돌리는데)
도연 (핸드폰 울린다. 집어서 ‘세정’ 보고 그제야 아!하는, 힐긋 지수 보지만
이어폰 끼고 받는) 여보세요?
세정(휠) 자기 왜 안 와?
도연 어, 갑자기 일이 생겼어. 미안하다, 점심 같이 못할거 같애.
지수 (약간 놀라서 보는, 약속이 있었나?)
세정(휠) (황당한) 못온다구? 아니 무슨 일인데!
도연 (담담히) 나중에, 일 다 보고 전화할께. (끊는)
지수 (놀라) 약속 있었어요? (당혹스런) 약속 있는데 왜 이랬어요?
(하다가 화나는) 그러니까 싫다는 사람 왜 억지로 태워요? 약속 있으면서.
여기서 내려주세요. 택시 타고 갈께요.
도연 (동요 없이) 아픈 사람이 내리긴 어딜 내려요? (계속 운전하고)
S#11 레스토랑
열받아서 핸드폰 들여다보던 세정, 일어서며 거칠게 쇼핑백들 집어들다가 물잔
넘어뜨린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깨지는 물잔. 세정에게 모이는 식당 안 시선들.
낭패와 짜증으로 깨진 물잔 보는 세정.
S#12 지수 가게 앞 + 도연 차안
가게 앞에 서는 도연 차.
운전석에서 내린 도연, 옆좌석으로 돌아가 막 내리는 지수 부축한다.
지수 (당황해 거절하는) 이제 괜찮아요.
도연 (안색 살피며) 아무래도 안되겠다. 집에 가서 쉬어요. 집 어디예요?
지수 아뇨, 정말 괜찮아졌어요. (고개 숙이며)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연 (걱정스런) 정말 괜찮겠어요?
S#13 지수 가게 안
안에서 지수와 도연 보고 어? 하는 민수, 나가려다 멈칫한다.
S#14 지수 가게 앞
그릇 바구니 묶여있는 수레 잡고 있는 지수와 마주서있는 도연.
지수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려는데)
도연 아프지 말아요.
지수 (멈칫해서 보면)
도연 (애틋한) 제발... 아프지 말아요.
지수 (뭉클해지는, 얼른 돌아서 가게로 가고)
도연 (그대로 서서 들어가는 지수 안쓰럽게 보고 섰다)
민수 (안에서 뭔가 심상치않은 분위기 느끼고 보고 있고)
S#15 지수 가게 안
물 마시는 지수. 민수, 열나서 얘기하고 있다.
민수 아니 그걸 그냥 뒀어?
지수 그 여자... 결혼했드라. 남편 속옷 사고 옷 사고... 행복한가봐, 행복해
보였어.
민수 결혼? 기막혀, 언니넨 파토 내놓고 지는 행복해? 그러니까 왜 그냥 보내줘!
그 백화점이래두 다시 못오게 망신 좀 주지!
지수 그 여자 보는 순간 난 도망쳤는데... 그 여잔 아는척 하드라.
(기막힌) 여전히 당당하고... (분한) 뻔뻔하게.
민수 (열불) 언니가 왜 도망쳐?... (하다가) 언니 그때 무슨 일 있었던거니?
그 여자한테 뭔가 당했지? 그러니까 2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렇게 사색이
되지.
지수 (울화 터지는) 다인아빠 때문이야! 잊고 싶었는데, 기억날까 겁나서
다인이만 빼고 다 버리고 온건데... 다인아빠 나타나고, 그 여자 만나고...
민수 (속상한 듯 보다가 수레 보며) 저건 또 뭐야? 차를 사지 저걸 샀어?
지수 (열받은 상황이라 무심코) 내가 산거 아냐.
민수 그럼?... (하다가 창밖 가리키며) 아까 그 사람이 사준거야?
지수 어? 어.
민수 야 사람 좋다? 스텝 힘든거 알아서 챙겨주고. (속상한) 형부, 아니 정교수
같았음 어림도 없었을텐데.
지수 (자기도 모르게) 저 사람은... 내가 필요할 때, 내가 필요한걸 들고
나타난다, 항상... 참 이상하지.
민수 (확 반색하며) 언니 좋아하는거 아냐? (막 웃으며) 야 울언니 이러다 연하랑
연애하는거 아냐? 드디어?
지수 (정신 번쩍 드는) 어우 아냐!... 결혼했어.
민수 (실망하는) 결혼했어?...
지수 (자기도 모르는 서운함, 끄덕이며) 결혼했어... 했어...
S#16 세정집 거실
화난 얼굴로 들어오는 세정, 도연 옷 든 쇼핑백 확 던져버린다.
S#17 식당 앞
낙지 전문점에서 나오는 도연과 종배. 종배, 속이 안좋은 듯 인상쓰고 배 문지르고.
종배 (절레절레) 지겹다, 지겨워. 일주일 내내 하루 두 번씩 낙지만 먹었더니
내가 낙지가 된거 같애.
도연 (갸웃하며) 맛은 비슷한데, 정말 화학 조미료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는
구별을 못하겠다.
종배 그냥 두 집 중에 아무거나 냅시다, 어?
도연 그건 안되지, 시청자 우롱하냐? 춥다, 일단 들어가서 생각해보자. (가는데)
행인 (여, 지수에게 사준 똑같은 수레에 짐 싣고 가는데 무겁게 끌고 간다)
종배 으 낙지... (절레절레하며 따라가고)
도연 (수레에 실어도 무겁겠구나... 보면서 간다)
S#18 다인의 학원 앞
학원에서 몰려나오는 아이들, 서있는 학원 차에 오른다. 다인, 나오는데
재민 다인아! (다가오는)
다인 (돌아보는, 놀라서 서고, 냉랭한) 나 이 학원 다니는거 어떻게 알았어?
재민 이 동네 학원에 다 전화해봤지, 정다인 학생 다니냐고. (웃으며)
운이 좋았어. 일곱번째 학원에서 너 있다드라.
다인 (전화를 다? 그 정성에 약간 풀어지고)
S#19 패밀리 레스토랑
피자 앞에 놓고 앉아있는 재민과 다인. 다인, 관심없는 듯 피자만 먹고
재민,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재민 아빠 요즘 뭐하냐면, 매일 학교 나가서 공부해.
다음 학기부터 다시 강의하기로 했거든.
다인 (콜라 마시고)
재민 아빠가 2년 동안 너 만나러 안온거는... 안온게 아니라 못온거야.
아빠 유배 갔었잖아, 제주도루.
다인 (무슨 말인가? 힐긋 보면)
재민 너 유배가 뭔지 알지? 옛날에 나라에 죄지으면 멀리 보내서 고향에 못
돌아오게 하는거.
다인 (모른척 피자 먹고)
재민 아빠 스스로 벌받는 심정으로 있었어. 난 다인이 볼 자격도 없다...
다인이 아빠 자격도 없다 그러면서... 너 보고 싶고 엄마 보고싶은거 참고
또 참았어.
다인 (먹다가 멈추는, 마음 아프고)
재민 (너무 반응없는 딸이 가슴 아픈, 너스레) 나중엔 야, 바다가 다 니 얼굴로
보이드라... (간절한) 다인아, 아빠가 진짜 너무 큰 실수를 했는데... 정말
많이 뉘우치고 반성했거든? 아직 부족하면... 몇 년 더 기다리까?
다인 (눈물날듯, 풀어주기도 어색해서 보다가 가방 챙기며) 늦었어, 가야 돼.
재민 미안하다, 못난 아빠여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정말 미안하다,
다인아.
다인 (멈칫했다가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S#20 지수 동네
한걸음 떨어져서 천천히 걸어오는 부녀.
다인 (멈추는) 여기서부턴 따로 가.
재민 그럴래?
다인 (빠르게) 그리구 나 신발 205 아냐. 그런것두 모르면서...
담부턴 제대로 사와!
재민 (딸에게서 희망이 보였다. 눈물 어리고) 어, 어 그래. 그래, 알았어.
S#21 방송국 사무실
커피잔 들고 창밖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도연. 종배, 나란히 앉아 ‘할매 낙지’ 와
‘종가 낙지’ 써놓고 번갈아 동그라미 치고 있다.
종배 (어느 순간 펜으로 번갈아 찍으며) 어느 집으로 할까요 알아맞춰 보세요,
할매! 형, 할매집이 찍히는데?
도연 (정신 차리고 돌아서며) 낼 한번씩만 더 가서 먹어보자.
종배 (펄쩍 뛰는) 낼 또 먹으라구? 아 안돼, 더는 못 먹어 나... (하다가 퍼뜩
생각나는) 형, 윤선생님한테 부탁하자.
도연 윤지수씨?
종배 기억 안나? 우리 옛날에 윤선생님댁 촬영 갔을때요, 유기농으로 음식 다
하신댔잖아. 그런 사람이 조미료 맛은 기막히게 알아내요. (책상 탁 치며)
적역이다, 적역.
도연 (솔깃하지만) 몸 아픈 사람한테.
종배 내일인데 뭐 어때? 특별히 어디가 아픈거 아니라고 그러셨잖아.
지금 전화해보까?
도연 아니 하지마... 날도 추운데... (생각난) 그리고 너, 윤선생한테나 다른
누구한테도 우리가 그 집 촬영갔었던 얘긴 하지 마라.
종배 왜?
도연 (이혼 상황 생각해서) 글쎄 윤선생 본인이 하기 전엔 하지 마.
종배 (갸웃하고)
S#22 지수 가게
손님에게 침대커버 설명하고 있는 지수.
지수 킹사이즈면 따로 주문을 하셔야 돼요.
손님 주문하면 얼마나 걸려요?
지수 3일이요... (핸드폰 울린다) 잠시만요. (보고 받는) 종배씨... (잠시) 괜찮아요,
(웃으며) 쉬었더니 괜찮아졌어요.
종배(휠) 다행이다, 그럼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지수 (놀라) 살려주다뇨?...
S#23 사무실
책상에서 인터넷으로 중고차 싸이트 보고있는 도연.
종배 (싱글벙글하며 다가오는) 형! 윤선생님이 도와주신데요.
도연 하지 말랬더니 기어이 했냐?... (하면서도 반가운) 도와준대?
종배 (웃으며) 사정사정했지 내가. 우리 둘다 오바이트 직전에다 도저히 조미료
구분 못하겠다구. 낼 1시 30분까지 일루 오신대요.
도연 (반가운) 그래?...
종배 (룰루랄라하면서 가방 챙기는데)
도연 (갑자기 뭔가 생각난) 종배야, 너 전에 차 살 때 말야, 중고차 딜러하는
친구한테 샀다 그랬지?
S#24 세정집 거실 (저녁)
막 들어오는 도연. 소파에서 도연 보고 벌떡 일어서는 세정.
세정 (걸어오며 따지는) 스텝이 아퍼서 데려다줬다구? 스텝 누구, 여자야?
도연 (황당해서 멈칫했다가) 어.
세정 (더 열나는) 여자? 여자 누구, 담당이 뭔데!
도연 그게 뭐가 중요해? 약속 못지킨건 미안한데,
세정 (꽥) 담당이 뭐냐구! 뭐하는 여자냐구!
도연 푸드 코디네이터야. 됐니?
세정 (기막힌) 그 여자 때문에 날 바람맞혔단 말야? 택시 태워 보내면 되잖아!
어떻게 다른 여자 땜에,
도연 (말 자르며 강한) 다른 스텝이었대도, 누구든 데려다줬을거야.
아픈 사람이잖아.
세정 (화나는) 그래! 도연씬 그럴 사람이야. 아픈 사람, 힘든 사람, 어려운 사람
그냥 못 지나치지!
도연 (달래는) 알면서 그래. 대신 저녁 같이 먹을려고 일찍 들어왔잖아.
세정 (자기 얘기 계속하는) 근데 왜 내가 밀려야하는데! 나두 내 창업준비 바빠.
그래두 자기 땜에 새벽에 일어나 아침 차리고, 자기 옷 사러
돌아다녔는데, 왜 도연씬 아픈 스텝이 먼저냐구! 것두 여자!
도연 (답답한듯) 이 추위에 길바닥에서 쓰러지게 생긴 사람 팽개치고 와이프랑
점심 먹으러 달려가니?
세정 왜 못 그러는데? 누구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와이프가 먼저여야지!
도연 (어깨 다독이며) 화난건 알겠는데,
세정 (말하다 보니 평소 서운함으로 감정 퍼지는, 도연 손 팍 뿌리치며)
당신은 내가 자기 추억 버린게 그렇게 화나지?
난 (가슴 탁탁 치며) 이 살아있는 나, 이 오세정! 어?
이런 나를 안보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자기한테 화가 나!
도연 그게 무슨 말이야?
세정 (평소 서운함 터지는) 없는 사람 같단 말야, 내가! 내가 가서 만지고 찌르고
치대고, 그래야 그제야 나 있는줄 알고 본단 말야, 도연씬!
도연 (어처구니 없는) 말두 안되는 소리.
세정 가끔 그렇단 말야!
도연 (황당한) 너 기다렸니?
세정 (무슨 소린가? 보면)
도연 내가 실수할 때 기다렸어? (기막힌듯) 제발 이러지 말자, 세정아. 어?
(하다가 더 얘기 안하는) 그만하자. 약속 못지켜 미안하다. (서재로 가고)
세정 (또 어긋났다. 왜 이러지? 낭패스럽게 보고)
S#25 세정집 서재 (밤)
살짝 문 열어보는 세정.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도연 본다.
손에 책 든채 물끄러미 허공 바라보며 뭔가 골몰해있는 도연의 모습.
왠지 느낌 서늘해지는 세정, 불안한 듯 보다가 조용히 문 닫는다.
S#26 재민집 거실 (밤)
거실 바닥 걸레질하고 있는 서운.
깔끔한 양복 입은 재민, 외투 걸치고 방에서 나온다.
서운 (보는) 이 밤에 또 나가냐?
재민 예, 볼일이 좀 있어요.
서운 (타박) 아니 너는 맨날 낮이고 밤이고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 어딜
나다니냐?
재민 그냥요.
서운 (서운한) 콧구멍에 서울 바람 들어오니까 엉덩이가 들썩이냐?
그려! 에미는 꿔다논 보릿자루다!
재민 (웃으며) 그러니까 내려가세요. 저 혼자 있어도 된다니까요.
서운 (버럭) 갈때되면 가! 없던 살림 장만해 집꼴 맨들기가 쉬운줄 아냐?
재민 금방 들어올거예요. (나가고)
서운 썩을 놈... 기어이 어디 간다 말 안하지. (다시 걸레질하다가 멈추는)
S#27 동네 길 (밤)
걸어가는 재민. 서운, 털모자 눌러쓰고 목도리 둘둘 감고 몰래 따라간다.
무심코 뒤 돌아보는 재민. 서운, 이크 놀라서 고개 푹 숙이고 담벼락에 딱 붙는다.
재민, 별 생각없이 가면 다시 종종거리고 따라가는 서운.
S#28 지수 가게 앞
지수 가게 앞에 도착해서 안 기웃거리며 얼쩡거리는 재민.
서운, 얼마쯤 떨어져 몸 숨기고 재민 본다.
재민 (추운 듯 왔다갔다하며 지수가 언제 나오나 보고)
서운 쟈가 왜 저서 똥마련 강아지처럼 저런댜?... (하다가 간판 보는)
다, 인, 이, 네? (눈 커지는) 저게 다인이네면 에미 가게 아녀?
썩을놈, 죽어두 안갈켜주더만 너 오늘 딱 걸렸어... (하는데)
가게 불 끄고 나오는 지수, 출입문 잠그고 쇠막대로 셔터 내리려는데
누군가 쇠막대 잡는다. 지수, 놀라서 보면 천연덕스레 셔터 끌어내리는 재민.
지수 (황당한) 왜 이래?
재민 열쇠 줘.
지수 (무시하고 쪼그리고 앉아 셔터 자물쇠 채우려면)
재민 (얼른 쪼그리고 앉아 지수 손 치우며) 손 시렵잖아. (자기가 하고)
지수 (벌떡 일어서며) 정말 왜 이래!
재민 (일어서며) 추워, 얼른 가 쉬어.
지수 (발끈해서) 내가 그때 왜 이혼했는지 알아?
니들 죽이는 대신이었고, 나 죽는 대신이었어.
재민 (흠칫 놀라고)
지수 (기막혀) 이제와 변죽 좋게 굴지마. 더 징그러.
재민 그래서 포기 못해.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아니까, 그래서 포기 안해.
지수 (기막혀) 그건 또 무슨 어불성설이야?
재민 (진심) 내가 잘못한거... 다 돌려주고 싶어. 당신한테 상처준거, 모욕준거,
배신감준거... 다 갚아줄거야. 그거 못하면 나, 사는것도 아냐.
차라리 죽는게 낫지!
지수 (단번에, 소리치듯) 그럼 죽어!
재민 (흠칫하는)
서운 (저만치 숨어서 입 벌어진채 둘 보는) 죽어?
지수 (세정 본 분노 겹쳐) 왜 나타나서 이렇게 속을 뒤집니!
재민 (얼른) 당신 나 보면 속 뒤집어지지? 그거 아직 나 다 못버려서 그런거야.
아예 아무 감정 없으면 화두 안난대드라. 애증은 동전 양면하고 같대잖아.
나한테 아무 감정 안 남았음, 화두 안나야지. 나 보면 화나는 자체가...
당신 가슴에 아직 나 있다는거야.
지수 (듣다가) 웃기고 있네.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웃음 나는) 당신 정말
웃긴다. 뭐가 남어?
재민 (말하기 민망한) 그거... 있잖아, 미련...
지수 (확 오르는) 미련? 내가 그렇게 미련해보이니? 니들 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미련해 보였어?
재민 (영문 몰라) 니들 둘이라니, (하는데)
지수 (계속하는, 분노로) 그래서 하나는 이렇게 얼굴에 철판깔고 툭하면
나타나고, 그 여잔 이제와 나한테 다시 당신 가지래니?
재민 (헉 놀라) 그 여자... 라니?
지수 (떨리는) 오세정 만났어! 결혼도 하구, 여전히 도도하구 당당한 그여자!
얼마나 그 여자한테 허접하게 보였으면 당신... 지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데, 감히 적선하듯 당신하고 잘해보란 말을 해!
재민 (너무 기막혀 믿기지 않는) 정말이야? 정말 세정이가 그랬단 말야?
지수 안 믿겨? 난 기막혀!
재민 (굳는다. 분노로 일그러지고)
S#29 동네 골목 (밤)
괴로운 마음으로 걸어가는 재민, 울분에 어쩔줄 모른다. 후- 분 삭이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 조용히 따라온다. 재민, 갸웃하다 확 돌아보면
서운 (기가 차다는 얼굴로 보고 있다)
재민 (헉 놀라) 어머니! 놀랐잖아요.
서운 (표정 서늘해지며 귀신처럼) 내가 니 엄니로 보이냐?
재민 예?... (무표정인 엄마가 괜히 무서워지는) 아 왜 그래요? 겁나게...
(하다가 이상한) 전줄 몰랐어요? 왜 아는척 안했어요?
서운 어디 가서 하직할려나 궁금혀서 따라와봤다. (우습다는) 저승사잔줄
알았냐?
재민 (영문 몰라) 예?
서운 (가관인듯 보며) 이혼 안해주면 죽일 듯이 댐벼놓고, 인자 또 안받아주면
죽어? 아이구, 한입으로 두말하는 짐승 낳고 헬렐레 미역국 솥째 퍼먹었냐, 내가?
재민 (엿들었구나... 민망함에 자기도 모르게) 아 엄마!
서운 (등짝 확 후려치며) 얼릉 가! 갈 길이 구만리다!
재민 구만리라뇨?
서운 다인에미 맘 풀릴 길이 말여, 이 멍청한 놈아. (속상해서 가며) 순한 놈
성나면 무섭다더만 아주 잡드리는구만.
S#30 정선집 주방 (다른날)
아침 먹는 정선과 석주, 냉랭한 분위기에 각자 먹기만.
정선 (먹으며 안본채 슬쩍) 그 사람은 좀 어떻대요? 차반장인가?
석주 차반장? 아차, 아 내 정신. 거길 안 챙겼네.
정선 (톡 쏘는) 인부 관리 중요하다면서 걸 안챙기면 어떡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누라 구하다 다쳤는데.
석주 (멋쩍은) 있다가 당신이 좀 들러봐, 병원비랑 위자료 두둑히 챙겨줄테니까.
정선 (은근히 반가운) 내가?
석주 공사 어떤가 안주인이 좀 들러봐라. 나 혼자 살자고 짓는 집이야?
정선 나 좋으라고 짓는 집은 아니죠, 강석주 사장 가호에 필요했지.
석주 (무시하고) 가방 챙겨 놔, 낼 2박 3일 중국 출장 가.
정선 (별 관심없다) 알았어요.
S#31 공사장
돈봉투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정선과 명진.
정선 (이해 안되는) 아니 이걸 왜 못받겠다 그래요?
명진 (황당한듯) 너무 많잖아요. 어깨 반병신 된것도 아닌데 병원비 받음 됐지.
정선 (기막힌) 아니, 몸 던져 날 구해놓고 몇백이 많아?
(큰일 했다는듯) 나아, 우신석재 강석주 사장 사모님이예요.
명진 (성질나는) 내가 사모님이래서 구했어요?
정선 (에? 보면)
명진 똥개라도 구했어요.
정선 (황당한) 똥개?
명진 (불쾌한) 숨쉬고 사는데 위 아래 있어요?
<프래쉬컷- 7회 33씬에서 엑스레이실에서 수줍어하던 명진>
정선 어머... (속으로) 그때랑 딴판이네?... (새삼스레 명진 보는)
명진 (거침없다) 병원비만 주세요.
정선 (그런 명진 밉지 않다) 아니 그게 아니라... (하다가 무안해서 언성 높이는)
아니 아무리 그렇다구, 우린 고마워서 그런건데, 똥개하고 비굘해요?
명진 (듣고보니 그런) 비교가 아니라... (머리 긁적이며)
정선 똥개가 고맙다고 인사해요? 똥개가 병원비 물어주나? (서운한듯) 사람
성의를 무시하구 말야.
명진 (갑자기 순하게 웃으며) 그럼 점심 사세요. 예?
정선 (점심? 싫지않다. 새초롬하게) 뭐 먹을래요?
S#32 도로 + 명진 트럭
터프하게 운전하는 명진. 정선, 지저분하고 불편한 옆좌석에서 손잡이 잡고
앉아있다. 명진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요 흐른다.
명진 (따라서 흥얼거리는데 제법 잘 부른다)
정선 젊은 사람 음악 취향이 독특하네. 나이가 몇인데 이런걸 들어요?
명진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예요. (하는데 도로 턱 나온다)
정선 (차가 덜컥하는 바람에 엉덩이 들썩 올라가는, 놀라) 엄마야! (떨어지며)
아부지!
명진 어? 괜찮으세요?
정선 (엉덩이 아프다, 찡그리며)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해요?
명진 죄송해요. 저 혼자 다닐때 습관이 돼서요.
정선 (엉덩이 문지르며) 내 차로 갈걸.
명진 무슨 소리예요? 여자가 남자 차를 타야죠.
정선 여, 자?
명진 (무심히) 아무리 사모님이래두요. 운전 못하면 모를까, (고개 흔들며)
여자 운전하고 사내 자식이 옆에 널브러져가요? 운전 얼마나 힘든데.
정선 (제법 뭘 아네? 얼굴 펴지고)
S#33 곱창집
식당에 앉아있는 정선과 명진. 명진, 불판 위에 돼지곱창볶음 뒤적이고 있다.
허름한 식당 분위기와 곱창 번갈아보는 정선, 찜찜하다.
정선 (떨떠름함 감추고) 곱창을 볶기도 하네.
명진 (웃으며) 돼지곱창볶음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정선 (기겁하는) 돼지 곱창? 소곱창도 아니고 돼지곱창?
명진 (사람 앞에 기 안죽는다) 안 먹어봤어요?
정선 (끄덕이는)
명진 먹어봐요. 진짜 맛있어요.
정선 (내키지 않는, 젓가락으로 야채만 집어드는데)
명진 (곱창 하나 집어주며 타박하듯) 먹어요! 안죽어요!
정선 (기세에 자기도 모르게 하나 집어서 인상쓰며 입에 넣는, 찡그리며 씹는데
의외로 맛있다. 표정 풀어지고) 어머.
명진 (씩 웃는) 맛있죠.
정선 (멋쩍게 웃는) 고소하다. (얼른 다시 집어먹고)
S#34 홈시스마트 일각
부하 직원 플래너 혜진과 함께 냉난방기 고르고 있는 세정.
종업원 이 제품이 사무실용으로 좋습니다. 에어컨을 거꾸로 순환해서 난방을
하는거라, 한대로 난방하고 냉방을 번갈아 쓰실수 있거든요.
세정 (끄덕이며) 지금 바로 배달되죠?
종업원 그럼요.
세정 두 대요. 견적 뽑아주세요. 혜진씨, 그럼 이제 다 된건가?
더 사야될거 있어?
혜진 (들고있던 수첩 보며) 전자렌지하고 커피메이커요.
세정 (시계 보며) 회의에 늦진 않겠다. 배고프지? 빨리 처리하고 밥먹자.
혜진 근데 난방기 어제 남편하고 사러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세정 어? 어... (가볍게) 싸웠어.
혜진 (웃으며) 싸웠어요? 누가 이겼어요?
세정 내 전화만 기다리고 있을걸? (말해놓고 씁쓸하고)
S#35 지수집 지수방
외출복 입고 화장대에서 화장하고 있는 지수, 공들여서 파우더 톡톡 두드린다.
방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만화책 보고 있던 다인, 엄마 본다.
지수, 일어나서 옷맵시 살펴보다 다시 앉는다. 머리가 마음에 안드는 듯 손으로
묶어도 보고 풀어도 보고 하다가 드라이기 꺼내는데...
다인 (별 생각없이) 엄마 데이트 가는 사람 같애.
지수 (다인 잊고 있었다. 그말에 놀라 돌아보는) 뭐?
다인 이 옷 입어보고 저 옷 입어보구, 화장도 오래하구. (만화책 다시 보며)
거울도 보고 또 보고.
지수 (내가 그랬구나, 스스로 놀라 얼른 드라이기 놓는)
S#36 지수 동네 거리
생각에 잠겨 걷는 지수.
다인(소리) 엄마 데이트 가는 사람 같애.
지수 (당혹스럽다, 속으로) 정말 내가 왜 그랬지... (경적 소리 들린다. 돌아보면)
도연 (내리며) 여기예요!
지수 (놀라서 다가가는) 종배씨가 방송국으로 오라고 했는데요.
도연 추운데 버스 기다리고 춥잖아요. 집 어딘지 알았으면 집 앞으로 갈려고
했는데, 얼른 타요.
지수 (묘한 감정으로 도연 보고)
S#37 세정 사무실
난방기 들인 사무실. 책상 몇 개와 회의 탁자 등 대강 사무실 태가 잡혔다.
회의탁자에서 직원(파티 플래너 2명, 사무직 여직원 1명)들과 회의하고 있는 세정.
세정 은경씨, 인사장 명단 뽑았어?
은경 (사무직 직원, 파일 건네며) 여기요, 사장님.
세정 그냥 팀장으로 하자니까. (받아서 보고)
박실장 인사장을 따로 보내느니 아예 창업파티 초대장을 보내는게 낫겠어요.
세정 (보며) 창업식?
혜진 다음주쯤 창업식 해야되잖아요.
세정 (썩 내키지 않는) 어... 해야지...
박실장 다음주 언제쯤으로 할까요?
세정 (재민에 대한 걱정으로 망설여지는) 글쎄...
직원들 (이상한 듯 서로 쳐다보고)
S#38 세정 사무실 (상상)
회의 탁자 위에 뷔페음식 차려져있고 창업식 분위기 살리는 풍선과 꽃들로
단장된 사무실. 손님들 십여명 음식 먹으며 담소하고 있고
세정, 화사하게 차려입고 도연과 서서 다른 손님과 얘기하고 있다.
들어오는 재민과 석주.
세정 (헉, 놀라서 굳어지는데)
도연 (반갑게 웃으며) 어서들 오세요.
석주 축하해, 오사장.
세정 (굳어서 인사하면)
재민 (다가오는, 도연에게 악수 청하며 비웃듯) 이번엔 자네가 걸렸나?
도연 (무슨 말인가? 의아해서 보고)
세정 (사색되서 굳어지는데)
재민 (석주 돌아보며) 석주야, 너 누군지 궁금하다 그랬지?
나 망친 여자 말야. 내가 어떤 여자 때문에 이혼하게 됐는지 아냐?
(세정 똑바로 쳐다보며) 니 눈 앞에 있네... 오세정!
도연 (경악해서 세정 돌아보는)
S#39 세정 사장실
사장 ‘오세정’ 명패 놓인 책상에 앉았다가 퍼뜩 상상에서 깨나는 세정.
끔찍한 예상에 불안하다. 책상에 놓인 핸드폰 집어드는 세정, 통화목록 열어보면
도연 이름은 없다. 단축버튼 누른다. ‘남편’ 뜨지만 신호 가기 전에 끊는다.
서운한 듯 핸드폰 들여다보는 세정.
S#40 맛집
연포탕 먹고 있는 지수와 도연. 지수, 자기가 온 목적을 생각해서 심각하게 먹고 있다. 맛을 알아내기 위해서 이마도 찌푸리고 갸웃하기도 하면서 신중하게 먹는 지수.
도연 (그런 지수가 귀엽다. 웃음 참으며 보는데)
지수 (대하, 새우 등 해산물 뒤적이며) 해산물에다... (갸웃하며 떠먹고, 작게)
육수는 다시마하고 황태, 고추씨가 들어간거 같애요. (하다가 주인이
이 쪽으로 오자 이크, 지레 놀라서 고개 숙이고 막 먹는척하고)
도연 (푸하하 웃음 터트리는)
지수 (고개 살짝 들며, 무안한) 왜 웃어요? (얼른 주위 살피고)
도연 우리가 누군지 몰라요.
지수 네? 아... 그런가? (멋쩍게 웃고)
도연 조미료 맛 나요?
지수 (다시 얼른 주인 눈치보고, 밝게 웃으며 고개 흔들며 작게) 안나요.
도연 (2년만에 만나서 처음으로 밝은 지수 얼굴 본다. 찡해서 보고)
지수 (그 시선에 멈칫해서 보면)
도연 (따뜻한 미소) 웃으니까 보기 좋아서요.
지수 (민망한, 얼른 고개 돌리고)
S#41 맛집 앞
나오는 지수와 도연.
지수 다음 집은 어디예요?
도연 (웃음 난다) 먹고 바로 먹으면 맛 구별할수 있어요? 적당히 먹으라니까
그걸 다 먹어요?
지수 (멋쩍은) 주인이 와서 잘라주면서 맛있냐고 하니까... 남길수가 있어야죠.
도연 (계획 있는) 좀 쉬었다 먹어요. (예전처럼 놀리듯) 배불러 죽겠는데 뭘
갖다준들 맛있겠어요?
지수 (정말 배부르다. 배 만지며) 그럼 차 한잔 해요.
도연 차... 그래요, 나도 그럴려고 그랬어요. 가요. (가고)
S#42 중고차 매장
중고차들 서있는 매장 일각. 지수, 영문 모르는 얼굴로 마티즈 정도의 경차 옆에
서있는데 안에서 나오는 도연과 딜러.
딜러 마침 거기 계시네요. (도연에게) 저 차예요.
지수 (뭐야? 도연 보면)
도연 (차 둘러보며) 어때요, 이 차? (지수 보면)
지수 이거요? (아직 영문 몰라 마티즈 보면)
딜러 (지수에게) 정말 운 좋으세요, 이 정도면 거저예요.
지수 (놀라서) 네?
S#43 지수집 마루 (밤)
마루에 둘러앉아 과일 먹으며 얘기하고 있는 지수, 선녀, 민수, 다인.
지수 (신났다) 거의 공짜라니까?
다인 (신났다) 엄마, 그럼 우리도 이제 차 생기는거야?
지수 (웃으며) 어. 낼 가서 서류 다 하고 끌고 올거니까 기다려?
선녀 (타박하는) 코딱지만한 차, 것두 중고 사면서 낄낄 웃음이 나오니?
지수 (으쓱대는) 내가 벌어서 처음 사는 차예요?
선녀 그래 장하다 소리 듣고 싶냐? 다른 여자들은 남편 바람나 이혼하면
전재산에 위자료까지 받아 나오드라. 넌 뭐 잘났다고 살던 집 팔아 뚝
반을 줘? 대출 갚고 차 떼고 포 떼고 얼마나 된다고 그게!
지수 (다인 힐긋 보고)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우. 그만 해요, 좀!
민수 (이상한) 근데 언니, 어떻게 98년 식인데 150만원 밖에 안하냐?
나도 언니땜에 그 차 알아봤거든. 상태따라 다르지만 4,5백 하던데?
지수 그 차 타던 사람이 돈벌었대. 대형차 새로 뽑으면서 싸게 넘겼대.
민수 그래도 이상해. 그 중고차 딜러라는 사람, 그 차 제값 받아서 자기가 마진
챙길수 있는데 왜 차주인 가격대로 그대로 판대?
지수 (듣고보니 이상한) 그래? (갸웃하고)
S#44 지수방 (밤)
잠든 다인 이불 잘 덮어주는 지수, 문득 멈춘다.
<프래쉬컷- 씬에서 ‘웃으니까 보기 좋아요’ 하던 도연의 미소.
잠시 자기도 모르게 도연 생각에 젖어있던 지수, 어느 순간 퍼뜩 놀란다.
지수 미쳤나봐... 내가 왜 이러지... (스스로 당혹스런)
S#45 정선집 거실 (다음날)
출장 가방 들고 나가는 석주. 정선, 현관으로 따라 나간다.
석주 2박 3일인데 현지 사정봐서 하루 더 있을수도 있구.
정선 (늘상 그랬던, 건성) 다녀와요.
석주 어. (나가고)
정선 (돌아선다. 휑한 집 둘러보고)
S#46 마실
잘 차려입은 노신사 한명 있는 찻집. 노신사, 한번씩 선녀 쳐다보고
선녀, 그 시선 느끼지만 한껏 도도하게 카운터에서 시집 읽고 있다.
노신사, 선녀에게 말 걸려고 막 일어서는데
‘실례헙니다!’ 우렁차게 외치며 들어오는 서운.
노신사, 엉거주춤 섰고 선녀, 놀라서 쳐다보면
서운 (아주 공손하게 인사하는) 오랜만에 뵙네요, 사, 아니 한여사님.
선녀 (에? 한여사? 황당한듯) 여긴 웬일이세요?
서운 (헛웃음 웃으며) 웬일은요? 전직 사돈에서 이웃 사촌 됐은게 인사차
들렀지요.
선녀 (노신사 의식, 작게) 그게 지금 말씀이, 말이 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세요?
서운 (욱하지만 누르고) 과거에 우리 아들 땜시 심려끼쳐 죄송하다구
사죄 한번 못 드렸구 혀서...
선녀 (아... 알겠다, 샐쭉) 정서방, 아니 다인아빠가 가보라 그러든가요?
서운 예? 아이구 아녀유. 애비는 그저 이 말만 합디다. 여시한테 홀린거다.
그때 지 정신 아니었다구... 그 말만 하구 또 하대요.
선녀 (노신사 의식, 당황해서) 저기요, 지금 여기가 영업중이라, 사적인 말씀을
듣기가 쪼끔 그러네요.
서운 예? (노신사 돌아보고) 아 예... 지두 오늘은 인사차 들렀은게... 앞으로
종종 뵙겄습니다. (나가고)
선녀 종종? (황당해서 보고)
S#47 대학 건물 앞
차안에 앉아있는 세정, 막상 왔지만 쉽게 들어가지지 않는다.
교수실 쳐다보는 세정, 그 위로...
직원 (소리) 정교수님 요즘 매일 학교에 나오시는데요.
S#48 교수실
손에 책든채 고민하고 앉아있는 재민. 그 위로...
지수(소리) 오세정 만났어! 결혼도 하구, 여전히 도도하구 당당한 그여자!
<프래쉬컷- 28씬 중에서 ‘지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데, 적선하듯 당신하고 잘해보란 말을 해!’ 하던 지수>
재민 (그 분노 이해된다. 자책의 한숨 내쉬며 혼잣말) 어떡하나... (지수 마음
풀 방법 생각하는데 노크소리 들린다. 안본채) 네... (책 덮고 문 쳐다보면)
세정 (문 연채 들어와 서있다)
재민 (무심히 보다가 헉, 놀라고)
세정 (불편하지만 자존심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차분히) 오랜.. 만이죠.
재민 (좀전의 자기 감정 상태와 맞물려 타는 듯 쏘아보는, 천천히 일어서고)
세정 (순간 재민 반응이 약간 걱정되는, 멈칫했다가 미소 띄고 보는)
재민 (쌓인 감정 꿈틀댄다. 노기 띈 눈으로 보는, 말없이)
세정 (여전히 여유있는척) 제가 잘못 왔나요?
재민 (어느 순간 평정 찾으려 애쓰는) 앉지.
<시간경과>
탁자에 마주 앉아있는 세정과 재민. 재민, 팔짱끼고 세정 보고있다.
온몸과 마음을 던져 사랑했던 여자다. 분노와 애증으로 보는 재민.
세정 그동안 미국에 있었어요. 얼마 전에 귀국해서... 정교수님 소식 들었어요.
재민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런가?
세정 저... 결혼했어요.
재민 (차분히 끄덕이며) 그랬다더군.
세정 한번은... 찾아와 뵈야할거 같애서... 그래서 왔어요. (미소) 좋아보여서
다행이예요.
재민 (피식 웃는, 비꼬지말고) 결혼하더니... 너도 별수 없구나.
세정 (멈칫하고)
재민 창업식에 나타날까봐 걱정돼서 왔나?
세정 (사실 그렇지만, 웃으며) 뭔가 오해를 하셨군요. 전 단지, (하는데)
재민 남편한테 유부남하고, 더구나 강석주 친구하고 놀아났다고까진 말
못했나보네. 천하에 오세정도.
세정 (속 들키고 파르르 떨리지만 얼른 웃으며) 우리가... 놀았나요?
재민 (분노 누르고) 난 아니었지만 넌 그랬지. 아주 철저히 놀았지, 날 상대로.
처음부터... (비웃듯) 끝까지.
세정 (죽어도 자존심은 지킨다. 웃긴다는듯) 잘못온거 맞네요, 제가. (벌떡
일어서며) 차라리 화를 내지 그래요? 그럼 충분히 설명할수도 있는데.
재민 (오르는, 눌렀던 감정 새나온다. 벌떡 일어서며) 충분히 뭘! 미국까지
쫓아갈 정도로 가슴 속에 다른 놈 키우면서도... 끝까지 니 손아귀에 날
쥐고 있었던 이율 설명하겠다는건가?
세정 (그 기세에 멈칫해서 보면)
재민 넌 정말 속마음 속이는데 천부적이야. 날 속이고 니 감정을 속이고... 근데
지금 니 남편한테 과걸 속이긴 어렵나부지?
세정 (끝까지) 정말 우습군요. 결혼 전에 다른 사람 사랑했던게, 숨겨야 할
과건가요?
재민 정말 그렇게 겁나는게 없나? 그럼 창업식에 가도 되겠군. 가서 과거
남자로 남편한테 나서 볼까?
세정 (더이상 못숨긴다. 덜컥해서 보는)
재민 (그 표정에 더 화나는) 개 같은 짓은... 한번으로 족해.
세정 (무슨 뜻인지 아는, 모욕감에 굳어져 손 떨린다)
재민 (확실하게) 뒤에서 너 무는 일 없을테니까, 안심하고 창업식 해.
세정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괴로운, 안간힘써서 자기 지키며) 정말... 얘기가
이상한데로 흘렀네요. 이럴려고 온게 아닌데, (하는데)
재민 (매섭게) 더 이상 건방은 떨지마. 숙일때 숙이고 꿇을때 꿇어!
나나 애엄마... 건드리지마. 너만 자존심 있는거 아냐!
세정 (무슨 소린가? 했다가 아... 알겠고)
재민 (강한)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은 얼굴이야. (돌아서고)
세정 ...그러는게 좋겠네요, 서로. 그럼 안녕히 계세요... (돌아서 문으로 향하는데)
재민 근데 말야, 창업식만 무사히 넘기면 그만일까? 세상에 비밀은 없다던데,
세정 (멈칫서고)
재민 (동시에 돌아서며) 그 친구... 너하구 백팔십도 다른 인간이라며?
널 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아라.
세정 (속 다 들키고 모멸감까지 덤으로 받고 재민 보는)
S#49 건물 앞
굳은 얼굴로 걸어나오는 세정, 교수실 쪽 돌아본다.
일단 안심은 했는데 찝찝한 기분이다.
S#50 중고차 사무실 앞
걸어오는 지수, 사무실 문 열려는데 안에서 사람 나온다.
그 문 잡고 안 들여다보는데 딜러, 문 등진 책상에서 전화 받고 있다.
딜러 아, 구피디님! 벌써 차액 부치셨어요?
지수 (들어가려다 멈칫)
딜러 윤지수씨 아직 안오셨어요. 오시면 어제 말씀드린 금액만 받을께요,
걱정 마세요.
지수 (아!... 상황 파악되는, 얼른 문 닫는다. 충격이고)
S#51 거리
생각에 잠겨 걷는 지수, 뭉클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하고... 복잡하다.
S#52 지수방 (밤)
잠든 다인 옆에서 잠못 이루고 뒤척이는 지수.
도연(소리) 왜 2년 동안 당신 오해하고 미워하게 해요...
다인(소리) 엄마 데이트가는 사람같애.
지수 (안된다는 듯 고개 흔든다. 일어나서 가디건 걸치고 나간다)
S#53 지수집 주방 (밤)
식탁에 매실주병 놓여있고 지수, 잔에 든 매실주 마시고 있다. 복잡한 심정으로
마시는데 들어오던 민수, 멈칫 선다.
민수 불 켜있더니 언니였구나? (앉으며) 언니 웬일이야?
지수 어... 잠이 안와서. (마시고)
민수 물 마시러 나왔다가 술마시게 생겼네. (잔 꺼내며) 같이 한잔 하자.
<시간경과>
같이 술잔 놓고 앉아서 지수 물끄러미 보고있는 민수, 뭔가 이상한 듯 갸웃한다.
지수, 약간 취기 도는 얼굴로 처연하게 앉아있다.
민수 (이상한) 언니 오늘 좀 이상하다? 낮에 차 사러 가서도 그냥 오구.
왜 그냥 온거야?
지수 ...차 필요없을거 같애서.
민수 일하는데 왜 차가 필요없어?
지수 방송국 일, 안할거야. (또 따르고)
민수 (놀라) 안해? 아니 왜?
지수 그냥 좀... 그래... 부담스러워.
민수 (눈치 빠른) 언니 그 피디랑 무슨 일 있었니? 아니 있었지!
지수 (지레 놀라서 보는, 얼른) 있긴 뭐가 있어?
민수 있어, 있으니까 언니가 부담 느꼈지. 그러니까 방송국 일
안하겠다는거 아냐... (지수 살피며) 뭐야? 혼자 앓지말고 얘기해라.
지수 (취중에 감정 올라온다) 나 참 웃긴다 민수야.
이대로 있으면... 좋아질거 같애.
민수 (어? 했다가) 벌써 좋아진거 아니구?
지수 (놀라는) 뭐?
민수 언니 푸드코디네이터 될려구 1년 반 학원 다녔어. 장사하면서, 살림하면서.
좋아질거 같다구 일을 포기해? 어떻게 얻은 기횐데!
지수 너, 내가 어떤 일 당했는지 잊었어?...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 나 때문에
다른 여자 가슴 아프게 하지 않을거야... (떨리는)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자기 감정 누르느라 가슴 아픈) 그 사람 아내... 가슴 아프게 하는 일
안할거야, 절대로.
민수 (상황 안타깝고 기막힌) 그래서 언니가 미리 도망치는거야?
지수 (끄덕끄덕, 슬프게 웃으며 마시는데 눈물 툭 떨어진다)
S#54 방송국 외경 (다른날)
S#55 방송국 로비
걸어오는 도연, 스튜디오 쪽으로 가다가 멈춘다. 다시 돌아와서 보면
지수, 도연이 사준 수레에 식기 바구니 얹어서 끌고 오고 있다.
도연 (다가가는) 차 왜 안샀어요?
지수 (보는)
도연 안 갔다면서요? 차 싸다고 산다고 했잖아요.
지수 (아무렇지 않은듯) 생각해보니까 차 필요없드라구요. 지난번에 후임
구하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걸 깜빡했어요.
도연 (놀라는) 그게 무슨 말이예요? 오해 풀었잖아요.
지수 그래도 마찬가지예요. 불편해서 내가 싫어요. (가려는데)
도연 (자기도 모르게 지수 팔 꽉 잡는) 지수씨.
지수 (그 힘 느끼고 도연 보며, 주위 의식해서 작게) 제발 이러지 말아요.
말했죠? 나한테 신경 쓰지 말라구. 동정이든 뭐든, 아무것도 싫어요.
도연 (손놓고) 갑자기 왜 그래요?
지수 몰래 다른 여자 자동차 값 대신 내는거... 부인이 알면 어떻겠어요?
도연 (알았구나!) 그거 때문에 그래요? 미안해요, 내가 실수했어요.
그냥 지수씨 힘든게 자꾸 걸려서,
지수 (냉정하게) 나 이상한 여자 만들지 말아요. 도연씨 관심 없이도 여태
잘 살았어요.
도연 (다급한) 알았어요, 앞으로 조심할께요. 조심할테니까 일해요, 편하게.
지수 (찡해서 도연 보는)
도연 당신 상황 어떤지 아는데, 나 때문에 일 관두면... 내가 힘들어요.
지수 도연씨 아내... 도연씨 아내면, 분명 착하고 좋은 여잘거예요.
(간절히) 그런 사람한테 상처주지 말아요... 마음 아프게 하지 말아요.
부탁이예요.
도연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스텝 보고 더 말못하는)
지수 (마지막이라는 느낌으로 도연 보는)
도연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수 보고)
지수 (얼른 정신 차린다. 수레 끌고 스튜디오로 가는, 가슴이 아프다)
도연 (멀어지는 지수 보고 섰다)
S#56 스튜디오
세트 뒤에서 화병에 꽃들 꽂고 있는 지수, 첫 준비라 정신이 없다.
식기와 수저, 테이블 크로스 등의 준비물 탁자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긴장해서 일에 집중해있는 지수. 저만치서 보고있는 도연.
S#57 세정 사무실
각자 책상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세정, 사장실에서 급하게 나온다.
세정 나 간다, 창업식 초대장 마무리 부탁해!
혜진 방송국 가시는 거예요?
세정 어, 귀국해 첫 촬영이야. 마누라님이 응원 가야지! (뛰어나가고)
S#58 스튜디오
한선생과 여진행자, 요리 진행하고 있다.
탕평채와 돼지갈비찜 요리과정 몽타주로 짧게 보여지고.
한선생 달걀 지단 만들때, 녹말을 가라앉혀서 그 앙금을 넣어주면 더 좋아요.
진행자 지단이 더 잘 만들어지나요?
한선생 그렇죠, 부칠때 잘 깨지지 않아요.
진행자 (끄덕이며) 아 네...
<이하 대사부분은 뒤에 본방송 때 쓸 화면입니다>
한선생 탕평채는 전채요리로 아주 좋아요. 보기에도 깔끔하고 예뻐서 입맛을
돋궈주거든요.
진행자 이 탕평채는 조선시대 영조가 전쟁으로 고생할 때 드셨다고 하던데요.
한선생 (웃으며) 공부 좀 하셨네요? 고기와 야채를 같이 먹으니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수 있거든요.
S#59 주조실
화면으로 무대에 놓인 식탁에 그릇들 세팅하고 있는 지수 보인다.
그런 지수 착잡한 표정으로 보고있는 도연.
S#60 일식집
의자에 앉아서 메뉴판 보고있는 세정. 종업원 옆에 서있다.
세정 도시락 세트 특으루요... (갸웃하는) 스텝이 몇 명이라 그랬지? (세는)
도연씨, 조연출, 작가... 아, 푸드코디네이터, 진행자...
S#61 스튜디오
지수가 세팅한 테이블 무대 위에 놓여있고 진행자, 그 앞에 서있다.
종배 자, 가겠습니다! (싸인 보내면)
진행 오늘의 ‘멋!’은 우리가족 신년 상차림입니다. 좀전에 ‘맛’ 코너에서 소개한
탕평채와 돼지갈비찜이 지금 이 식탁에 올라와 있는데요, 얼마나 멋있게
차려졌는지 볼까요? (테이블 세팅 보면서) 너무 예쁘죠? 한해를 마감하는
의미로 어두운색 테이블 클로스를 썼구요, 새해 화사한 이미지를 이
흰색과 골드빛 식기, 그리고 센터피스에 담아봤습니다.
<시간 경과. 이하 대사는 본방때 보일 화면입니다>
진행 (테이블클로스 설명한다) 주부님들, 보통 테이블보라고 말씀하시는 이
테이블클로스... 대부분 사시죠? 근데 이거 집에서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동대문 시장 아시죠? (식탁보 만지며) 거기 가시면 한마에 3,4천원
이면 구할수 있는 천입니다. 4인용 식탁이면 2마, 6인용은 2마 반 정도
들어요. 일년 내내 같은 테이블보만 사용하지 마시고, 특별한 날이나 가끔
주방 분위기를 바꾸고 싶으실 때 한번 나가보세요.
잔뜩 긴장한 지수, 두손 꼭 잡고 세트 뒤에서 삐죽 고개 내밀고 보고 있다.
S#62 방송국 현관
들어오는 세정, 일식집 쇼핑백 잔뜩 들고 있다.
S#63 스튜디오
녹화 끝나고 자리에서 우르르 일어서는 방청객들, 나간다.
뒤에서 보고있던 지수, 안도의 숨 내쉬는데
종배 (보고 웃으며) 수고하셨어요.
지수 무사히 끝나서 정말 다행이예요.
선경 점심도 못 드시고, 시장하시죠?
지수 아냐. 선경씨, 나 손좀 씻고 올께요. (방청객들 뒤이어 나가는데)
도연 (주조실 쪽에서 오다 지수 본다)
지수 (멈칫하는데)
도연 (다가오는, 미소) 잘했어요. (진심인) 정말루요. 화면으로 보니까 배색
좋았어요. 센터피스도 독특했구요.
지수 (처음 듣는 인정에 뭉클해지는, 고개 숙이며) 감사합니다. (가려는데)
도연 후임 안구해요, 나.
지수 (멈칫, 돌아보며, 단호한) 구하세요. 저 안합니다.
도연 윤지수씨 스타일 맘에 들어요. 후임, 안 구합니다. (세트로 가고)
지수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도연 돌아본다)
S#64 화장실
들어오는 지수, 긴장 풀리자 맥빠진 듯 잠시 쪼그리고 앉는다.
일어나서 손 씻는 지수, 거울 들여다본다.
처음이자 마지막 일이다... 짠해서 보다가 위로하듯 ‘잘했어, 잘한거야...’ 하는 지수.
S#65 스튜디오
들어오는 세정, 어수선한 세트에 놀라 뒷정리하고 있는 종배에게 다가간다.
세정 촬영 벌써 끝났어요?
종배 예, 근데 어떻게 오셨어요?
세정 저기... (둘러보다 지수 테이블 세팅 보고 섰는 도연 보는, 밝게) 여보!
도연 (돌아보는, 놀라고)
S#66 스튜디오 앞
걸어오는 지수, 막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종배 목소리 들린다.
종배 (소리, 반가워서 큰소리) 아니 도연이형 형수님이세요?
지수 (멈칫하는, 입모양으로 ‘형수님?’... 선뜻 들어갈수 없다. 조심스럽게
안 들여다보는데)
S#67 스튜디오 안
밖에서 살짝 들여다보는 지수. 종배와 마주 서서 오는 도연 보고있는 세정.
지수 시선으로는 세정 뒷모습만 보인다.
S#68 스튜디오 앞
들여다보던 지수, 할수 없다, 들어가야지... 웃는 표정 연습한다.
도연 (다가오며 황당한듯) 웬일이야?
세정 (웃으며) 남편 첫 촬영 응원왔지. (이 참에 도연과 풀고싶은, 반갑게 가서
도연 팔짱끼며 돌아서는)
웃으며 들어서다 세정 얼굴 한눈에 알아보고 경악하는 지수에게서 엔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