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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History -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2회(2005.12.24.)
미약하지만 의미있는 첫 걸음
개인적으로는 정말 우연히 무한도전 첫 방송을 시청한 게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초창기 무한도전의 모습은 안습 자체였다. 지식이나 체력이나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랑하는 연예인들이 모여 황소와의 줄다리기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대결을 펼치며 보여주는 지지리 궁상짓은 도대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모자란 짓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차승원이 게스트로 출연한 연탄 나르기 편에서 그들이 웃기기 위해 정말 사력을 다 하고 있다는 진심이 약간 전달되었을 뿐 4%에 불과한 시청율이나 포맷의 진화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나는 매주마다 무한도전을 시청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그들의 매력을 알아갈 무렵 무한도전 시즌2 "무(모)한 도전 퀴즈의 달인"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무한도전이 지금의 형태로 본격적인 진화를 시작하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게 이 시기였던 것 같다. 실외에서 하던 게임을 실내로 옮겨옴에 따라 생존을 위한 견제와 협력은 더욱 강화되었고, 멤버들 각자의 고유한 캐릭터화가 이루어졌고, 순간적인 상황극을 펼칠 여지가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는 게 이 시기에 이루어진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당시의 무한도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자칭 "머리가 좋아지는 게임"이라 불리는 아하 게임은 쿵쿵따 게임의 변형이었고, 정답이 발표되는 동시에 방석을 끌고 재빨리 나가 정답을 마추는 일명 방석 라이더는 유재석과 김제동이 진행하던 해피투게더의 "퀴즈! 속전속렬! 꿇어-yo!"의 모방이었다. 또한 차분한 목소리로 "사내방송입니다. MBC"를 외치던 마봉춘 아나운서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상상 플러스의 노현정을 차용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일과 함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은 그것이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 묻는 일이다.
우선 문제를 틀리면 머리로 박을 깨뜨리는 아하 게임에서는 멤버들 간의 갈등 관계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캐릭터화가 이루어졌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유재석은 메뚜기/비디오 청년, 박명수는 벼멸구/닭집 사장, 이윤석은 이교수/방아깨비, 정형돈은 어린 뚱보, 노홍철은 Dr.No로 불렸다. 그런데 노홍철이 이 에피소드에서 최초로 등장한 시간차 공격으로 박명수를 공격하자 박명수는 당황해서 멕시코를 시코멕으로 대답하게 되고, 이에 정형돈이 뭐가 그렇게 시커멓느냐고 비아냥거리자 박명수가 이런 건방진 뚱보 하고 비난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순간이 건방진 뚱보라는 정형돈의 캐릭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또한 노홍철을 견제하는 박명수와 그런 박명수에게 대드는 노홍철의 관계 역시 이 게임을 통해 더욱 강화되며, 아무에게나 버릇없이 대들고 사생활 폭로를 일삼는 하하의 등장으로 인해 멤버들의 관계는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0박의 난"이라 불리는 0박팀 vs 연합박팀 간의 대결 구도나 1:1 대결 배틀은 무한 이기주의의 세계관을 더욱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공동의 적을 위해 오늘은 손을 잡지만 내일은 오늘의 동지가 적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하 게임은 이처럼 게임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기 보다 게임을 통해 드러나는 멤버들의 본심과 권력관계 그리고 그에 바탕한 캐릭터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상황극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게 되는 또 다른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MBC는 어떻게 마봉춘이 되었나
이번 에피소드에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그 중에서 MBC가 마봉춘이 되는 과정은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사내방송입니다. MBC"라는 멘트가 들리자 정형돈이 MBC는 사람 이름의 이니셜이 아닐까 하고 운을 뗀다. 그러자 하하가 M은 문 씨가 아닐까 제안을 하자 노홍철이 문병?까지 이어받고 다시 이를 이어 문병천(정형돈), 문병춘(하하), 문봉춘(정형돈)에까지 이르자 갑자기 이윤석이 봉춘 씨! 하고 상황을 정리해 버린다. 순식간에 MBC가 마봉춘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들의 놀라운 순발력과 재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팀웍크가 유감없이 발휘된 또 하나의 장면은 유재석이 쌍박이란 말을 꺼내자 순식간에 쌍박송이 만들어지고, 멤버들이 저마다 람바다 음악에 맞추어 삼바 춤을 추는 장면이다. 브라질 무희들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빨간 방석으로 그들을 흉내내며 쇼 오락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모습을 "땡땡(tintin)"이란 무한도전의 한 리뷰어는 다음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 아무 개연성도 없는,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난장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해치우는 정신나간 사람들을 보면서 전 개인적으로 제 머릿 속도 하얗게 표백되는 걸 느꼈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즉석에서 쌍박이란 단어를 지어낸 것도 모자라 쌍박송을 만들어내고, 바로 다음 주부터 쇼의 중요 요소로 채택하는 기민함을 보여주는 모습은 이 사람들이 웃음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실로 대단하다는 말 외엔 표현이 어렵죠."(tintin)
이처럼 멤버들의 말 한 마디 혹은 표정이나 실수를 캐취해서 하나의 오락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협동작업은 그 뒤 "알래스카 특집"에서 "하나마나 송"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처럼 무한도전의 고유한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다시 말해 무한도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쇼 오락적인 요소들은 웃음의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멤버들의 동물적인 본능과 이를 집약해서 응축시키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재능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결과이다.
멤버들의 순간적인 협력이 빛을 발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왜 크리스마스를 X-MAS라 부르는가 묻는 박명수의 질문에 대답하는 유재석의 애드립도 재미있었지만, 그 뒤에 펼쳐지는 작은 소동은 짧은 순간에도 사소한 사건을 웃음 포인트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들만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 하하 : (박명수에게) 왜 맥을 끊으세요!
- 박명수 : (호통을 치며) 내가 말을 하잖아!
- 하하 : (소리를 지르며) 언제까지 호통 개그 할거야!! 이제 슬슬 지겨워.
- 박명수 : (하하의 말에 상처를 입고 하하로부터 등을 돌려 유재석 쪽으로 앉는다.)
- 정형돈 : (박명수의 방석을 붙잡고 다시 하하 쪽으로 돌려서 박명수가 하하를 향하게 한다.)
하하와 박명수의 말다툼으로 끝났다면 캐릭터들의 단순한 충돌로 볼 수 있는 사건이 정형돈의 개입으로 인해 보다 입체적인 형태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형돈은 마봉춘이란 이름이 탄생하는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용하지만 웃음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좋은 선구안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무한도전 전체 멤버들 중에서 유재석을 제외하면 거의 정형돈만이 사건 전체를 요약할 수 있는 중요한 멘트를 날리는 유일한 존재이다. 정형돈이 쇼를 펼치면서도 쇼 전체를 꿰뚫어볼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약간 부정확한 발음만 교정하면 유재석 못지 않은 훌륭한 MC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정형돈이 이후 "네 멋대로 해라 특집"에서 유재석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었던 까닭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잠재되어 있던 재능이 성장해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진행자로서 그의 재능은 지금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유쾌한 반칙의 세계
이 시기에 등장한 아하 게임이나 방석 라이더는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동에서 보다 큰 웃음이 유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게임이란 형태는 프로그램 전체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하여 웃음이 유발될 수 있는 안정적 기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보다 흥미로운 사건과 소동은 게임 자체를 중단시키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서 유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무한도전 내의 모든 불화의 진원지는 박명수였다.
박명수는 처음 등장한 하하에게 우리나라 국악의 5대 음계가 무엇이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유재석에게 왜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 하느냐 등의 맥락과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져 흐름을 깨뜨리거나 녹화 중에도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듣지 않고 혼자 멍하게 있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그러한 행위조차 박명수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건 유재석이라는 특출난 동반자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본인조차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유재석과 박명수의 관계는 일방적인 의존적 관계로만 정리될 수 없는데, 유재석은 박명수와의 개그 콤비를 이루며 강호동과는 보여줄 수 없는 독특한 개그 세계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크리스마스를 왜 X-MAS라고 부르는가를 묻는 박명수의 질문에 유재석이 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애드리브가 뛰어난 유재석조차 피할 수 없었던 대형 사건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그건 유재석의 "브라질" 사건이다. "브라질"이라는 단어가 지닌 위험성은 이미 그 이전 에피소드에서 김성수에 의해 노출된 바 있는데, 그보다 더 큰 실수를 유재석이 저지르게 된다. 남성의 생식기 중 일부를 지칭하는 그 단어를 유재석이 내뱉는 순간 촬영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미 비디오 청년으로 낙인이 찍힌 그였기에 멤버들은 밤에 잠을 안 자고 무엇을 하느냐고 추궁을 하게 되고, 정형돈은 도대체 브라질이 어떤 나라이기에 우리에게 이런 큰 시련을 주는가 안타까워 한다.
이 부분에서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은 유재석이 정색을 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부분에서 연출된 기자 회견장 분위기와 그 뒤에 흐르는 인간극장 테마송이다. 서서히 이 시기부터 편집과 연출이 무한도전의 세계 안으로 깊숙히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재치있는 자막의 사용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아하 게임이 정신이 맑아지고 육체 피로가 풀린다며 너스레를 떠는 박명수의 말에 "치킨집 사장님 사용후기 삶의 질까지 개선?!" 정도의 자막이 앞으로의 전조를 예견하게 할 뿐이다.
하하가 무한도전에 가져올 변화들
하하는 2005년 6월 4일에 방영된 무모한 도전 7회 "동전 분류기 vs 인간 동전분류"편에서 게스트로 이미 출연한 바 있지만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로 등장한 건 이번 에피소드부터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습을 드러낸 하하는 시종일관 유들유들하고 건방진 모습으로 무한도전도 간당간당하다거나 유재석도 많이 약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다른 멤버들은 특유의 무한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떨떠름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박명수는 자신들의 에어리어에 들어온 건 좋지 않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던 박명수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케이블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노홍철과 단짝을 이루어 아옹다옹하는 다른 멤버들을 지켜보며 우린 저렇게 늙지는 말자고 다짐하거나, 형들이 자랑스러웠었는데 하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젊은 피로서 앞으로 무한도전에 그가 가져올 새로운 긴장과 활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고 있다. 또한 무한도전이 특유의 정신없음과 시끄러움으로 무장하게 되는 데에는 그와 노홍철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긴장을 한다며 다른 멤버들을 비난하던 하하는 박을 한 대 맞고 나서 놀랍도록 빠르게 무한도전의 세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명수가 "가족/가족들"로 분란을 일으키자 하하는 자신의 아버지 성함(하윤국)과 어머니 성함(김옥정)까지 게임에 끌어들여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어거지와 분란거리를 만들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하하는 무한도전이 실제 현실(사생활)의 영역을 방송 내로 흡수하게 되는 계기를 이미 자신의 등장과 함께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진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글은 텔존에서 갖고온 자료 입니다..역시 텔존에 심도있는 글들이 많이 있네요..^^
첫댓글 근데 사진에 최현정 아나운서는 왜.....? ^^;
요사진이 최아나가 노래부르면서 도니를 쳐다보는 장면이라지요..마지막에 좋다란 한마디하고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도 가린다는...ㅋㅋ
좋은글이네요~ ^^
역시 도니는 이런글을 서술하는 이들에게 인정받는 몇 않되는 mc라는 결과가 나올수 밖에 없죠..^^
왠지 보는 제가 뿌듯해지는 글이라는 ㅎㅎ
자꾸 도니형 이름만 찾게되는 1人,,,ㅋㅋ 다른 것들은 다 필요없다능,,ㅋㅋ 와하,,,ㅋ 도니형 멘트정리의 귀재,,,ㅎㅎ 화이팅~!
나만 이런생각을 한게 아니었군요~ 이글 맘에 들어요
다음 무도겔 똘아빠님 글입니다. 기사는 아니에요.
아,, 건뚱이 저렇게 나온거군요..^^ 정말 도니오빠에게서 시작된 많은 웃음들이 자랑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