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역
12월 초의 늦은 아침 ‘나’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운명적인 여인 ‘클로이’와 조우한다. 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낭만적 운명론”에 젖어 단박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초기에는 서로를 “이상화”하고 서로의 말과 행동에서 “이면의 의미”를 찾고 “정신과 육체”를 결합하려고 시도한다.
‘나’는 만남이 잦아지면서 “사랑이냐 자유주의냐”를 놓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끝없이 상대의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고, 결국 “사랑을 말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윌이라는 친구가 ‘나’한테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라고 묻는 동시에 클로이와 윌은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에 ‘나’는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고 클로이를 붙잡기 위해 “낭만적 테러리즘”, 즉 엇나가는 사랑을 되돌리려고 억지를 쓰나 실패하고 만다.
클로이가 윌을 택하자 ‘나’는 삶이 무의미해지는 동시에 그들에게 침묵으로 시위하고자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결국 미수에 그치고 ‘나’는 예수 콤플렉스(스스로 고통을 받도록 선택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아프게 깨닫는다. 그후 나는 “심리적 운명론”을 좇아 그녀 없는 삶, 곧 “생략”도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실연의 상처를 극복한 ‘나’는 “사랑의 교훈”을 깨닫고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30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알랭 드 보통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70만 부 판매를 기념하여 산뜻한 표지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두 젊은이에 관한 이 소설은 연인이라는 특별한 관계와 사랑의 감정을 놀라운 깊이로 그려내며 출간 직후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사랑에 빠지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허점을 넘어서고 싶어 하는 인간 희망의 승리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 흥미로운 소설은 사랑에 관한 철학적 명상으로 가득 차 있다. 드 보통은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마르크스, 역사, 종교, 문학을 끌어들여, 첫 키스부터 말다툼, 그리고 화해에 이르기까지, 또 친밀함과 부드러움부터 불안과 상심에 이르기까지 연애의 진전을 그려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사랑의 딜레마를 완전히 현대적인 방법으로 풀어보려는 독특하고 도전적인 시도이다. 드 보통은 색다르고 독특한 것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지극히 평범하고 뻔한 연애와 사랑을 철학적인 현미경 아래에서 찬찬히 뜯어보면서 우리 모두가 미처 모르던 의미들을 세심하게 발견해낸다. 대다수 사람들이 연애를 경험하며 사랑에 대해서 일가견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드 보통은 그런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새로운 통찰과 깨달음을 더하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설처럼 흘러나가는 이야기와 얼핏 딱딱해 보이는 철학적 사유가 얽히면서, 때로는 뭔가 입안에서 계속 씹히고 터지는 느낌이 드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때로는 온탕 냉탕을 왕복하는 것처럼, 어떤 청량감을 맛보게 된다. 드 보통은 자전적인 경험과 풍부한 지적 유머를 결합시킨 연애 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90년대식 스탕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은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였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며, 사랑, 불안, 행복, 예술, 미디어, 직업 등 현대인의 관심사를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위트 있게 풀어내는 능력을 지닌 덕분에, 내는 책마다 2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에는 ‘인생학교’를 설립하여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는 대부분 자기 이해와 의사소통의 결핍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전파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 위로, 변화의 계기를 선사하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여행의기술》, 《일의 기쁨과 슬픔》 외 다수가 있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