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생강차 한 잔, 사과 한 개, 만보 걷기는 요즘 내 생활규칙이다. 덕분인지 얼굴이 까맣게 탔다. 몸무게는 그대로다. 머리는 핑크빛 코팅을 했다. 한국에 가면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염색을 오래 했더니, 머리카락이 이상해졌다. 그런데 핑크물을 들이니, 몇 달 염색하지 않고 코팅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번 고국 방문 중에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친구가 대명 콘도를 예약해 주기 위해서 제주도에 나보다 하루 먼저 가 있겠다고 했다. 고마운 친구다. 우리 어머니 생전에 나 대신 자주 요양병원을 방문해서 내가 빚을 진 친구다. 내가 제주도에 처음 간 것은 육십 년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다. 그 때는 목포에서 배로 갔기 때문에 거의 모든 친구들이 배멀미를 했지만 나와 친구 몇은 멀미를 하지 않았다. 주로 갑판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작은 키, 누더기옷에 삿갓 모자른 쓰고, 손에 막대기 하나 들고 가는 어린 목동이었다. 그의 모습은 지금도 외로움의 민낯으로 남아 있다. 무더운 여름날, 등이 땀으로 젖은 소년이 팔리지 않아 거의 녹아 가는 '아이스케이키'를 외치는 고달픔을 떠올리게 한다. 그 때 생물 선생님은 내게 제주도에서 식물채집을 해 오라며 오십 센티 길이의 끈이 달린 녹색 양철통을 하나 주셨다. 생물채집통이 문제였다. 어디를 가나 통을 메고 다녔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제주시와 서귀포를 연결하는 횡단도로를 차로 올라가는 도중, 차가 한라산 중턱쯤에서 갑자기 스톱했다. 고장난 차 때문에 학생들은 신나서 가까운 숲속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나도 얼른 뛰어나가 식물들을 눈여겨 보았지만 내가 채취할 만한 식물은 없어서 풀 몇 포기쯤만 통에 넣어 가지고 왔다. 사실, 내 손에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그 도로 이름이 지금 갑자기 떠올랐다. 5.16 도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아직도 그 도로 이름이 5.16 도로다. 5.16 도로의 개명 움직임이 제주도민 사이에 몇 번 있었다고 한다. 서귀포 신문이 인터넷을 통해 개명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변경해야 한다는 도민이 87.3 %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무슨 연유인지 도로명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 이유를 제주도 주민의 무관심과 현재지사의 의지부족이라고 언급한다. 고 박정희 대통령 쿠테타 3년 전인 1958 년에 일제시대에 만든 도로를 복구하는 1차 공사가 있었고, 1969년 박정희 재위 시절에는 도로 포장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박정희는 이 도로를 5.16 도로라고 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고서도 왜 지금까지 그 이름을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 일제시대에 도로 이름은 '하치마키' , 도로가 머리대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일본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이 도로의 정확한 명칭은 1131 지방도다. 원래는 11번 국도였지만, 제주도가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로 바뀌면서 1131지방도가 된 것이라고 한다. 1131 지방도. 다른 무슨 이름이 필요할까? 뉴질랜드나 호주는 큰 도로는 이름 대신 숫자를 사용하니, 간편하고 정확하다. 같은 도로 이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나는 사십대 초반에 두 번째로 제주도에 가족 여행을 간 일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나의 선친께서 제주도에 징병되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1944년 일제는 제주도에서 최후 결전을 준비하며 당시 학교에 근무하시던 선친을 학도병으로 끌고 갔다. 선친께서 제주도에서 일 년 반 동안 계시며 무슨 일인들 하지 않으셨을까? 올 시월 초 세 번째로 제주도에 가면 올레길 10코스 17.5 km, 송악산 해안 진지 동굴을 둘러 보며 선친의 행적을 조금이나마 찾고 싶다. 딸, 아들 가족과 함께.
첫댓글 임총무님 ? 올해는 그리운 사람들, 언제 어디서 모이나요?
처서에 가을 소리 열매가 익는,
생명의 숲으로...
반갑습니다. 갈등이 거미줄 같은 세월이라, 곧 풀려야 할 텐데...
제주에 머물고 계신 듯... 윤수 님은 저와 비슷하게 치료 회복 중이랍니다.
모임에 대한 좋은 생각이신데 의견을 모아 보겠습니다. 임선생님과 연락도요...
저도 많이 회복 되고 있답니다. 행복한 나날이심을 빌며... .
2019. 곰나루모임은 롯데관광기획상품을 추천한 김춘자님의 제주도여행(11.5~1.24)아시아나항공. 2박3일 4인실, 17만원(할인가 적용)이 있는데, 체류시기가 맞지않아 어려울거라 생각이 되고요,
경중님의 국내체류기간에 맞추어 공주에서 한 번 만나는 기회를 만들면 어떠할까 하네요. 국내에 언제까지 체류할 건가요?
회장님이 회복 중이시라고요? 병원에 계신 건가요? 총무님도요? 아무튼 빨리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며칠 전에 가족이 남섬 기차여행을 하고 왔는데, 옆자리에 메씨대학 동창 남자 세 명을 만나 이야기했는데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동창모임에 간다고 해서 우리도 만난다고 이야기했지요.
저는 한국에 9월 10일 도착해서 한 달 동안 있다가 10월 9일 돌아올 예정이에요. 공주에 오실 때까지는 두 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대합니다.
무리하시지는 마시고, 건강이 허락하면 언제 만날지 알려 주세요.
그렇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10월 초순 쯤, 고마나루에서 모이는 것으로 추진하겠습니다.
회장님, 총무님이 건강하셔야 곰나루가 건강하고 편안할 텐데.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저는 9.30일에 제주도에 도착해서 10월 3일 제주도에서 돌아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