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찬조출연 했던 그 청년백수는 지금 뭐할까?”
며칠 전 백수신세인 저를 위로한답시고 술 한잔 사준 친구가 꺼낸 말입니다. 생각은 기억 저편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이던 그 때로 돌아갑니다. 친구는 술 먹다 말고 이명박 후보에게 ‘살려주이소~’, ‘제발 살려주이소~’하며 절규하던 한 청년실업자의 절규를 떠올린 겁니다.
술잔을 바라보며 벌써 아련해 진 1년 6개월 전의 과거에 머물고 있을 때, 친구는 한 마디 더합니다. “그거 기억나냐? 총선 때 나온 한나라당 배너광고...” 기억이 아니라 본 기억도 없어서 집에 와서 찾아봤습니다. 그 광고가 뭔지. 아쉽게도 배너 전체를 볼 수는 없었지만 몇 컷 정도의 그림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입은 체육복 패션을 한 남자가 주인공이더군요. 내용은 뭐 뻔하더군요. 백수로 지내던 한 사람이 삐까뻔쩍한 양복을 입은 직장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는 그런 내용. 정말 ‘깼던’ 것은 백수에서 직장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그 수많은 청년들이 살포시 왼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던 것입니다. 당연히 그 ’V'는 기호 2번 한나라당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두 장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노란 추리닝을 입은 제 모습과 멋있는 양복을 걸친 친구(아까 언급한 술 사준 친구^^)가 오버랩 되는군요. 그렇다고 제 친구가 어디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그런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취직은 했지만, 언제 저와 같은 백수 신세로 돌아올지 모르는 청년 인턴제 사원입니다. 어제 낮에 저한테 전화를 해서 그러더군요. 어디 대학에 서류배달 간다고. 그럴 것이면 퀵서비스를 부를 것이지 왜 니가 직접 가냐고 묻자, 친구는 어차피 안에 있어도 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 편하다고 하더군요. 졸업하고 3년째 도서관에 함께 다니던 친구가 취직됐다는 말에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지만 친구가 정부의 ‘전시 행정’의 희생양이 된 것 같아 마음만 아픕니다.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친구와 투표를 포기한 나
생각은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1년 6개월 전에 머뭅니다. ‘잃어버린 10년’, ‘경제 대통령’, ‘깨끗하고 무능한 것보다 부패해도 유능한 것이 낫다’라는 당시 유행어들. 앞에서 얘기한 친구와 저는 도서관 앞 벤치 앞에 앉아 자판기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침 튀겨가며 토론했습니다. 친구는 이명박 아니면 답이 없다 했고, 전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했습니다. 결국 친구는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전 투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서 투표를 안했기 보다는 투표할 시간에 책 몇 자라도 더 보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컸던 이유였습니다. 비록 투표를 안하긴 했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조금 기대했습니다. 그래도 CEO 출신 대통령인데, 경제 하나만큼은 꼭 살리겠다고 약속한 사람인데 하는 기대에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약속했던 ‘반값등록금’ 공약과 청년실업 문제를 조금은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런 실낱같은 희망들은 산산이 깨지고 후회의 단어들만 주워섬기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공약은 우리들의 희망을 ‘반토막’ 내버렸고, 청년 실업자들에겐 눈높이를 낮추라 말합니다. 잡음만 들리는 ‘라디오 연설’정치에 유턴없는 ‘일방통행’까지.
사범대생인 내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유
한 개그우먼의 유행어가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정치 참 쉽습니다. 표 얻어야 할 땐 있는 공약, 없는 정책 다 들이밀어 놓고 이젠 ‘나 몰라라’ 합니다. 먹튀도 이런 먹튀는 없네요. 모든 정치는 다수의 ‘무관심’에 기초하고 있다는 말이 얼마나 커다란 경고를 담고 있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제가 학점 관리에, 아르바이트에, 취업 준비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을 때 우리의 정치인들은 얼마나 쾌재를 불렀을까요. 신문의 정치면보다는 취업란, 구직란에 더 관심을 가졌을 때 정치인들은 기립박수를 쳤을테지요.
저는 나이는 32살인데, 교사가 꿈이어서 새롭게 사범대에 진학했습니다. 부모님도 교사를 하겠다는 저의 꿈을 말리지 않으셨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도와주셨습니다. 올해로 2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는데, 워낙 경쟁률이 높은지라 부모님도 많이 속상해 하시면서 올해까지 해보고 어려우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게 어떻냐는 말씀을 하십니다. 교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그렇게 기뻐하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올해는 꼭 붙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마음 만큼이나 현실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2학기부터는 교사인턴제도까지 시행한다고 해서 가뜩이나 적은 임용고시 선발 인원이 줄지 않을까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몇 백원만 카드 빚을 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당장 생활할 돈과 공부할 돈이 떨어져서 학원 강사라도 구할 심정으로 수 십 군데나 이력서를 넣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사범대 졸업생 신분인지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졸업생보다 시급을 덜 줘도 되는 사범대 재학생들을 쓰겠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음주부터 일주일간 하는 방과후 학교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10여 군데나 지원했는데, 겨우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번 몇 십만원으로 얼마간은 생활하겠지만, 앞으로의 생활을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이 지긋지긋한 고생이 올해로 끝난다는 희망만 있으면 어려워도 참겠는데, 그 희망마저 점차 더 줄어드니 기운이 빠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청년세대, 이제는 나서야 합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저의 이 분노가 단지 분노로 끝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한 동안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불현 듯 생각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저는 잃을게 없습니다. 오직 잃을 것이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학자금 융자(등록금)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가 아닐까요. 지킬 것이 없다면 용감해진다고 했나요? 그래서 용기를 한 번 내봅니다. 지금은 저 혼자지만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생각은 확장되어 불가능 할 것 같은 상상에 이릅니다. 2002년 광화문을 붉게 물들였던 붉은 악마처럼, 작년 시청 앞 광장을 발갛게 수놓았던 아름다운 촛불같이 수만의 청년 실업자들이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인산인해를 이룰 수만 있다면 분명 세상은 변할 것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해봅니다.
시청을 뒤덮었던 붉은 악마 세대의 함성이
쥐를 잡는 발칙한 고양이으로 돌아옵니다
2002년, 수 만 명이 붉은 티를 입고, 그 보다 더 붉은 핏대를 세워가며 응원했던 그 열기 속에 제가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이후 언제 제대로 목청껏 소리 한 번 질러봤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2030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 당시 불덩이가 지금도 남아 있을테지요.
우리 한 번 2030의 힘을 보여 줍시다! 도서관, 자취방, PC방, 취업박람회에서 더 이상 기웃거리지 말고 저 광장과 투표장에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직접적으로 표현합시다.
2030 청년들에게 저 광장의 붉은 함성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호소합니다.
우리들의 꿈을 짓밣고, 한낱 '휴지조각' 따위로 취급하고 있는 저들에게 청년세대들의 새로운 힘과 목소리를 보여줍시다.
청년세대, 이제 광장으로! 투표소로!
'쥐'를 잡기 위한 Red Cat운동을 제안합니다!
등록금, 청년실업 문제 해결를 위해 2030 청년세대들의 발칙한 저항운동 Red Cat 운동을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더 이상 청년세대들이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쥐를 잡기 위한 발칙한 고양이로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 청년세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금 당장 함께해주세요!
청년세대 여러분, 이렇게 함께 행동합시다!
1) 광장으로! 투표소로! 2030세대의 행동선언! RED CAT운동에 동참해주세요!
http://y-power.org/y/?mid=redcat
2) 청년행동 카페에 가입해주세요!
http://cafe.daum.net/y-action/
2030세대들이 쥐를 잡기 위해 광장으로, 투표소로 어떻게 함께 모일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부탁드립니다!^^
출처: 아고라 웅이97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