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역사] 방학
여름철 열사병 걸리고 출석률 낮자… 19세기 미국서 긴 방학 도입
입력 : 2023.08.22 03:30 조선일보
방학
▲ 17일 오전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초 3학년 1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어요. /뉴스1
무더운 여름이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선선해진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학생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겠죠.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니까요. 최근 대부분 학교가 여름방학을 끝내고 새 학기를 맞았어요. 청소년들이 학업을 잠시 쉬고 학기 중 못 했던 다양한 활동을 하며 휴식하는 제도인 방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교육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지만, 방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실 종친을 교육하는 기관인 종학(宗學)을 제외하고는 지금처럼 긴 방학이 거의 없었습니다. 종학에서의 방학은 학업을 계속하다 잠깐 휴식기를 갖는 개념보다, 하나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다음 과정이나 단계로 넘어가기 전 대기하는 기간에 가까웠습니다. 성균관이나 향교에서 지금처럼 한 달 가까운 시간을 통째로 쉬는 방학은 거의 없었고, 대신 짧은 휴가 같은 방학이 여러 차례 있었어요. 흉년이 닥쳤을 때는 향교 교관들이 방학을 주고 지방 수령을 보좌해 향촌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철에는 학습 방식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고려 시대 사학(私學)에서는 '하과(夏課)'라고 해서 산속 집 등을 빌려 시회(詩會)나 식사 모임 등을 열었습니다. 조선 시대 서당에서도 한여름에는 학습 부담이 크지 않고 비교적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시 짓기 등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긴 방학이 제도화한 것은 19세기 미국에서입니다. 이전까지는 학교나 지역에 따라 수업 과정과 학업 일수가 달랐다고 합니다. 교육 당국은 이를 최대한 통일해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모두에게 균등한 교육을 제공하려 했습니다. 당시 여름방학에 대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는데,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첫째는 더운 여름에는 열사병이나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여름 동안 출석률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었어요. 산업화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는 가족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습니다. 이후 여름방학은 전 세계로 확산했습니다.
방학의 기원이 여름철 더운 날씨를 피하는 데서 나왔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긴 여름방학과 짧은 겨울방학을 두고 있어요. 특히 서구권에서는 겨울방학이 크리스마스 전후 1~2주가량으로 매우 짧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겨울방학이 매우 긴 나라예요. 이는 매서운 겨울철 날씨와 난방비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도 추운 날씨 탓에 난방비와 연료가 많이 들어 겨울방학을 늘리고 여름방학을 줄이는 경우가 있었대요. 1970년대에는 석유파동으로 난방비가 급증하자 여름방학을 단축하고 겨울방학을 늘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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