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는 모세가 말한 대로 아말렉과 싸우고,모세와 아론과 후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고,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하였다.
모세의 손이 무거워지자,그들은 돌을 가져다 그의 발 아래 놓고 그를 그 위에 앉혔다.
그런 다음 아론과 후르가 한 사람은 이쪽에서,다른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두 손을
받쳐 주니,그의 손이 해가 질 때까지 처지지 않았다." (10-12)
'여호수아는 모세가 말한 대로'
원문은 '와야아스 예호슈아 카아세르 아마르 로 모세'(wayaas yehoshua kaasher
amar lo mosheh)이다. 직역하면 '그리고 여호수아는 모세가 그에게 말한 대로
행하였다' 이다.
새 성경에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와야아스'(wayaas)는 '행하다','하다'
(탈출5,9), '만들다'(창세8,6)라는 뜻을 가진 동사 '아사'(asah)의 미완료형에
접속사 '와우'(wau; and; 그리고)가 결합하여 '그리고 그가 행하였다'는 완료의
뜻으로 해석되는 와우(그리고; 접속사and)계속법이 쓰이고 있다.
이처럼 원문은 와우(and; 그리고)계속법을 사용하여 여호수아가 모세의 말을 듣고서
곧바로 그의 말대로 행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카아셰르'(kaasher; as)는 관계사 '아셰르'(asher)에 '~와 같이',
'~처럼','~대로'라는 뜻을 지닌 전치사 '케'(ke)가 결합된 것으로서, '~한 것 같이',
'~대로'라는 의미를 지니는 합성어로서, 여호수아가 모세가 말한 대로 그대로
준행했음을 보여 주는 말이다.
그런데 아말렉과의 이 전투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처음 치르게 된
전쟁이었다. 그들은 이집트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있었기에 사실상 전투를 치를 만한
능력이나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인간적인 계산으로 하면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승산의 가능성이 희박한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호수아가 모세의 말을 따라 즉각
그대로 행한 것은 여호수아의 주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용기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모세와 아론과 후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모세는 언덕에 자기 혼자만 올라가지 않고, 아론과 후르라는 두 명의 협력자와
함께 올라갔다. 전쟁이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안위의 문제를 놓고서 동역과 합심의
지혜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도 인류 구원 사업이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최후의 십자가를
지시기에 앞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함께 겟세마니 동산에 올라가
기도하셨다(마태26,37-40; 마태18,19참조).
한편, '존귀함' 혹은 '고귀함'이라는 뜻을 지닌 '후르'(hur)는 유다 지파 칼렙의 아들이며
(1역대2,19) 또한 유명한 성막 제조 기술자 브찰엘의 조부이다(탈출31,2).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하였다'
여기서 '모세가 손을 들면'에 해당하는 원문은 '웨하야 카아셰르 야림 모세 야도'
(wehaya kaasher yarim mosheh yado)이다. 직역하면 '그리고 모세가 그의 손을
들 때 그것이 발생했다'(And it came to pass when Moses held up his hand)
이다.
여기서 '카아셰르'(kaasher)는 탈출기 17장 10절의 '~대로'라는 뜻의 '카아셰르'와
같은 복합어이지만, 여기서는 '웨하야'(wehaya)와 함께 특별한 용법으로 쓰이고 있다.
새 성경에 번역되지 않은 '웨하야'는 '있다'(창세1,2; 1사무14,25), '존재하다',
'있다'(욥기1,1)등과 같이 '존재'를 나타내는 동사 '하야'(haya)의 완료형에 접속사
'와우'(wau)가 결합한 형태인데, 이것은 본문처럼 전치사 '케'(ke)나 '뻬'(be)가
따라올 때는 '~할 때에 어떠한 일이 발생했다'(미완료시제로 해석될 때에는
'발생할 것이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관용구를 이룬다.
이때 관용구는 뒤에 발생할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무엇인가 중요한 일이
발생했음을 암시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모세가 그의 손을 들었을 때 어떤 특별하고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야림'(yarim; held up)은 기본적으로 '(드)높다'(2사무22,47;시편46,11)라는
뜻을 가진 '룸'(rum)의 사역 능동형으로 '높게 하다' 즉 '들다'(창세14,22)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본문은 '모세가 그의 손을 높이 들었다'는 뜻이며, 여기서 모세가 손을 든 것은
기도의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는 기도의 표현으로 손을 들어
간구하는 것이 종종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역대6,13.14.29; 시편28,2; 1티모2,8).
그러므로 모세가 손을 들 때 이스라엘이 이겼다는 것은 모세가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 순간에는 이스라엘이 싸움에서 우세했다는 말로서, 그 싸움의 승패가 전적으로
하느님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손을 내리면'에 해당하는 '웨카아셰르 야니아흐 야도'(wekaasher yaniah
yado)에서, '내리다'는 뜻으로 번역된 '야니아흐'(yaniah)는 기본적으로 '쉬다'
(탈출20,11)라는 뜻을 지닌 '누아흐'(nuah)의 사역 능동형으로 '쉬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어근은 '어떤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판관2,23),
이것은 본문의 '손을 내리다'라는 말이 '손을 들어 하느님께 기도하던 것을 멈추고
쉬었다'는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아말렉족과의 전쟁은 하느님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싸움이었다. 따라서 모세가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을 쉬게 되면, 자연히 이스라엘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에페소서 6장 18절에서 사도 바오로도 말하고 있듯이, 기도야말로 영적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며, 하느님의 은혜와 능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원문은 '위데 모셰 케베딤'(wide mosheh kebedim)인데, 직역하면
'그러나 모세의 손들이 무거워졌다'(But Moses' hands were heavy)이다.
'무거워지다'로 번역된 '케베딤'(kabadim)은 '무겁다'(1열왕12,4; 2역대10,11)
라는 뜻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카바드'(kabad)에서 유래한 명사로서,
여기서는 모세의 손이 천근 만근 무겁게 느껴졌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피곤해졌음을 의미하기보다는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의 힘을 거의 상실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처럼 아무리 위대한 지도자일지라도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육체적 연약성은 어쩔 수가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마태26,41).
여기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영적 지도자를 중심으로 왜 서로 협력해야 하는지의 이유를
보게 된다.
'그들은 돌을 가져다 ~ 그를 그위에 앉혔다~~두 손을 받혀 주니'
여기에서 아론과 후르가 어떻게 모세를 도왔는지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지도자를 보좌하는 아론과 후르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아말렉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핵심은 기도하는 손이었다. 그 손이 피곤하여
내려옴으로써 전세(戰勢)가 이스라엘이 불리한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그 손이 내려오지 않도록 붙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론과 후르가 우선적으로 취한 행동은 그의 손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돌을 가져다
그 위에 모세를 앉히는 것이었다.
아론과 후르는 눈앞에 벌어지는 아말렉과의 싸움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그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하느님의 도구이자 사자(使者)인 모세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그의 육신적 한계와 연약함을 최대한 보필하고 있는 것이다(히브13,17참조).
'해가 질 때까지'
원문은 '아드 뽀 핫샤메쉬'(ad bo hasshamesh)인데, 직역하면 '그 해가
들어가기까지'이다. 여기서 '아드'(ad)는 '~까지'(until)라는 뜻의 전치사이며,
'뽀'(bo)는 '들어가다'(창세7,7; 레위16,23)라는 뜻을 지닌 '뽀'(bo)의 부정사
연계형이다.
따라서 '해가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말로서, 이스라엘이 승리하기까지 하루 종일 하느님을 향해 기도를 쉬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