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수요일 출근길, 사당우체국 횡단보도앞에서 폐지 수거 할머니를 봤습니다.
아직 이른 출근시간에, 찬기운이 몸을 움추리게 하는 아침인데도 한참 전 새벽부터 나오셨는지 리어카 위에는 가득은 아니지만 폐지가 절반 정도 실려 있습니다.
방배경찰서쪽을 돌고 이제 동작대로를 지나 사당동쪽으로 건너가시려나 봅니다.
리어카가 가득 차지 않은 건 방배동쪽에서는 폐지가 별로 없었는지? 아님 할머니의 몸으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에서 저만큼이라도 주은 게 다행인 건지?
뉴스를 보니 빈병 값이 조금 올랐다고 집집마다 빈병들을 안 내놓는 바람에 저분들의 벌이가 더욱 시원찮아 졌다고 하더라구요.
저분들의 소망이야 하루에 리어카 하나 채우는 것일 텐데 말이죠.
매일매일 폐지도, 빈병도 한가득 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근데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려서 공치실 것 같네요.
이렇게 눈이 내리면 동네 골목길들이 더 다니기 힘들 거든요.
오랜만에 눈이 내려서 좋은 건 어쩔 수 없네요.
안전한 가운데 즐거운 날 되세요. ~^.^~
♥편의점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손님 없는 시간엔 청소나 상품 진열, 정산을 주로 하고 틈틈이 수능 공부도 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라면 국물을 쏟고도 모른 척하고 가는 사람, 계산할 때 동전을 휙 던지는 사람, 컵라면 사 주면 점을 봐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은 인정 많은 손님도 만났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찾아온 젊은 남자 분이 그랬다.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사이 문제집을 보는데, 그분이 비타민 음료 두 병을 내밀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 두 병에 1,200원입니다.''
그분은 계산을 끝내고 음료 한 병만 들고 나가려 했다.
깜짝 놀란 나는 외쳤다.
''손님, 한 병 안 가져가셨어요!''
그러자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하기 힘들잖아요. 마시고 힘내요.''
그분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아직 세상이 메마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다.
-고마워 좋은생각/월간 좋은생각(2013.3월호, 김정형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