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알고 있다
음료제조회사를 방문해 봤다. 제조회사라야 쇠붙이나 다른 소재를 다뤄 무얼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을 떠다가 가라앉히고 거르고 살균해 포장하는 곳이었다. 복잡하고 정밀한 공정을 둘러보니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음료제품이 쏟아져 나와 반갑기도 했지만 우리가 물을 훼손한 죄 값을 그들이 대납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물의 날>이다. 지구상에 물의 부족과 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할 목적으로 1992년에 지정되었다.
지구표면은 70%가 물로 덮여있다 한다. 그중 바닷물이 97.5%를 차지한다고 하니 민물은 2.5%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그것도 그중 68.9%는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 또는 고산지대의 만년설 상태로 있고 29.9%는 땅 속 지하수 상태로 있으며, 0,9%는 토양 또는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 0.3%만이 하천이나 호수에 흐르거나 잠겨 이게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상태라 하니 지구 전체 물 양의 0.0075%에 80억이 넘는 인구가 목숨을 걸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수정란 상태는 물이 99%를 차지한다고 한다. 갓 태어났을 때는 90%에 이르고 성년이 되면 70%에 이르렀다가 수명을 다해 죽음을 맞이할 때쯤이면 50%까지 떨어진다니 육신은 물로 시작해 점점 탈수되면서 사라지는 것이겠다.
세상엔 온갖 것들이 생장 소멸하는데, 그중에 가장 큰 주인을 들라면 진정 누구를 꼽을 것인가? 인간은 인간대로 만물의 영장이라며 여기저기 헤집어대지만 어느 것은 단지 빠른 번식만으로 남의 영역을 갉아먹고 있고 또 어느 것은 힘자랑 하며 주인행세를 하려 들면 또 어느 것은 아름다움을 뽐내며 시선을 독점하려 든다. 그런가 하면 의지가 있는 듯 없는 듯 온갖 것들에 빠짐없이 스며들어 생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게 있으니 상선약수(上善若水, 老子)의 그 물인 것이다.
산모의 양수를 터뜨리며 터져 나오는 고고의 울음소리는 희열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생명이 탄생되는 순간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산에 솟는 해는 장엄하다지만 물에 지는 달은 고아하기 이를 데 없다. 낯빛 붉힐 것도 없이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앞모습만 보이며 살며시 뒤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노라면 함께 어머님의 품속으로 드는 것 같은 포근함에 더해 아쉬운 듯 신비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은 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물은 안 가는 데가 없고 못 가는 데가 없다.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지만 몸이 무거우면 몸을 풀어 하늘로 올랐다가 비로 내려 다시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물은 가장 널리 또 깊이 안다고 하겠다. 안 가본 데가 없고 안 들여다본 곳이 없을 테니 그런 것이다. 물은 토라지며 홀로 외돌지도 않는다. 내가 강을 이루고 강이 바다를 이루듯 틈만 나면 흘러 흘러 하나로 어울리기 때문이다.
과학은 이미 20세기에 존재계는 입자인 듯 파동(진동)이요 파동인 듯 입자라는 입장을 내놨다.(양자역학론) 이는 물질의 구성요소로서의 소립자세계를 들여다본 결과지만 입자와 파동(진동) 상태를 한꺼번에 눈으로 여실히 보여주는 건 물뿐이다. 호수에 잠기는 듯 여울져 흐르고 흐르는 듯 다시 호수나 바다에 고이 잠기니 그리 말해보는 것이다.
몇 해 전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란 책을 펴내 관심을 모았다. 생명의 근원인 물은 우주 끝으로부터 지구에 왔으며 그러기에 물속엔 생명에 대한 신비한 정보가 들어있다는 거다. 물 앞에서 사랑과 감사의 표시를 하면 물도 웃고, 짜증을 내거나 저주하면 물도 찡그린다는 것이다. 물이 사람 얼굴의 형상을 한 것은 아니니 그 웃고 찡그리는 모습이 사람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물방울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니 신기하기만 하다.
존재계가 입자라면 때로 홀로 존재함이요 파동(진동)이라면 때로 공명현상도 일어날 터이다. 서로 고른음이면 화음(和音)을 내고 고르지 않은 음은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내듯 공명현상에서도 한쪽이 곱게 작용하면 고운 울림을 낼 테니 이걸 두고 물과 인간 사이의 텔레파시 현상이라고나 할까? 이른 새벽, 우리 어머니들이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안녕과 복을 빌던 일도 물을 사자(使者)로 천지신명의 감응을 바랐던 것이니 이래저래 물을 신성하게 여겨야 할 이치다.
살아있음은 흐름이요 순환이다. 대지에 물길과 수맥이 뻗어 물이 흐르듯 몸속엔 속속들이 혈관이 뻗어 선명한 피가 흐르게 되어있다. 깨끗한 물이 잘 흘러 순환되어야 자연이 숨 쉬고 순화되듯 피가 잘 흘러 순환되어야 사람도 생기를 찾고 건강한 생명이 유지된다. 혈행(血行)을 챙겨 몸을 돌보듯 물의 소중함도 되새겨야 할 이치가 아닌가.
물을 큰 물길을 따라 흐르는 세상의 큰 주인이라 한다면 사람은 작은 물길을 따라 흐르는 작은 주인일 뿐이다. 그러니 물을 보면 인간의 모습도 인류의 미래도 안다고 하겠다. 몸을 돌보려면 몸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도 다스려야 하듯 물을 돌보려면 물만이 아니라 물의 환경도 돌봐야 한다. 요즘 걱정되는 지구 온난화의 피해는 물의 환경이 열악해져 생기는 현상이요, 사이클론이나 허리케인의 피해는 물의 순환이 조화를 잃음에 따른 물벼락이라 할 수 있으니 물뿐만 아니라 물의 환경도 돌봐야 인류 미래가 보장되는 이치다.
물의 날은 매년 돌아온다지만 음료제조 자동공정라인은 이제도 쉼 없이 돌 터요, 물은 또 세월 따라 쉼 없이 흘러가고 흘러 올 테니 삶의 터전 또한 모두가 그러하리라. 물이여! 물을 물로 보지 아니할 테니 온갖 생명체의 안팎에서 순조롭게 흘러다오.
(지난날의 단상 중에서)
어제는 제32회 세계 물의 날이었다. 대전 소재 컨벤션 센터에서 기념식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니 큰 물이든 작은 물이든 깨끗이 쓰고 아껴 쓸 일이다.
어느 물 박사의 말에 의하면 사람이 늙는다는 건 세포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이라 한다. 그 말이 맞는 게,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배가 홀쭉해져 허리가 굽고 피부도 쭈글쭈글해지지 않던가. 그래서 하루에 몇 리터의 물을 마시라 하는 모양이다.
어제는 석촌호수를 찾아온 벗들과 함께 호반의 식당에 들러 점심을 들었다. 마른 봄판이라 그런지 반주를 청하더니 잘도 마셔대더라니, 나는 치아 둘을 발치하고 회복을 기다리는 중이라 물만 마셨지만 이젠 그렇게 많이 마셔댈 나이가 아닌데 말이다. 점심 뒤에 호수 반 바퀴 더 돌고 카페에 앉아 담소하면서 또 차를 마셨는데, 이렇게 오나가나 술이든 차든 무엇이든 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거다. 그럴진대 물을 깨끗이 관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이 들어서는 몸속의 물도 깨끗이 관리해야 하니 술도 좀 줄여야겠다. 그래야 또 소변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덜 들어가지 않겠는가.
첫댓글
물은 인간에게만 큰 것이 아니고
자연 생태계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일년에 한 번 오는 물의 날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물이 있어야 우리의 생명이 있고
물이 있어야, 금수강산이 있습니다.
석촌님의 '세계 물의 날'에
물에 관한 이야기
되새겨 보며 감사합니다.
지구 표면의 대부분이 물인데
그래서 금수강산이 빛이 나겠지요.
어제가 물의날이었군요
저희는 생수를 사먹는데
플라스틱가루가 많이 떨어진다 하여
끓여먹을 생각입니다
물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좋은글 잘봤습니다
그것 참 큰일이데요.
고대에 고조선은 치수를 잘하여
화하족들 사는 곳에 큰 홍수가 나자
관리를 파견하여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도 있다 들었습니다.
예전엔 산길 걷다 목마르면 옆에
흐르는 물 그냥 마시곤 했는데
요즘엔 그러기엔 좀 조심스럽지요.
물순환이 순리따라 가려면 세계가
모두 하나 되어 협조해도 될까말까인데
여전히 전쟁으로 시끄럽고 빙하는 녹고
대기는 오염되고 있네요.
생각하면 뚜렷한 답이 없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맞아요, 요순시대에 치수를 도와줬다 하지요.
그런데 지금도 환경정화에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지구촌을 정화하는 첨단국가가 될것 같은데요.
환경정화가 곧 수질정화니까요.
물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귀한 물이 점점
오염 되어가는 게 걱정입니다.
제 친구는 물의 오염이 걱정된다며
흰머리 염색조차 안 하고 산답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그분 국회로 보내드려야겠네요.
저도 몸에 물이 줄어
피부가 쪼글쪼글합니다.
과자를 많이 먹으니까
피도 탁하네요.
물도 땅도 아껴 써야 하는데
안 되지요?
못 살고 지루하던 예전이 그립고는
합니다.과학이 어디까지 세상을
사람을 끌고 갈지 두려워서요.
과자, 좋지요.
그런데 저는 입에 당기지만 일부러 멀리 해요.
차는 좋지만요.
물은 공기처럼 가장 소중한 존재인데..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회분위기인거 같습니다.
물의 날 석촌님 소회를
좋은 글로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정자들이 환경정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물도 정화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