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얘기하면
'수능치는 학생들'을 보고 왔습니다..
감독이었거든요..
작년에는 고3들 응원 가서..
6시에 나가서 조금 떨다가,
8시쯤에 시간 되서,선배들 응원하러 온 아이들 보내고 일찍 들어와서 잘 쉬었는데..
오늘은 첨으로 수능 감독을 했네요..
마지막 5교시 감독은 나이순으로 자르다보니..당연히 들어갔고..
결국 6시 5분에 최종적으로 끝났습니다..
2교시 수학 빼면 전타임 감독이었고..
4교시 탐구 빼면 죄다 정감독을 시켜놓아서..
특히 1교시 때는 엄청 어리버리대고..
시험감독하느라 대놓고 풀진 못하더라도..
그래도 직업특성상 언어영역만은 돌아다니면서 애들이 푸는 시험지를 보면서,
문학쪽의 문제만은 어떤 작품이 나왔나 대충 확인했는데..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는 출제였습니다..
즉,한번 기출된 작품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작품은 잘 안 나온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수능에 출제되는 문학 작품에 대한 생각일텐데..
고졸 학력이면 누구나 아는 현대시 중 한편인..게다가 이미 한번 출제되었었던..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의 <승무>가 당당하게 다시 한번 수능에 등장했고..
소설로는 2003년에 출제되었던 이문구의 <관촌수필>이 또 나왔습니다..
워낙 옴니버스 소설이라..같은 작품 안의 완전히 다른 에피소드를 내면,크게 문제될것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태까지의 관례를 보면 대단히 의외의 출제같네요..
고전 시가로는 송순의 <면앙정가>가 나왔습니다..
역시 이미 기출되었었던..
조선전기의 강호가사의 대표작으로,문학 시간에 다들 배웠을 작품이죠..
고전 산문으로 나온건..
<금오신화>중에서 '만복사저포기'였습니다..
'이생규장전'과 함께,현존하는 <금오신화>속의 다섯 이야기 중에선 가장 대표작이고..
역시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다들 수업했을 작품입니다..이것도 기출되었었죠..
다른 국어선생님과 얘기 나눠본 결과..
'더이상 낼게 없나 보다'하는 말도 나왔지만..이건 반 농담이고..
아마도 출제자들 스스로..
좀 더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자는 모토에서,일부러 이런 식으로 출제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해 잘 안 알려진 숨겨진 작품만 찾아내다보니..학교수업은 안 듣고,죽어라 학원 강사만 찾아다니는 현실을 인지하고..
학교수업만 똑바로 들어도,충분히 고득점이 가능할만한 작품을 일부러 꺼낸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작년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영화의 시나리오가 출제되었었는데..
올해는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윤흥길 <장마>의..연극판의 대본이,희곡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수능 보는 학생들이라면 익히 알만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 '장르간 통합'문제는 하나의 대세가 아닌가 싶네요..
제가 학생 입장에서 보았던 수능도 그랬고..
언어영역은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는데..
종료 방송 나오고,'손머리'하니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군말없이 따르더군요..다 풀었단 얘기죠..
언어 끝나고,애들 표정이나 하는 말 들어보면,언어는 대체로 쉬웠던 것 같고..
다른 영역은 모르겠으나..
이번에 외국어영역은 좀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아무튼 4교시까지 기본수당 10만원에..
5교시 특별수당 1만원 더해..
11만원 벌어왔습니다..
이럴거면 신종 플루 시험실 감독 자원해서,돈 좀 더 벌껄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감독하고 있는데..
76년생..저보다도 나이가 많은 분이 시험을 치고 계시더군요..
감독관 날인 찍으면서도..조금 부담스럽던..
제대하고 25살에 수능 다시 보면서도..참 민망하고 좀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분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지경..
4교시 끝나고 긴장 확 풀려서..
5교시에 감독 들어가니..
감독하는 선생도 그렇고,애들도 그렇고..
다들 멍하고..늘어지는 분위기..
어짜피 40분짜리라 그리 길지도 않은데..왜 이리 시간이 안 가던지..
신청해놓고 진작에 5교시 포기하고 집에 간 애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더군요..
첫댓글 음.. 그래도 포기하고 집에 간 애들은 심리가 이해가 안되는군요;; 어차피 나갈 실력이면 뭐 다시안칠껄 생각하면 평생한번인데 -_-
5교시에 보는 외국어/한문 영역의 점수를 입시에서 안 보는 학교가 많거든요..그런 학교들에 진학할 생각을 접는다면,안봐도 크게 문제될건 없습니다..
아하 그런것이었군요. 제가 최근수능이 어떤건지 몰라서^^; 감사합니다~
언어 무진장 쉬웠네요.. 작년에는 안이랬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