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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값을 하는 웃음 <천하장사 마돈나>의 문세윤 | ||
[필름 2.0 2006-09-18 19:20] | ||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개그맨 문세윤은 몸과 말로 확실히 웃기는 재주가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씨름부 학생 ‘덩치 1’를 맡아서는 그 재주를 스크린에서 뽐낸다. 한마디로 덩치 값을 한다. 여자가 되기 위한 수술비를 마련코자 씨름부에 들어온 남자 고등학생 오동구의 이야기를 다룬 <천하장사 마돈나>는 빛나는 조연들이 수두룩한 영화다. 특히 동구의 씨름부 선배들 중에는 웃기는 인간들이 여럿이다. 씨름부 덩치 1, 2, 3 중 '덩치 1'을 연기한 개그맨 문세윤은 뚱한 얼굴에 육중한 몸짓, 툭툭 내뱉는 말투로 여러 사람 잡는다. 오동구와 '덩치 1'의 댄싱 신에서 괄목할 만한 춤 실력을 보여준 문세윤은 이 영화를 그야말로 신나게 찍었다. 개그는 홍보를 안 하는데, 영화는 홍보를 한다. 할 만한가? 너무 재밌다. 내가 영화 홍보하는 것 아니면 언제 극장 무대인사를 다니며 관객들을 만나보겠나. 신기하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특별 카메오 출연을 한 <생,날선생> 이후 거의 첫 작품이라 할 만한데. 그땐 <웃찾사>의 간호원을 업그레이드해서 나왔었다. 영화는 신인이지만 <웃찾사>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 이미 연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신이 많았는데,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야 연기가 잘 나온다고 생각해서 스탭, 배우들과 가족들처럼 지냈다. <웃찾사>는 사실 무대에서 생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웃음이 그냥 날아가 버리는데, 영화에서는 마음에 들 때까지 감독님과 상의해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서 '덩치 1‘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덩치 1‘이라니, 너무 한다는 생각은 안 했나? 아니, 나하고 맞겠다 싶었다. 시나리오에 덩치 1, 2, 3이라고 써 있는 걸 봤을 때 이거 좀 싼 웃음을 보여주려는 것 아닌가 했다. 근데 덩치 셋이 각각 가지고 있는 색깔들이 제각각 다르더라. 특히 덩치 1은 무뚝뚝하지만 곰처럼 툭툭 던지는 말이 웃기기도 하고. 솔직히 내가 제일 정상이었잖나. (웃음) 싼 웃음은 없었고 속 얘기가 훨씬 깊었다.
다른 덩치들보다 ‘덩치 1’이 할 일이 많았다. 씨름 배우랴, 춤추랴, 춤추며 얘기하랴. 춤추면서 말하는 그 신 자체가 참 마음에 들었다. 원래 춤추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무도회 가는 거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웃음) 춤을 배우면서 어, 내가 비중이 있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춤추면서 얘기하느라 힘들었겠다. 춤 배울 때는 몰랐다. 촬영 때 자연스럽게 몸이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안 되더라. 대사도 많아서 호흡도 잘 안 되고. 근데 내가 이 덩치에 숨이 하나도 안 차고 춤을 추고 말을 하면 그건 리얼리티가 없는 거지.(웃음) 게다가 옥상에서 춤 춘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지치는 설정인가. 거기까지 올라가는 데 좀 힘들었겠나. 내가 봐도 참 자연스럽게 힘들어 보이더라.(웃음)
씨름도 열심히 배웠나? <천하장사 마돈나>는 성장영화지만 스포츠영화로서의 맥락도 있는데. 동구 역의 류덕환과 같이 배웠다. 어렸을 때 씨름 보는 걸 워낙 좋아했다. 안다리, 밭다리, 들배지기, 뒤집기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실제 영화 때문에 씨름을 가르쳤던 고등학교 감독님이 나더러 씨름 한번 해보라고, 하체 특히 허벅지 힘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
최근엔 <웃찾사>에서 <나몰라 패밀리> 코너에만 출연하고 있다. 그게 영화에 출연한 것과 관련이 있나? 간호사로 나오던 <퀴즈야 놀자> 코너를 오래 하고 있었는데 내릴 때도 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영화를 하게 됐다. 개그 프로 한 코너를 준비한다는 게 많이 힘들다. 그 몇 분을 위해 일주일을 송두리째 바쳐야 하니까. 그래서 어느 코너가 재미없어지면 그건 분명 그 친구들이 바쁜 거다. 그렇게 어리바리 가느니 영화촬영 마치고 제대로 시작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러다 <나몰라 패밀리>를 하게 된 건 <웃찾사> 감독님이 부탁을 하셔서다. 새 코너는 현재 만들어 놨다. 음악 코너인데, <웃찾사>에 워낙 많기 때문에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서 한 달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현장에서 합숙하듯이 <천하장사 마돈나>를 찍었는데, 개그현장으로 돌아가면 다시 살벌해지겠다. 개그 연기는 워낙 중독성이 강하다. 관객의 환호를 받는 그 느낌이란. 그런데 개그맨들은 한 코너를 3개월 정도 보여주면 저질, 그만 내려라 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어 좀 억울하다. 영화나 음악은 작품으로 꼽아주는데 개그 코너를 작품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도 서운하다. “문세윤 씨, <퀴즈야 놀자> 작품 하셨죠?” 라는 말은 못 들어봤다. 개그맨을 연기자로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 로빈 윌리엄스, 짐 캐리도 다 개그맨 출신이고 그들이 나오는 영화는 쓰레기 취급 안 하지 않나. 개그맨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누구를 만났기에 이런 얘기를 하나?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 개그맨은 재주 많은 사람들의 집단인데 그 가치를 몰라주니까. 그래서 임하룡 선배님이 존경스럽다. 개그맨도 배우다, 라는 인식을 많이 심어주고 계셔서.
<천하장사 마돈나>로 '제2의 임하룡'을 꿈꾸는 건가? 김칫국부터 마실 순 없지. 하지만 정말 이 작품을 통해서 대종상영화제에 가서 임하룡 선배처럼 조연상을 받고…으흠…그런 생각 뭉게뭉게 떠올리기도 한다. 영화는 1년에 한 편씩 할 수 있고, 잘되면 가끔 쇼프로에 나가 한 번씩 끼를 보여주고 그럼 어떨까? 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웃음) 어쨌든 좋은 영화를 만나서 기쁘고, 존경했던 배우 백윤식 선생님과 같이 말을 주고받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본다는 것도 떨린다. 개봉하면 배우들은 자기 영화 몰래 보러 가는데, 그것도 못하겠다. 떨려서. 처음이니까 잘했다고 생각진 않지만 처음치곤 잘했다는 말은 들었다. 기다리다 언젠가 절 찾는 전화가 온다면 좋을 거다. 하루하루 준비하며 산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하면서 개그 소재를 떠올리진 않았나?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대박이 나면 <천하장사 마봉걸> 같은 패러디 코너를 만들까 하고. 그럼 영화 원작에 나온 사람이 패러디에도 나오는 국내 최초의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농담 반 진담 반이다. 영화가 대박 나면 <웃찾사> 감독님이 우선적으로 나한테 개그를 짜보라 하지 않을까?(웃음)
개그 무대, 영화,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를 맡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개그맨들에겐 웃기는 것 외에도 원하는 게 참 많다. 현대 직업 중에서도 참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싶다. 노력을 안 하면 개그는 금방 티가 난다. 그래서 개그맨들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다. 기회가 오면 언젠가 터뜨릴 만한 무기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 그걸 보여줄 발판을 선배들이 만들어줘야 한다. 나도 라디오에서 DJ 역할을 잘하고, 영화현장에 와서는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개그 무대에서는 잘 웃기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영화계에서 이루고 싶은 소망을 말해보라기에, 청룡상이라 대종상처럼 영화배우들이 인정하는 영화제에 가서 상을 받고 수상 소감으로 “안녕하세요, 개그맨 문세윤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웃음)
개그, 웃음의 스타일은 여러 가지다. 스스로의 웃음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전에는 무조건 웃기려고 했다. 망가지더라도 여장을 하고, 코피가 터지고, 코털이 나오고. 저질이더라도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좀 치밀하고 편안한 웃음을 하고 싶다. 어른들조차 심야시간대에 누워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그런 심경의 변화는 어떻게 생긴 건가? 못 해본 거라서 하고 싶은 거다. 그게 더 새롭게 보일 수도 있고. 내가 나오면 일단 몸을 보고, 몸으로 웃기지 않겠냐는 선입견도 있다. 사실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걸로 웃겨야 하고, 몸으로 웃기는 게 좋기도 하지만 이젠 정말 못 해본 걸 해보고 싶다.
사진ㅣ이휘영 |
첫댓글 진솔해보인다구~ 개그맨에대한인식이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거같아요~
문세윤 너무 좋다구 ㅋㅋㅋㅋ
나 문세윤 엄청 좋아해서 맨날 따라한다규! ㅋㅋ 천하장사 마돈나 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