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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형성을 돕는 책읽기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좋아 보일 때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혹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강하다. 문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등장하는 인물의 개성이 강할 때, 독특할 때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제시하는 인물의 상을 집약해 놓은 것이 바로 위인전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어린이 책 가운데는 위인전이 으뜸으로 꼽힌다.
위인전은 한 시대를 살다 간 한 인물의 삶과 업적을 총체적으로 다룸으로서 어린이들에게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읽어온 위인전은 이미 여러 곳에서 지적되었듯이 위인 예정론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줄 여지가 더 많다. 즉 위인전에서 다루어지는 인물들은 왕, 정치가, 장군,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성되는 위인이 아니라 태어나는 위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몇몇 대형출판사가 출판하는 전집에는 위인 단골손님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순신,김유신,세종대왕,한석봉,신사임당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해야 한다는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 역사에 남긴 업적이나 인물됨이 부족함이 없더라도 시간적으로 짧게는 몇 백년 길게는 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우주를 넘나드는 첨단과학 시대에 수 백년전의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 유명한 위인들도 알고 보면 남보다 특별나고 훌륭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참다운 위인으로 제시되는 까닭은 남다른 노력과 의지로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뚜렷한 업적을 남긴 것이어야 할 것이다.
현대는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든지 독특한 개성과 창의적인 사고로 자기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에게 인물전을 제시하는 까닭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가는 길을 찾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아이들로 하여금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하는데 있다.
□위인전은 언제부터 읽을까
어른들의 위인전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다보니 100일된 아기에게 읽어 줄 위인전을 찾는 어머니도 있다. 유아나 1.2학년 아이들을 위한 위인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인물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중학년 이후가 되는 게 좋다. 왜냐하면 저학년이나 유아들의 관심은 아직 자기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위인전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가치관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년 이후가 되면 사회에 대한 관심, 역사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자기 삶에 대한 꿈도 구체화된다. 그런데 출판사의 상업성과 부모들의 성향 때문에 인물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나열한 인물전. 그것도 다이제스트 판 인물전들이 중복 출판되는 경향이 많다. 그 중에는 저학년을 위한 인물전은 한 인물의 일화 몇 부분을 스토리 중심으로 엮은 책이 대부분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몇 가지 일화만 다루는 것은 그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물전을 읽을 때는 인물의 업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인물이 어떤 철학을 갖고 살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역경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나 삶의 자세 따위를 살피면서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따져가며 읽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인물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 각고의 노력끝에 자기 분야에서 최고를 이룬 사람들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줌으로 아이들이 자기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데 길잡이가 될 그런 인물의 상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개개인의 성공의 척도가 물질이나 이름을 얻는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라면 말이다.
♣ 어린이 운동가, 아동문학가
어린이 운동가나 아동문학가가 인물전으로 쓰여진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어린이와 관련된 일은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분야이면서 가장 소외된 부분이다. <뚱보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이재복 씀/지식산업사/3학년부터>은 어린이 운동가 소파 방정환의 삶을 다룬 책이다. 해마다 5월이면 한번씩 기억되는 인물. 일제의 식민지와 어른들의 어린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어린이가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던 때에 어린이를 잘 키워 독립의 역군으로 삼고자 했던 방정환이 어린이 해방운동을 벌인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린이 잡지를 펴내고, 늙은이 젊은이에 이어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고 어린이날을 만든 인물, 이런 활동 때문에 일본 경찰서 유치장을 안방 드나들 듯 했다는 그의 생애는 어린이 운동의 의미와 어린이 문학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방정환의 활동은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의 세계가 열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의 산맥을 이루는 마해송이나 이원수가 아동문학의 길로 들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한다. 그 자신은 고난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지만 어른들의 어린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은 인물로 어린이 운동사나 어린이 문학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기록되는 것은 그가 추구했던 삶이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정환의 영향으로 아동문학의 길로 들어서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의 산맥을 이룬 이원수 선생님의 삶을 다룬 <물오리 이원수 선생님/ 이재복 지음/지식산업사/3학년/96.1>은 아동문학인도 위인전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며 이제까지 보아왔던 위인전의 개념을 바꾸게 한다. 이 책에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내던 잡지 '어린이'를 보다가 15세 되던 해에 '고향의 봄'을 써서 보내어 당선 된 일, 소년회 활동, 식민지 시대를 어렵게 살면서 조국 사랑의 꿈을 심어준 불칼 선생님과 만남 등이 펼쳐진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 때 우리말 신문을 만들어 내다가 일본인 선생님에게 호된 꾸중을 듣던 일, 전쟁의 혼란한 시기에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일, 전쟁중에 사랑하는 자녀를 둘이나 잃어야 했던 이야기들도 나온다. 이원수 선생님의 주요 작품인 오월의 노래, 숲 속 나라, 도깨비 나라, 메아리 소년, 호수 속의 오두막집, 벚꽃과 돌멩이 등이 그 작품이 쓰여지게 된 배경들과 함께 소개된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신은 우리 겨레 어린이들이 주체적인 겨레 사랑의 정신을 갖는 것, 통일된 나라를 이루는 것, 불의를 멀리하고 정의를 옹호하는 정신이다. 평생동안 아동문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살아간 그의 삶은 어린이 마음에 겨레의 사상과 정신을 심어주고자 하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부나 명예와 상관없이 뜻있는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벗이 되었던 사람들을 존경의 대상으로 꼽고 그들을 아이들에게 본이 되는 사람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은 물질이나 명예를 높이 사는 사회에서 그들의 삶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부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하는 책으로<할아버지 손은 약손/한수연 지음/소년한국일보/4학년>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장기려 박사는 가난해서 병원을 한번도 찾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을 설립하고 평생동안 의료 사업을 벌이는 이야기다. 6.25때 아들 하나만 데리고 남하한 후 형편이 좋아지면 나머지 가족들을 데리러 가겠다는 꿈은 삼팔선이 생기면서 깨어진다. 늘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동무로 의사로 묵묵하게 봉사하는 그의 삶은 부와 명예의 상징처럼 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한다. 그는 자기가 누군가를 도울 때 북에 있는 가족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평생을 보냈다. 누군가를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 할 때 가치로운 삶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거지
이러한 삶은 흔히 여유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꽃동네 이야기/꽃동네 출판사/3학년부터>를 처음 보았을 때 '거지'도 위인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 주인공인 최귀동 할아버지는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병든 몸으로 조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의지할 가족도, 머무를 집도 없는데다 몸마져 병든 무일푼이었다. 아무런 희망도 의미도 없이 그날그날을 살아가고 있을 때 웬 거지가 자기가 얻어 온 밥을 먹는 것을 쳐다보자 먹던 밥을 나누어준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다음날부터 그 거지의 몫까지 얻어다가 먹였다. 다음날이 되지 거지가 한 사람 더 늘었다. 두 몫의 밥을 얻어온다. 소문이 나자 거지들이 모여들었다. 움막을 짓고 밥을 얻어다가 거지들을 먹이게 된 것이 오늘날 음성 꽃동네의 시초가 된다. 올 데 갈데 없는 이들이 찾아가 쉬고 세상을 마칠 수 있는 음성꽃동네의 시작은 이렇게 이름없는 한 노인의 봉사로 이루어진 것이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하느님의 축복'이라 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단 한 순간도 봉사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몸이라도 얼마든지 누군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고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면 그 또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깨우친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많이 가진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기업인
근래들어 우리 사회는 기업인들의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았다. 대기업의 회장님들이 텔레비젼에 나와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추궁 당하는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는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기업인인 유일한 박사의 삶을 다룬 <유일한 이야기 /조영권 지음/웅진출판사/4학년부터>는 평생동안 모은 재산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여 건강한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일한은 9살 때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식민지 조국을 위해서 할 일을 찾다가 병마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동포들을 위해서 제약회사 유한양행을 세운다. 허위 과대광고가 난무하던 당시에도 정직과 신용을 생명처럼 여기며 약의 용도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의 사업은 일제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을 거둔다. 그는 식민지 조국을 일으켜 세우려면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사업을 해야 한다고 여겨 유한 공고를 세우기도 한다. 정경유착에서 부정과 비리가 생겨난다고 믿어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을 단호히 거절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국가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며 정확하게 세금을 냈다. 그 결과 유한양행의 비리를 캐기 위해서 세무서원들이 몇 달 동안 유한양행의 장부를 뒤져도 1원 한 푼의 오차도 없이 원칙을 고수한 사실에 세무서원들조차 놀라고 만다. 거기에 유한양행은 물론 개인의 재산을 자식에게나 아내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모두 사회에 되돌린 후 세상을 떠났다. 식민지 조국에서 나라를 위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유일한은 여러 가지 방법가운데 기업운영과 교육사업이라는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하기 위해 온갖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의 길을 밀고 나갔다. 자기 일에 대한 신념과 믿음, 주변의 악조건을 이겨나가려는 의지가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건강한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다. 이처럼 건강한 기업인이 있는가 하면 악덕 기업인이 더 많고 그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일도 많았다.
♣노동운동가
60년대 우리 사회는 개인이나 나라나 가난을 벗어나는 게 최대 과제였다. 물자도 기술도 경제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 나라는 수출을 지상 목표로 세웠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국민들은 노동자가 되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사업주들은 어린 노동자들을 채용해서 제대로 임금을 주지 않고 혹사시키는 일이 많았고 무지한 노동자들은 이러한 업주들의 횡포를 고스란히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청년 노동자 <전태일 / 위기철 지음/ 산하출판사/4학년부터>은 이런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횃불이었다. 배우지도 못했고 가난한 전태일의 삶은 세상의 이기심을 큰 목소리로 깨우친다.
♣인권변호사 조영래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노동자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고발했던 청년노동자 전태일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의 정신을 살리고자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인권운동가 조영래/사계절/5학년부터>이다. 그는 27세 때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되어 숨어 다니면서 전태일 평전을 쓴 사람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그는 일류 대학을 나와 변호사로서 편안하게 사회적 지위와 부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나선다. 너나없이 자기 하나 감당하기도 힘들다고 하는 세상, 자기의 능력을 자신의 부와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면서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지는 의로운 모습은 아이들에게 이런 삶도 있단다. 하고 알려주고 싶은 인물이다.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그런가 하면 피부색으로 인해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흑인들의 인권을 찾기위해 나선 인물이 있는데 미국의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권태선 편역/창작과비평사>이다. 마틴은 7살 때 백인 동무집에 놀러갔다가 '너는 흑인이니 이제 우리 아이하고 놀아서는 안된다' 라는 말을 듣고는 백인들의 흑인 차별정책에 분노한다. 마틴은 백인들의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주저 앉아버리는 동족들을 깨우쳐 가는 한편 백인들의 부당함에 맞서며 투사가 되어 가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천금같은 인간의 권리 그것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절규하는 듯한 마틴의 삶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부당함에 부딪치다가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좀 더 인간스럽게 살아가야 하고 아이들에게 그 당연함을 인식시키는데, 마틴의 행동이 주는 메세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가치에 눈뜨게 하는 마력을 갖는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은 아이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를 준다.
♣음악가
<음악가 김순남/김별아 지음/사계절 출판사/4학년>은 우리 민족이 암울한 식민지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일본에게 빼앗긴 우리 음악을 찾기 위해 온 몸을 던진 인물이다. 그는 6.25때 어머니를 총살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그리고 분단 조국의 통일을 바라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버리고 가시밭길을 택하면서까지 음악을 통한 나라 사랑의 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것을 찾아주어야 한다. 음악인으로서, 나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뜨겁게 살다 간 간 김순남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물전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
주로 왕과 장군을 중심으로 하여 역사성이 강한 인물전으로 중심으로 읽다가 여러 분야에서 일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책을 읽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속의 인물을 결코 지나쳐서는 안된다. 우리 겨레가 있기까지, 우리 나라 독립을 위하여 몸바쳐 싸운 사람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커다란 목표를 위하여 자기는 물론 가족마저도 돌보지 않고 헌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 겨레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하고 나라의 정신을 심어주며 꿈을 준 인물들이다.
♣사상가
<장준하/사계절출판사/5학년부터>는 우리 겨레가 암울한 식민지하에 신음하던 1918년에 태어나 1975년에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까지 삶을 그리고 있다. 장준하의 삶은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개인의 안일과 평안을 뒤로하고 일제치하에서는 침략자 일본을 상대로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해방된 조국에서는 독재정권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60년대 일본군인출신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어 독재정치를 하고 있을 때 장준하는 사상계를 통하여 민주 정신을 드높이며 지식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일제도 물러가고 독재도 물러간 것 같지만 우리시대 장준하 같은 인물이 그리워지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혼탁한 탓일게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의 환부를 감싸는 참 지식인이며 언론인이었던 장준하의 사상과 인간됨, 굳은 의지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을 제시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신경림 지음/ 창작과비평사/6학년>해방된 조국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 하던 겨레의 지도자 백범은 일제 식민지하에서 오로지 조국 해방을 위해 투쟁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여러 파벌로 나뉘었던 독립운동단체들을 하나로 모아 상해임시정부를 구성하고 광복군을 조직하여 독립의 꿈을 키워오던 중 해방을 맞는다.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나라가 두 동강이 되자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북을 오가며 갖은 자주 독립의 길을 찾던 중 동포의 총탄에 어이없이 쓰러지고 만다. 자신이 가정이나 자식들 돌보기도 마다하고 오로지 조국해방과 민족 통일을 위해 살아온 김구의 삶은 아이들에게 민족정신과 통일의지, 어려움을 이겨내는 의지를 길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채호 /김서정 지음 / 산하출판사/4학년>
이 책은 나라를 잃고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자신의 모든 재능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신채호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뿌리를 찾는 역사연구에 힘을 기울여 훌륭한 책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역사적으로 사심 없이 나라를 위해 힘쓴 인물들을 선정하여 신문에 연재함으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양시켜 남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독립을 성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31세 때 중국으로 망명하여 여러 독립단체에 가담하여 자신의 개인생활은 희생한 채 오직 나라를 위해 힘쓰다 57세 여순 감옥에서 운명하였다. 불의와는 한치도 타협할 줄 몰랐던 의로운 위인 신채호의 삶을 알게 한다.
□위인전을 고를 때
․훌륭한 업적만을 강조한 것은 피한다
인물전을 고를 때는 그 인물이 자기의 사상을 어떻게 구현해 나갔는가 하는 점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인 삶에서 자기의 의지를 어떻게 관철시켜 나갔는가에 따라서 그 인물의 삶이 평가되어야 한다.
7,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주어진 위인전에 등장하는 위인은 지극히 모범 답안형이었다. 그들은 못하는 게 없고 하나같이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한 인물이 위인으로 불려질 때까지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의지는 약화되고 지나치게 미화되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삶의 바람직한 가치를 추구하도록 돕기보다는 열등감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삶을 다룸에 있어서 한 사람이 남긴 업적을 포함해서 인간적인 약점을 극복해 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중요하게 다룬 책을 골라주는 게 좋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인물전을 고루 고른다.
모든 사람이 왕이 될 수도 장군이 될 수도 없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볼 때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훌륭한 일을 한 사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 중심보다는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최대한 다양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그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일생동안 자기가 모든 것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할 만한 일을 찾게 하는게 중요하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간에. 90년대 이후 출간되기 시작한 노동운동가, 인권운동가, 학자, 거지, 나비연구가, 새 연구가, 변호사, 기업가 등 다양한 인물전들은 아이들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의 가치관에 맞는 인물전을 고른다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얼마나 처참하게 하는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경험하며 산다. 인간을 좀 더 행복하게 하는 것,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것,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살아있음이 기쁘게 느껴지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거기에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가니까. 훌륭한 문학작품이나 인물전에는 이러한 길을 찾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보게 하는것은 아이들에게 각자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가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인물전에는 전쟁의 영웅들이 많다. 예를 들어 히틀러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만을 나열하다 보면 왜곡된 가치를 받아들이게 한다. 이를테면 업적이 강조되다 보면 수많은 인명을 해친 것은 간과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인류의 평화를 해치는 사람이 본이 될 수는 없다.
․인물전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기 때문에 같은 사람에 관한 책을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비교한 다음에 고른다.
□위인전을 읽을 때
․그 사람이 남긴 업적은 무엇이며 오늘날에 본받을 점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이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다
․사실과 의견 감상을 구분하여 읽는다
․글쓴이의 입장을 읽는다
․같은 사람을 쓴 인물전을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읽고 비교해 본다.
․그 인물의 삶에서 취할 것은 무엇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인물됨이나 그 인물이 지향하는 바가 오늘날 사회의 가치관에 합당한지 따져가며 읽는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해 볼 수 있는 것
․위인이 살았던 발자취를 따라서 여행을 해 본다.
․그 위인의 삶을 중심으로 한 신문을 만들어 본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가운데 본 받고 싶은 인물을 정해서 인물전을 써 본다.
펌~ 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