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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음치료교실 1080 <한국유머웃음전략연구소> 한만희 원문보기 글쓴이: 웃음산타한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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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건강100세 네트워크 - 김형석 교수 초청강연
100년을 살아보니 알게 된 것들, 어떻게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할까
10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연과 좌담 내내 목소리도 자세도 한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경직된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다. 원고 한 줄 없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더없이 편안한 화법과 명료한 기억력으로 청중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사진=박석순]
고양신문과 사과나무의료재단, 건강100세 네트워크가 21일 롯데백화점 일산점 문화홀에서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초청강연을 열었다. 건강100세 네트워크는 음식과 운동, 공부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고양시민의 모임으로 곧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100년을 살아보니 알게 된 것들, 어떻게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할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김형석 교수는 성숙한 노년을 보내는 기쁨,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따뜻하고도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울러 강한 정신력에서 비롯되는 건강한 삶의 비결도 전했다.
강의 중 김형석 교수가 “1920년, 3·1운동이 일어난 이듬해에 태어났다”고 말하자 1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비로소 실감한 듯, 청중석에서 낮은 탄성이 흐르기도 했다. 일상의 감각으로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긴 시간을 맑은 정신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며 살아온 김 교수의 강연에 청중들은 진지한 경청과 뜨거운 박수로 경의를 돌렸다. 강연 내용을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건강에 자신 없던 아이가 어느덧 100세
어렸을 적에는 건강에 자신이 없는, 작고 여린 아이였다. 부모님은 내가 우선 20살까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 그런데 오래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제일 건강한 사람이 됐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사실 나는 건강에 대해 조언을 들려줄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병원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대장내시경 검사는 한 번도 안 받았고, 위내시경은 15년 전에 한번 받았다. 병원을 많이 경험해봐야 건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드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사람들이 나처럼 살면 의사들 절반은 폐업할 것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산 비결이 뭘까. 한 마디로 몸 건강뿐 아니라, 생활 자체를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듯하다.
[사진=박석순]
▮철 든 이후가 ‘귀한 나이’
동갑내기이면서 교육자로서 같은 길을 걸어온 친구들이 있다. 안병욱 교수와 김태길 교수다. 80대 초반에 셋이서 만나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나이가 언제일까”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결론은 ‘철이 드는 나이’였다. 철이 든다는 게 뭘까. 내가 내 나이를 믿을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60세는 되어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그때부터 인간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사람은 본인의 노력에 따라 90세까지도 성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60세부터 90세까지가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나이, 제일 귀한 나이가 아닐까.
인생을 3단계로 나눠보면 30세까지는 교육을 받는 나이이고, 60세까지는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나이이고, 이후 90세까지는 사회에 혜택을 돌려주는 나이다. 나무에 비유하자면, 사과나무와 포도나무가 열매 못 맺으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노년은 인생의 열매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나이다. 이왕이면 좋은 열매를 남기는 인생을 살자.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몸의 힘은 빠지지만, 정신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예전에는 내 몸이 내 정신을 이끌고 갔다면, 이제는 내 정신력이 내 몸을 지고 가는 것 같다. 아까 말한 친구들인 김태길 교수도 90세를 살았고, 안병욱 교수도 93세에 눈을 감았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도 지금부터 꼭 다짐해두시기를 바란다. ‘나는 90살이 돼도 늙지 않으리라’라고 말이다. 미리부터 스스로를 관리하는 이들이 그 나이까지 갈 수 있다. 신체의 건강도 50세부터 잘 관리해야 90세까지 거뜬히 갈 수 있다.
[사진=박석순]
▮보람찬 노년의 비결 ‘공부, 일, 취미’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의 3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하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공부하고 독서를 하면 노년까지도 성장할 수 있다. 둘째는, 절대 놀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성장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 취미활동은 노년의 생활을 행복과 건강으로 인도한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의 제자가 서예 전시를 한다고 초청장을 보내왔다. 제자를 만나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저도 90입니다” 하는게 아닌가. 어디를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관심사에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 것 같다.
일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자. 30대 중반에 연세대 들어가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웠다. 38선을 빈손으로 넘어와 6명의 자녀를 길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을 하는 목적이 오로지 경제적 수입이었다. 심지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다른 대학에 시간강사를 나가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얻은 후 비로소 일의 의미가 달라졌다. 어떤 일이 더 소중한가를 판단하게 된 것이다. 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됐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방향이 바뀐 것이다. 돈을 따라가는 일과 목적을 따라가는 일은 결과가 다르다. 돈을 따라 일하면 그 일이 끝남과 동시에 사람의 인연도 끝난다. 하지만 목적을 따라 살면 일이 일을 만들고 결국에는 훨씬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책도 내용이 좋으면 독자가 독자를 만든다. 더 중요한 것은, 목적을 따라 일하면 같은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일의 이유는 ‘타인의 행복’
80세가 되니 일에 대해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전에는 100사람이 100가지 일을 하면 일의 목적도 100가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 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더 인간답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의사는 나 때문에 환자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교수는 나 때문에 제자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정치인은 나 때문에 주민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일을 통해 다른 이들이 행복해져야 내가 행복해진다.
노년이 되니 제자들이 이런저런 자리에 나를 초청해주고 예우해준다. 내가 제자들을 사랑한 것보다 제자들이 나를 더 사랑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을 한다.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반드시 기사님에게 인사를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이동시켜주는 버스기사는 참 고마운 분 아닌가. 내가 친절한 인사를 건네면 기사님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어떤 일을 하든지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은 참 귀한 삶을 사는 거다.
▮나를 넘어 나라를 생각하는 삶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나를 넘어서 나라를 생각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정말 훌륭한 나라다. 일을 사랑하는 민족이 되면서 경제적으로 빈곤을 벗어났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이 놀라운 열매의 출발점은 바로 3·1만세운동 때부터다. 3·1운동은 나보다는 민족을, 가정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걸 깨달은 운동이다. 그 깨달음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었다.
나는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시골 교회를 다니셨는데, 교회에서 3·1운동으로 남편을 잃은 20대 미망인 4명을 대상으로 위로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놀랍게도 “남편이 민족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게 떳떳하고 자랑스럽다”면서 누구도 눈물을 흘리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가난한 시골 중학생 시절, 아버지께서 나를 앉혀놓고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앞으로 네가 긴 인생을 살면서 가정과 친구, 직장보다는 항상 민족과 국가를 위해 살아라. 그러면 너도 모르게 민족만 한 사람, 국가만 한 사람이 된단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으셨지만, 일찍부터 교회를 다니셨던 아버지는 기독교 정신을 그렇게 이해하신 것이다. 가정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민족과 국가, 그리고 하늘나라를 위해 사는 것을 택하자고 말이다. 대학교수 사회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을 위해 일하던 사람은 퇴직과 함께 잊혀진다. 하지만 대학을 위해 일한 사람은 학교와 함께 할 일이 이어진다. 나아가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는 이들은 정년퇴직을 해도 사회 어딘가에서 일한다.
[사진=박석순]
▮보람으로 돌아오는 ‘사랑이 있는 수고’
다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만년에 안병욱 선생이 전화를 해서 “3총사라고 불리는 우리들끼리 자주 만나서 좋은 시간 가져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 이야기를 김태길 선생한테 전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10년 전쯤이면 몰라도 이제는 갈 나이가 됐어. 이제 만나서 뒤늦게 우정을 쌓는다고 즐거운 일이 아니야.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면 남는 이가 힘들잖아.”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결국 김 선생이 먼저 떠나갔다. 이후에 안병욱 선생이 병중에 전 화를 해서 “친구로서 마지막 유언을 하고 싶다”면서 “혼자 남더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정신력이 강한 당신이 우리 일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게 전했다.
이후에 안 선생이 말한 ‘우리 일’이 무엇이었을까를 돌아보게 된 일을 만났다. 지방 소도시에서 강연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70대 후반의 신사가 찾아와 “선생님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안병욱 선생님에게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해달라” 부탁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60~70년대 정말 살기 힘든 시절에 책과 강연으로 두 분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방황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거듭 인사를 전했다. 우리가 해 온 일이 참 보람찬 일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행복했다.
사랑이 있는 고생, 사랑이 있는 수고는 참 귀한 인생을 만든다. 큰 일이 아니더라도,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 인생을 지금부터라도 살아보자.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하고 생각이 건강한, 보람 있는 인생을 모두가 누리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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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와의 대화
가장 큰 사랑은 영원한 것을 찾아가는 사랑
기억력은 없어지지만 사고력은 늙지 않는다
강연에 이어 사과나무의료재단 김혜성 이사장의 진행으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청중들도 고양신문 카카오채널을 통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사진=박석순]
▮책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단어는 ‘사랑’이다. 선생님이 말하는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돈과 권세를 쫓는 이기적 사랑이 있고,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연정과 애정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사랑은 ‘영원한 것을 찾아가는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은 종교적인 영역을 포함한다. 예수와 석가, 공자를 우러르는 것도 그분들이 커다란 사랑으로 우리 인생의 짐을 대신 져준 분들이기 때문이다.
▮신체적 건강에 대해 들려주실 말씀은.
50대 중반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 찾다가 수영을 시작했는데, 건강을 유지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운동은 행복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습관이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100세를 넘긴 사람들을 보면 욕심이 없고, 남을 욕하는 일이 없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건강한 정신력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이끌 것이다.
[사진=박석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였나.
어떤 일을 성취해서 얻은 행복은 길게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기쁨을 줬을 때 깊은 행복을 느낀다. 또 한가지는 뭔가 기대하지 않은 일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큰 기쁨이 찾아온다. 일본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미국에 연구교수로 갈 기회가 주어진 덕분에 내 인생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사회가 나에게 베풀어준 축복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생각의 건강에 대한 견해는.
아무래도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지만, 사고력은 늙지 않는다. 어쩌면 기억력보다 몇 배 소중한게 사고력이다. 다행히 대뇌는 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