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가장 많아야 할 12일 오후 3시 평택의 한 재래시장. 하지만 요즘은 한산하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시장을 꽁꽁 얼린 것이다.
평택시 통북재래시장 상인 김유이(50) 씨는 "재래시장 다 죽었어요"라며 쌍용차 사태에 따른 속내를 털어놨다.
김 씨는 "쌍용이 평택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월급 못받으니까 돈을 안 쓴다"며 "우리 단골 손님들도 쌍용차 가족들이 많은데 요즘 통 나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이어 "예전에는 밤 늦게까지 영업하고 그러면 야근 끝내고 집 들어가다 쇼핑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해봤자 소용이 없고 아예 사람들이 안 다닌다"며, "매상이 얼마가 줄었다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며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매상 앞에 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푸념했다.
쌍용자동차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 비단 재래시장 뿐만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공장 앞 중국집 여직원 김모(43) 씨는 "점심에 쌍용차 공장 옷을 입은 직원들을 볼 수가 없다"며 "월급이 밀렸으니 저렴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직원들이 요즘은 점심에 나오질 않는다. 예전에는 3-40명씩 줄을 지어 나왔지만 요즘은 직원보기가 힘들다"며 "음식장사를 포기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는 편의점 1곳과 음식점 5곳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위기설이 나돌던 11월 이후 편의점 1곳은 문을 닫았고, 음식점 2곳도 장사를 포기했다.
쌍용자동차 사태에 따른 지역경제의 붕괴 위기감은 순식간에 평택시내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평택시 비전동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K(50) 씨는 "법정관리신청 이후 매출액이 평소의 60%나 떨어졌다"며 탄식을 자아냈다.
평택에 요즘 문을 닫는 식당들이 매일 2-3곳씩 늘어 나고 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가게를 내놓는 사례가 크게 늘어 날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평택시 비전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46) 씨는 "최근 점포를 내놓겠다는 업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임대가격 폭락 사태를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직원들의 불안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4살과 한 달된 아이 두 명을 자녀로 둔 회사원 최모(34) 씨는 "노조활동 하면서 지금 며칠째 집에도 제대로 못들어가고 있다. 지난 달 월급은 9일날 나왔는데 이번달 월급은 어떻게 될 지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다"며 "부인한테는 회사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긴 했는데 너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