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섰다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곡성의 뚝방에 장이 섰다며
어부인 앞세우고 운전사노릇을 자청하며 이끌려 갔다가
어린아이들의 얄궂은(?) 검정복장에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모자에 의상도 좀 의아할 정도로 내 정서와는 딴판이어서
무슨 행사가 있나보다하면서도 묻지도 못하고 가자는대로
이끌려 두리번두리번 둑 위에 가지런히 양쪽으로 늘어 선
갖가지 물건들을 눈여겨 보면서 홀깃거리다가 흘깃거리다가
애둘러 불러주는 호감에 솔깃하여 관심이라도 보일라치면
여지없이 발길은 멈추고 눈길은 호강을 하고 손길은 만지작
거리지만 어디 쉽사리 마음길이 열려야 말이지 ...
그래도 끝까지 가서 되돌아 오는 길에 맘에 드는 물건에
흥정을 붙여 거금(?)을 들이고 애석해 하는 마음 달랜다고
그랬는지 오뎅 한그릇하고 호떡 두 개하고 순대 한 접시로
위로하신다는데 내친김에 더 좋은 볼거리가 없나 하고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더니 장성 황룡강가에 10억송이 꽃을
장식해 놓고 사람을 기다린다는 기사에 거리도 40분 남짓이라
얄궂은 오뎅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는듯마는듯 좀 허기진
배를 달래며 달려가니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인공의
아름다운 정성과 화려방창한 꽃들의 화답을 열심히 전화기에
입력하면서 입은 좋다고 벙긋벙긋이 부족이라 방글방글 벌어지고
눈자위는 추켜올라가다가도 내리깔기 부끄러울 일이더라니
해가 저물도록 배고픈 줄도 모르고 구경에 빠졌다가 허둥지둥
맛집(?)을 찾아 허기진 배에 꾸역꾸역 들어가는 음식에 맛이란
이런 것이라는 대명사를 붙이기조차 아까운 손놀림입놀림이라
든든한 뱃속은 늘 사람을 푸근하고 느긋하게 한다해도 이럴 때
아쉬운 것이 차 한 잔이라면 금상첨화요 화룡첨점일텐데 하는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입가심에 냉수 한 잔으로 먼길 서둘러 집에
도착하여 씻자마자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 어둑한 시간에 더듬더듬
전화기에서 알려 준 뉴스에 망연자실 텅 빈 머리로 휘청대면서
아! 가슴은 억하니 멍하고 눈은 막막하고 귀는 먹먹하고 입안은
마른침을 삼키느라 컥컥대며 콧속이 맹맹해진다 아니 세상에
비행기를 탄 것도 배를 탄 것도 기차를 탄 것도 아니고 산을 간 것도
아니고 바다를 간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수도서울 한복판 그것도
대통이 기거한다는 지근거리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현실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야하는데 무슨 말로
어떻게 말한다해도 도움이 될 일인가 위로가 될 일인가 무작정
침묵한다고 답답한 이 가슴이 진정될까 시간은 겁이 없이 일주일
어른노릇하겠다고 잘난 학력 경력 실력들이대며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겠다고 자리 차지한 사람들의 변명과 눈치보기 무책임한
언사로 치장하며 뒷발질인지 뒷걸음질인지 사후약방문도 시원찮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무슨 염치의 입이라고
나부랑대는 저 속알머리 없는 철딱서니들의 푸념들은 저렇게도
많은지 아오라지 장터에 국밥집 딸래미 무작정 기약없는 뗏목사공
기다리다 지쳐 피터지듯 떠듬떠듬 강원도 아리랑을 불러본다
첫댓글 베네치아에는 탄식의 다리가 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도 역시, 우리나라 논산에도 비슷한 통곡의 다리가 있다는데, 아마도 그 좁은 내리막길의 영등포에도 탄식의 다리를 설치해야 되지 않을까요?
곡성에 장성까지 좋게 맘 폭 넓게 잘 다녀 오셨는데 그만!
장성의 시멘트 공장 덕에 근처 집들의 지붕은 견고한 시멘트 옷을 입어서 제법 말썽이 많던 황룡강 근처를 잘 알고 있답니다.
하여간에
푸닥거리라도 생각하고 있을까요?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