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표 떡볶이
큰 손녀 연수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 개학을 하지 않았으니 정말 한 학년이 올라 간지 실감이 안 난다. 연수가 다니는 학교 앞에는 어느 초등학교처럼 문방구점이 있고 그곳에서 떡볶이를 판다. 언젠가 집에 있는데 녀석이 함께 떡볶이를 사러 가자고 한다. 작은 손녀 도이와 함께 셋이 자동차를 타고 초등학교 앞으로 갔다. 내가 연수에게 2,000원을 주었다. 나는 자동차 안에서 기다렸고 아이들은 문방구점으로 들어가서 한참 만에 왔다. 큰 아이는 1,000원짜리를 작은 아이는 500원짜리 떡볶이를 사왔다. 그 구분은 그릇의 차이였다. 그날 작은 아이가 떡볶이 컵을 차 바닥에 떨어뜨려 한참 고생했다. 냄새도 냄새이지만 아무리 닦아도 없어지지 않아서 물세탁을 해야만 했다. 만약에 딸 같았으면 혼냈을 텐데 손녀이다 보니 그저 껄껄 웃고 말았다.
오가면에 있는 작은 야산에서 머물고 있는 백로와 왜가리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집에 와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마트에 갔다. 그곳에서 떡볶이용 떡 두 봉지와 치즈 그리고 어묵을 샀다. 떡볶이 재로를 사면서 그런 생각도 해 보았다. 한 번 만들어주면 분명 다음에도 부탁을 할 것 이라는 것을. 마침 집에 삶아 놓은 계란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계란을 따로 살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나와 연수가 좋아하는 라면을 두 묶음을 샀다. 나는 전에 떡볶이를 만들어서 먹어본 적은 있어도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아들과 딸에게 만들어준 적이 있는데 그리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안 났다.
하지만 연수에게 떡볶이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집에 와서 씻은 후에 부엌으로 갔다. 사실 나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라면을 끓여먹을 정도이다. 오랜만에 큰 냄비를 꺼내서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떡볶이를 요리라고 말 할 수는 없어도 나는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한다. 손녀가 집에 오면 라면을 먹고 싶을 때 꼭 나에게 말을 한다. 분명 할머니가 나에게 미룬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한번 라면을 끓여주니 그 다음 부터는 연수가 라면을 먹고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나에게 말한다. 연수는 나와 마찬가지로 안 매운 면발이 굵은 라면을 좋아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연수는 컵라면도 새우탕면을 좋아한다. 막내 손녀 도이도 언니가 먹으면 샘이 나서 먹는다고 했다가 조금 먹고 그만 먹는 경우가 많이 있어 황당할 때가 많다. 그런데 도이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렁물렁한 가래떡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해서 마트에서 사오면 그대로 먹거나 굳어지면 구어서 먹는다.
떡볶이 떡을 먼저 냄비에 넣고 고춧가루와 고추장 그리고 대파, 마늘을 넣은 후 끓이다가 어묵, 계란을 널고 간을 본 후에 간장을 넣어서 간을 맞췄다. 내 입에는 그냥 괜찮았다. 조금 늦게 온 딸이 좀 짜다고 해서 물을 좀 넣었다. 그런 후에 치즈를 넣었다. 치즈 떡볶이가 되었다. 치즈는 녹아가면서 떡 사이로 스며들었다. 보글보글 맛있게 익어서 그릇에 담아서 연수에게 주었다. 연수는 맛이 있다고 하면서 연신 물을 찾는다. 맵다고 했다. 아, 내가 그것을 조절하지 못했다. 연수가 평소에도 떡볶이를 좋아해서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서 연수에게는 맵게 느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이는 떡볶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연수는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맵다고 하면서도 잘 먹는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했는데 연수는 두 번이나 더 먹었다. 나는 내가 했지만 맛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주관적인 평가이다. 연수에게 물어보니 맛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맛이 없다고 하면 다음에 만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맛있다고 하는지 아니면 정말 맛이 있는 것인지 생각하다가 말한 그대로 생각한 적이 있다.
아들과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내가 외출해서 집에 없었고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밥을 달라고 해서 냉장고를 뒤져보니 별로 먹을 것이 없어서 김치볶음밥을 해 준 적이 있다. 아이들은 맛있다고 잘 먹었고 그 뒤에는 내가 맡아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손녀가 내가 만들어준 떡볶이를 먹었으니 나에게 다시 만들어달라고 할 것입에 틀림이 없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손녀들을 위해서 할아버지표 떡볶이를 만들어주는 것은 행복한 일입에 틀림이 없다.
2020.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