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KBS2 TV에서 반영된 인간극장 “맴돌집 이야기”를 유심히 보았다. 이 프로를 보면서 제시하고자 했던 내용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한 가정 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참 값졌다.
나는 이 프로를 보며 부족한 아이일수록 세상 밖으로 그리고 자폐장애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다.
맴돌집의 경우는 장애아를 키우는 여느 집들보다 참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화가이고 엄마는 들꽃을 좋아하며 서로 평화롭고 조화로운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좋은 주거환경, 넉넉한 이웃들과의 유대관계, 구속받지 않는 아이들의 일상생활.......등은 참 바람직한 모습들이라 생각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비록 처한 현실은 고달프지만 그 속에서 할 일을 하며 여유를 가지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통제보다는 자유를 만끽하며 커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더 큰 발전을 기대해 본다. 또 부부가 하나되어 힘을 합치는 모습에서 큰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이러한 환경들의 많은 부분은 장애아를 키우는 가정에서 본 받아야 할 바람직한 모습들이라 여겨진다.
세상 밖으로 첫발에서는 통합유치원에서 일반유치원으로 전학하여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완전통합! 참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도 이 경우에는 참 빠른 시간에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적응을 해가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 대부분의 경우 통합을 하는 과정에서는 이 보다 더 큰 어려움과 아픔을 수반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이 경우는 이미 통합유치원을 거친 단계이므로 적응은 훨씬 용이했었는지도 모른다. 또 엄마 아빠가 많이 알려져 주위에서 그래도 관대한 편이었을테고.....
통합을 하면서 당면하는 큰 걸림돌은 인터뷰 중에도 나왔듯이 “통합은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는 너무 이기주의 발상이 아니냐”는 주위 부모들로부터의 불평을 잠재우는 것일 것이다. 이런 말에 좀더 논리적인 답변이 가능하고 당위성이 분명해야 통합은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장애아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한 통합은 참 어렵다. 내 아이는 장애아와 어울려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는 한 통합은 참 어려울 것이다.
통합환경에서 다른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로 해서 어느 정도 학습적인 면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학습이 전부는 아니고, 학습보다 더 중요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인성, 감성 그리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선 또래들에게도 장애아와 더불어 생활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당연히 더불어 살아가야 할 권리를 가졌으므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당연히 받아드려야 당위성이 있고........
분리를 전제로 한 오랫동안의 사회적 틀 때문에 분리가 당연한 것인 양 받아드리는 사회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통합엔 많은 아픔이 수반될 수 없다. 이러한 사회인식 변화를 이러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좀더 염두에 두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통합은 또래들에겐 약간의 수업방해지만 우리아이들에겐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이기에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통에도 불구하고 어릴수록 통합에 익숙해야 통합은 가능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적응되지 못한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통합은 점점 더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상황은 담대히 받아드리고 통합을 위해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망과 하소연보다는 가능하면 단대하게 현실을 이기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주위에 당연히 장애아도 더불어 살아가야 할 대상임을 인식시키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에서도 나왔듯이 맴돌집으로 이사와 주위에 드러내 놓을 때 지우는 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우리 부모들도 의미있게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자폐가 아닌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정서장애로 진단을 받고 한편으론 기뻐하며 한편으론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나온다. 정서장애는 예민한 아이에게 보일 수 있고, 감정조절이 되면 언어는 저절로 나올 수도 있다.....
자식이 좋아질 수 있다는데 누군들 기뻐하지 않겠는가?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지우가 좋아질 수 있다는데 축하를 보내며 또 좋아지길 바라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폐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될 수 있다. 이 말을 확대해석하면 자폐는 치료 될 수 없다는 의미로 생각되어 씁쓸한 생각도 든다. 치료가 되고 좋아지면 자폐가 아니고, 치료되지 않으면 자폐란 말인가?
정서장애란 용어는 흔히 사용되는 용어임에도 보건복지부 장애판정지침에 따르면 이런 용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특수교육법에 의하면 자폐도 정서장애에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1년에 국립특수교육원이 전국 16개 시.도 180개 지역교육청에서 각 1개씩 180개 초등학교의 만 6~11세 아동 1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해 전체 출현율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발달장애는 0.15%로 조사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2002년 6월 장애인 등록현황에 보면 발달장애(자폐)는 전국적으로 3190명에 불과하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국내에서 발달장애(자폐)라는 장애등급이 생긴 것은 2000년부터이므로 발달장애(자폐)는 0.01%도 안되는 현황으로 나타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최소한 0.15%는 될 것으로 추정되는 자폐증, 자폐성질환, 자폐스펙트럼, 전반적 발달장애, 발달장애(자폐)라는 질환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좋아질 수 없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있을까? 또 부모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병원마다 다른 진단명을 내리는 경우도 많고, 같은 의사에게라도 시기에 따라 다른 병명으로 진단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일까?
자폐란 치료 불가능한 것이란 인식이 너무 강하게 퍼져 있는 것은 아닌가? 근본적인 치료방법에 문제는 있는 것은 아닌가? 또 치료 가능한 아이도 진단명에 의해 은연중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암시하는 것은 아닌가?.....등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진단명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문제를 보이는 것을 개선하고 없애는데 초점을 맞추고 또래들과 어울려 살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싶을 뿐이다. 자폐이기 때문에 안되고, 다른 진단명으로 나왔으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와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폐는 참 치료/교육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자폐이기 때문에 치료가 안된다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상당히 좋아진 사례들을 보면 이분들도 꽤 명망있는 분들에게 진단을 받아 자폐로 진단을 받았음에도 아이가 좋아지니 자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주위로부터 종종 들어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정서장애도 뇌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도 작은 스트레스지만 아이가 받아드리는 것은 너무 크게 받아드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감정조절과 행동조절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감각입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은 매스컴에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참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매스컴에 자주 등장함으로 우리 아이들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좋고, 또 이런 매체에서 방영된 사례를 교훈삼아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또 대처방법을 수립하는데 활용하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에 나왔듯이 “희망과 바람”을 선물한 우리 아이들을 통해 모두들 소망을 이뤘으면 한다. 그리고 맴돌집 이야기를 통해 친숙해진 지우와 그 가족들도 큰 꿈을 이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