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이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영화에선 화성이란 지명이 나오지 않는다. 촬영도 대부분 전라도 지역에서 이뤄졌다. 영화속 지명은 '하선군 태령읍'으로 비켜가고있다. 그러나 영화는 86년부터 91년까지 6년여동안 화성군 태안읍 반경 2㎞내에서 일어난 끔직한 10차례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몸서리 처지는 쓰린 기억을 지우지 못한 화성주민들과 생사람 잡는 어설픈 수사로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당시 수사경찰로서는 절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사건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뼈저린 기억'을 되살린 데 대해 "기억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9·10차 사건을 현장에서 맞닥뜨렸던 기자는 오래된 취재수첩을 들추며 '취재의 추억'을 되살려 영화속 진실과 허구를 살펴봤다.
●범인은 누구일까?
영화를 보고나오는 관객 대부분은 '손이 부드러운' 박현규가 범인이거나 범인이기를 바란다. 생존자인 언덕집 여자의 "여자처럼 보드라운 손…"이라는 진술이 강한 연상을 준다. 실제로 박현규의 모델은 90년11월 여중생 김모양(당시13세)살해사건(9차사건)뒤 경찰이 한달뒤 범인이라고 발표한 윤모군(당시 19세·공원)이다. 곱상한 외모로 영화속 이미지와 거의 비슷하다. 윤군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진술했지만 현장검증 도중 이를 번복해 경찰강압수사 파문이 일어났다. 결국 유전자감식결과에서도 동일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윤군은 이사건과 별건으로 구속돼 91년 4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현재 범인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혈액형이 B형이란 사실 뿐이다.
●10차례 사건 모두 동일범일까?
아니다. 경찰은 범죄수법이 비슷한 3~4건 정도를 동일범 소행으로 추정하고있다. 나머지는 개별 범죄이거나 모방범죄로 보고 있다. 영화에는 수법이 비슷한 6건이 등장한다. 농수로에서 발견된 박보희(86년10월23일),볏짚단이 쌓인 겨울논에서 발견된 이향숙(12월21일),서울형사가 예측한 실종자 독고현순(87년4월23일)사건은 입에 재갈을 물리고 팬티나 거들로 피해자 얼굴을 씌운 뒤 손발을 뒤로 결박하는 등 수법이 일치한다. 또 영화속에서는 사건 6개가 모두 5공말기에 발생한 것으로 돼있지만, 복숭아조각이 나온 안미순사건과 여중생사건은 6공때 일어난 사건이다. 6공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때라 경찰을 더욱 괴롭게 했다.
●빨간옷에 비오는 날,또 신청음악이 방송된 날 범행이 일어났나?
초기 사건은 피해자가 빨간 옷을 입었고 사건 발생날의 날씨는 가랑비·진눈깨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이었다. 이후 연쇄살인사건이란 이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반드시 빨간옷을 입은 여성만 희생된 것은 아니다. 영화속 남편을 마중나가다 희생된 박명자는 빨간옷을 입었다가 꺼림칙해 다른 옷으로 바꿔입는 장면이 나와 이같은 사실을 암시한다. 박명자 사건 당시 홍모씨(당시 42세)은 다방종업원에게 "너도 빨간 옷을 입으면 죽는다"고 말했다가 용의자로 몰려 3차례나 영장이 신청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여중생이 살해되던 날도 영화에선 비가 왔으나 실제론 비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수 유재하(87년 11월1일 교통사고로 사망)가 부른 '우울한 편지'와 범행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영화 내용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영화는 완벽하게 제작됐다. 진짜 범인이 영화를 본다면 호흡이 멈춰질 정도이다. 격문이 씌어진 허수아비,범행수법,여형사에 빨간옷을 입혀 비오는 날 배회하게 한 일,무당집 찾아간 일,화성경찰서 정문을 옮긴 일 등은 모두 사실에 근거했다. 9차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는 용의자로 지목됐던 차모씨(당시 38세·목공)가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재호반장이 신청음악을 듣고 경비병력을 요구했으나 시위진압 관계로 병력이 부족해 막을수 있는 범행을 못막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단지 당시 시대 상황이 그랬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10차례 사건 모두 해결하지 못했나?
'화성부녀자 연쇄폭행살해사건'으로 이름붙여진 10건 가운데 8차사건(88년9월16일)은 범인이 검거됐다. 당시 범인은 체모를 현장에 흘렸고 경찰은 이 체모에서 중금속 성분을 추출,인근 용의자의 체모와 비교·분석해 범인 윤모씨를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현재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수법상 연쇄 살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경찰은 유일하게 해결한 사건이라 화성사건에 포함시킨다. 오히려 89년 7월9일 일어난 정모양(당시 고2)가 화성사건에 가깝지만 발생지역이 수원이라 경찰은 연쇄살인사건에 포함시키지 않고있다. 이사건을 포함해 3사건이 살인사건 공소시효 만료(15년)까지 1~3년이 남아있다.
●취재의 추억
8차사건이후 화성 인근에 사는 남성들은 수난이었다. 모든 남자들의 체모가 뽑혔고, 범인 윤모씨의 체모를 뽑아낸 경찰관은 일계급이 특진되기도 했다. 당시 기자실에서 나온 유머 한가지. 범행과 관련돼 조사를 받지않은 그룹은 경찰과 기자 뿐이었다. 그런데 경찰과 기자 두그룹에 동시에 속하는 한명이 있었다. 당시 경기도경 기자실에 근무하던 의경이었다. 고향도 화성이었다. 전혀 그럴리가 없었지만 범인이 오리무중이라 답답한 심정에서 나온 우스갯소리였다
첫댓글 보고나면....엄청 침울해지는 영화든데.... 뭐가진짜구가짠지모르겠어가지구.... 다 진짜같기만 하구....ㅠㅅㅠ
우와 진짜 무서웠겠당..ㅋㅋ
오랜만에 한국영화보고 감동먹었지. 괜찮은 영화더라.
나 역시 강추... 오아시스 이후에 최고의 영화... 안그래요 상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