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긴급조치' 합리화"등 박근혜에 보고 정황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8.06.05 12:11
[the L] 양승태 사법부 "'긴급조치' 합리화"등 박근혜에 보고 정황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에 휩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의 긴급조치 등 폭정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과거사의 잘못을 바로잡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보고한 정황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5일 과거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에 저장돼 있던 문건 가운데 98개를 공개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들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을 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은 조사단이 지난달 25일 조사결과 보고서에 인용한 문건 88개를 비롯해 기존에 공개하지 않은 문건도 8개가 있었다. 나머지 2건은 파일이름만 남아있을 뿐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중 '과거사 왜곡의 광정(잘못을 바로 고친다는 의미)'이라는 제목에 '대외비'라는 빨간 표시가 선명히 박힌 한 보고서는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했다고 돼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박근혜정부에 보고하기 위한 현안 자료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에서 기조실은 "사법부가 그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며 "과거 정권의 '적폐'를 해소했고 무엇보다 먼저 왜곡된 과거사나 경시된 국가관 관련 사건의 방향을 바로 정립했다"고 자평했다.
기조실이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평가한 사건에는 '과거사 정리위원회 사건'이 있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점에 있었던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의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사건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불법으로 체포·구금돼 고문 등으로 억지로 자백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사건 등이다. 국가에 의한 가해행위가 발생한 지 수십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랐던 사건들이다. 이에 기조실은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해 그 요건을 정립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의 긴급조치 등 폭정을 합리화한 판결도 당시 사법부의 '공적'으로 평가됐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긴급조치가 당시로서는 유효한 법규였던 만큼 이를 따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곧바로 위법한 것이 아니다"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등 이유를 들어 피해자 구제에 소홀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기조실은 "대통령 긴급조치가 내려진 당시의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기조실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선동 혐의에 유죄로 보고 중형을 선고한 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이끌고 빨치산 추모제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점 등을 체제수호 노력의 성과로 들었다. 이 뉴스도 봐봐! 양승태 사법부 '차성안 판사 뒷조사' 문건 공개 양승태 前대법원장 "재판 거래한 일 없다" 양승태 사법부 "정치 편향 판사모임, 회의실 불허하자" 이전다음 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는 근로자의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제한한 2013년 12월의 전원합의체 판결 △KTX 승무원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의 성립을 부정한 2015년 판결 △과거 쌍용차가 정리해고를 단행하기에 앞서 합리적 노력을 다한 데다 해고 대상자 선정을 공정하게 했다고 인정한 2014년의 판결 등에 대해서도 "노동부문 선진화와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