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개봉 & 2017 재개봉 / 135분>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메릴 스트립 &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토록 확실한 사랑의 감정
평생을 바꾼 단 4일 간의 사랑 이야기가 다시 찾아온다
잡지 표지에 실을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한 사진 작가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매디슨 카운티에 사는 여인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길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낯설지만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점점 가까워진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떠나야 하는 로버트와 매디슨 카운티를 떠날 수 없는 프란체스카.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며 인생을 바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직업 사진 작가인 로버트 킨케이드는 1965년 가을 판 'National Geographic' 잡지에 실을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한다. 길을 잃은 그는 잘 정돈된 한 농가파에서 녹색 픽업 트럭을 세우고 길을 묻는다. 남편과 두 아이가 나흘간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참가하러 떠난 후, 프란체스카 죤슨은 혼자 집에 있다.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은 예의 바른 이방인. 결혼한 지 15년 된 그녀에게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그녀는 평범한 일상 생활로부터의 특이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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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 백과 / 신강호 글>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빗속 재회와 이별 장면
일생 단 한 번의 감정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멀리는 데이비드 린의 〈밀회〉, 가깝게는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폴링 인 러브〉를 연상케 하는 ‘중년의 러브 스토리’다. 무척 감동적이고 서정적인 재미를 갖춘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놓고 로맨틱한 주인공을 맡은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영화 속 시간은 1987년이다. 메릴 스트립(프란체스카)의 아들과 딸이 그녀의 유언인 화장해서 로즈만 다리 위에 뿌려달라는 것에 의아해하며 반대하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들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진실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면서, 자신들에게 남긴 어머니의 편지와 3권의 일기장을 접한다. 그리고 일기를 읽는 딸의 목소리가 화면과 함께 오버랩 되면서 1965년의 과거 시제로 역행한다. 플롯은 4번의 플래시백과 그 사이 현재 두 남매의 반응으로 구성된다.
아이오아주, 매디슨 카운티. 남편과 두 남매가 사흘 동안 송아지 품평회에 다니러 가고, 혼자 남은 촌부 프란체스카에게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인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길을 물으러 나타난다. 나이 든 고독한 떠돌이 독신남과 진정한 사랑에 열려 있는 외로운 주부, 이들은 서로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상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킨케이드는 세계 곳곳을 많이 다녀봤는데, 그녀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바리에도 간 적이 있었다. 프란체스카에게는 그런 킨케이드의 영혼이 신선하고 매력적일 따름이다.
예의 바르고 섬세한 감각의 킨케이드는 현재 자신의 모습이 소녀 때 꿈꾸었던 그런 생활은 아니라고 말하는 프란체스카에게서 일상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프란체스카는 “흰 나방이 날갯짓할 때 저녁 드시고 싶으면 오세요.” 라는 예이츠의 시구를 쪽지에 적는가 하면, 킨케이드가 목욕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그의 육체를 상상할 정도로 단순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예술성을 부정하는 킨케이드를 어루만질 줄도 알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남편이 집에 돌아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함께 마을에 쇼핑하러 나왔다가 우연히 킨케이드의 트럭을 발견한다. 그녀의 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마을을 막 떠나려던 킨케이드도 프란체스카를 발견한다. 그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온 몸에 비를 흠뻑 맞으며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서 그녀에게 애절한 시선을 보낸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한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프란체스카는 몹시 혼란스럽다. 견딜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다. 그녀의 생각을 읽은 킨케이드는 자신에 픽업트럭에 올라타고 시동을 건다. 이때 프란체스카의 내면의 목소리가 흐른다. “순간 난 넋을 잃었다. 이런 생각이 마음속을 가로질렀다. 그는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가 너무 쉽게 떠나버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호등에 대기하면서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는 나란히 멈추게 된다. 그녀는 빗줄기 속에 갇혀서 잘 보이지 않는 킨케이드의 픽업 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런데 앞차의 킨케이드는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꺼내 백미러에 걸어놓는다. 그것은 프란체스카가 며칠 전 킨케이드를 위해 새 원피스를 샀을 때 그가 전하지 못한 목걸이였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지만 킨케이드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프란체스카는 순간 자동차의 문고리를 꽉 부여잡는다. 그는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걸까?
그 순간 픽업트럭의 지시등에 불이 들어온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킨케이드는 마침내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난 마음속으로 외쳤다. 남기로 한 건 잘못이지만, 난 갈 수가 없어요. 왜 떠나야 하는지 다시 말해줘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거요.”라는 프란체스카의 내레이션이 다시 한 번 들린다. 그녀는 마침내 빗속으로 사라져 가는 킨케이드의 트럭 뒷모습을 보고 남편이 옆에 있지만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다.
사랑이냐 이별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두 사람의 슬픔을 보여 주는 이 장면은 위기나 절정을 한 번 더 제시하는 멜로드라마의 플롯 공식을 잘 표현했다. 아무 말 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빗속에 처량하게 서 있는 이스트우드의 숏은 과거 그의 영화에서 보여 주었던 영웅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전복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클로즈업에서 제스처와 얼굴 표정은 미묘한 차이를 정교하게 표현하면서 그 순간의 진실에 전적으로 집중하게 한다. 이스트우드는 2시간이 넘게 뉘앙스와 몸짓으로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보면 대체로 대사는 아주 최소한도로 억제된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관객에게 넌지시 보여 줄 때 사실상 그는 최상의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얼굴은 그가 말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표현이 풍부하다. 왜냐하면 그는 말수가 적은데다 무미건조할 정도로 단조로운 톤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스트우드의 경우에는 말이 적은 편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는 절제된 대사와 연기를 통해서 감정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에 예리하고 터프하며, 궁극적으로는 한층 더 감정이 풍부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스트우드는 나이 먹은 남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이스트우드는 셔츠를 벗고 몸을 씻는 장면을 보여 주는데, 그것은 과거 젊은 스타의 몸이 아니라 60대 남자의 늙은 몸이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자신의 좀 더 멋있고 젊은 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셔츠를 벗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스타로서 생명을 오래 유지했기 때문에 오히려 나이가 스타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 준 것이다. 그는 조용하고 신사적이며 남성적인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물론 메릴 스트립의 초조하고, 좌절하며, 코믹하고, 갈망으로 가득 찬 인물을 표현한 연기 또한 이스트우드에 뒤지지 않는다.
영화의 중간에 킨케이드는 가정을 갖는 게 의무는 아니며 미국식 가족관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분명하게 말한다(그때는 1960년대이니까). 그러나 이 말은 결국 영화의 결말처럼 가족의 가치라는 보수주의로 회귀하기 위한 내러티브 장치였다. 중년의 남매에게 어머니의 불륜은 처음에는 배반감으로 다가오지만,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했고,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했다.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해라. 이 세상은 너무 아름답단다.”라는 프란체스카의 말처럼 자식들은 결국 자신들의 결혼생활도 되돌아본다.
“내가 사진기자가 된 것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이며, 내 평생 겪어온 일들은 당신을 만나기 위한 준비였다.”, “이런 사랑은 평생 단 한 번 찾아오는 것이다.”라는 킨케이드의 말은 멜로드라마 대사의 진수를 전해 준다. 삶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의 세계는 사랑의 힘을 전하면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정서와 감정을 자극한다. 중년 남녀의 짧은 연애 사건을 그린 이 영화는 간결한 각색과 절제된 연기, 간소하고 사실적인 대화를 통해서 사랑을 눈앞에 둔 남녀의 심리와 이성에 대해 호감을 주는 예절이 무엇인지를 풍부하게 보여 주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로 킨케이드처럼 늘 새로운 것, 새로운 길을 시도하는 감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한편 배우로서도 가장 기억에 남을 연기를 선보이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자신의 걸작으로 만들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킨케이드처럼 ‘그림을 만드는’ 솜씨로는 지금까지 이 작품을 뛰어넘을 영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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