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두물머리 미사가 667일째를 맞이했다. 며칠 전부터 아침 8시경이면 육중한 포크레인이 어김없이 두물머리 강변을 습격하고, 사제들이 몸으로 막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천주교연대 사제들은 오늘부터 9일기도를 시작했다. 이들은 뜻있는 시민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대림시기의 끝자락에서 두물머리를 꼭 기억해달라’고 청했다. 두물머리는 4대강 공사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물머리에서 이처럼 미사가 진행된 것은 갑작스런 일은 아니었다 벌써 꼬박 2년을 채워가고 있는 미사의 힘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에서 나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서 수원교구의 서상진 신부, 서울대교구 조해붕 신부, 작은형제회 김정훈 신부, 그리고 팔당공대위의 유영훈 대표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맹주형 부장이 참석해 간담회를 열고 천주교연대의 활동에 대한 중간평가를 겸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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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연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최덕기 주교의 지지와 후원이 동력을 제공해"
천주교연대가 결성되기 전에 이미 2008년 2월부터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dl 대운하 반대 강 순례를 시작했으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환경소위가 대운하 사업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시도했으나 정부 측 발제자의 일방적인 불참통보로 무산되었다. 그후 4월 13일에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 50일째 되는 날 부산 낙동강 하구 을숙도 공원에서 ‘천주교의 날 행사’를 치르고, 5월 14일 ‘대운하 백지 천주교연대’가 출범해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결국 그해 6월에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을 사실상 포기선언을 했으나, 대운하 사업은 다시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다시 시작되어, 천주교회의 반발을 샀다.
이에 주교회의 정평위 환경소위는 2009년 5월 ‘교구별 생태복음화-생태적 치유와 4대강 개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 교육을 실시했는데, 급기야 2009년 11월 24일 서울, 수원, 인천교구 사제들이 중심이 되어 최덕기 주교의 주례로 팔당유기농지 보존 생명평화미사를 팔당 두물머리 강변에서 봉헌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12월 15일에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천주교 시국회의’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리면서 전국적 규모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가 결성되었다.
천주교연대는 최덕기 주교(전 수원교구장)를 고문으로, 조해붕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공동대표단에는 광주, 마산, 대전교구 정평위 위원장 신부가 참여하고, 그밖에 남녀 수도자 대표와 평신도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천주교연대의 집행위원장을 수원교구의 서상진 신부가 맡고 있듯이, 천주교연대가 발족할 때 가장 힘을 실어준 그룹이 수원교구의 ‘공동선실현사제연대’의 젊은 사제들이었다.
서상진 신부는 “천주교연대 발족에 수원교구 전 교구장이던 최덕기 바오로 주교의 기여와 후원의 힘이 컸다”고 전했다. 당시 서상진 신부는 본당사목을 맡지 않고 학교사목만 맡게 되면서 최덕기 주교와 나자로 마을의 성 장주기 요셉관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교감을 나누게 되었다. 최덕기 주교와 수원교구의 젊은 사제 그룹은 미산골프장 반대운동을 통해 교회의 사회적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최 주교 역시 ‘내가 교구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잘못한 것 중에 하나는 사회교리를 가르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만큼 새로운 사회인식이 교구 안에 싹트고 있었다.
이참에 4대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상진 신부와 강정근 신부 등이 나서서 천주교연대 발족에 역할을 하게 되었고, 여기에 여러 환경단체와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 담당사제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2009년 9월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발령을 받은 조해붕 신부가 결합하게 되면서, 천주교연대는 실무적으로도 힘을 받게 되었다. 이 바람에 이제까지도 수원교구의 공동선실현사제연대의 김재욱 사무국장과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맹주형 부장이 집행위원으로 실무책임을 맡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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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진 신부. |
천주교연대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젊은 사제들이 결집할 수 있는 토대 마련"
지난 2년 동안 천주교연대가 4대강 권역별로 나뉘어 활동해 왔지만, 4대강 사업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서상진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사대강 사업을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그것으로 끝난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듯이.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었고 교회의 할 일이었다. 사대강 사업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반생명적이며 더구나 반신앙적인 사업이기에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천주교가 당연히 앞장서야 할 일이었다. 앞으로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일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서상진 신부는 앞으로도 비슷한 사회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며, 천주교연대의 경험을 통해 한국교회가 사회문제에 응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경험이 앞으로 ‘반핵천주교연대’도 만들어지게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해붕 신부는 “사제들이 사회교리라는 지침에 따라서 노력해 왔다”며, “지금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제들의 저으이로운 마음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천주교연대 활동을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5-6점’ 장도라며 “2,3점 더 받으려면 더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해붕 신부는 천주교연대를 바라보면서, 특별히 젊은 사제모임들이 각 교구마다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에 주목했다.
“서울교구에서는 1990년대에 젊은 사제들이 모임을 하려고 했지만 교구장이 허락하지 않아서 무산된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수원교구의 ‘공동선실현사제연대’, 그리고 의정부교구의 ‘의정부사제연대’ 등 젊은 사제들의 자발적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 교구장 입장에서야 용납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사회교리가 제대로 정착되지 모한 한국교회 안에서 이런 모임들이 생긴 것 자체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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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형제회 김정훈 신부. |
한편 수도원 차원에서도 고민이 있다. 여자수도자들은 대체로 시국기도회 등에 참석하는 숫자가 많은 편이지만, 남자수도회의 경우에는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4대강 사업 반대운동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성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작은 형제회나 꼰벤뚜알 프란치스꼬회, 그리고 예수회 등이 참여했으나, 이들은 대개 한국에 진출한 대형 수도회로서, 수도자들이 적은 작은 수도회들은 본연의 소임 때문에 사회참여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수도회 안에서도 “각 수도자들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크다”고 김정훈 신부는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자들을 적극적으로 사회참여 현장으로 이끌어내려면 먼저 사회교리 교육 등을 통해 수도자들이 분명한 복음적 확신을 지니도록 돕는 오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김 신부의 생각이다. 그래야 수도자들이 자신이 맡은 소임 외에도 시간과 인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해붕 신부는 “사실상 본당 사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면서 중요한 것은 사회참여에 대한 사제와 수도자들의 인식 변화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영훈 팔당공대 대표는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에 저항하는데, 천주교연대 사제들이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결과 한강권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제들은 여기서 최선을 다했다. 명동성당과 대한문 앞에서 노숙하면서 참여했다. 특히 두물머리에서는 농민들과 결합해서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는 4대강 문제를 단순히 생명평화 문제로만 인식하지 않고, 더 나아가 생활 속의 문제로 삼아서 가치관을 성찰하는데 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는 딜레마일지 모르지만, 결국 4대강 문제는 환경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사안임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667일째 봉헌되는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는 어떤 의미가 있나? "두물머리야말로 생생한 복음의 현장"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봉헌된 것은 서울과 인천, 수원과 의정부 교구 사제들이 똘똘 뭉쳐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말하는 서상진 신부는 “두물머리야말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생생한 현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그 분의 말씀, 우리에게 당신을 성체의 형상으로 내어주심을 재현하는 하느님께 향한 제사이다. 미사에는 인간에게 이루어져야 하는 정의와 평화, 생명과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삶이 담겨 있고, 또한 그 길을 따르려는 신자들의 염원과 다짐이 만나는 현장이다.”
서 신부는 “누구보다도 예수님께서 먼저 두물머리 미사를 원하셨을 것”이라며, 두물머리의 미사가 660일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를 따르려는 신자들의 염원 때문”이기에 “아름다운 세상, 공동선, 정의, 평화, 생명의 존귀함 등을 유지하고 이루면서 예수님을 따르려는 노력하는 인간과 하느님의 만남의 장”이라고 평가했다.
천주교연대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4대강 폐해 홍보 및 원상복구 촉구"
“4대강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하는 서상진 신부는 “먼저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지적하고, 이명박 정부에 책임을 묻고, 4대강의 원상복구를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무분별하게 강행된 사업이기에, 그 시작과 과정, 결과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고, “천주교연대가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했지만 그 위법성과 비윤리성, 반생명적 결과들은 반드시 책임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천주교연대는 운하반대교수모임과 협력해 4대강 진상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며, 팔당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계속할 뜻을 비추었다. 도한 강사진을 구성해 4대강의 폐해와 원상복구와 관련된 강연회도 각 교구별 본당을 순회하며 개최할 계획이다. 물론 교구별 생명평화미사도 지속적으로 봉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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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연대 상임대표 조해붕 신부. |
조해붕 신부는 특히 4대강 문제뿐 아니라 환경과 생명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주교회의 환경지침서를 각 교구와 본당에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알려내야 한다. 들고나는 이슈만을 따라가기보다 생명평화와 환경에 대해 신자들과 사제들의 깊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다른 사제들과 신자들이 조해붕 신부에게 “4대강 아직 안 끝났어요?”하고 묻는다고 한다. 그럴 때면 “밥은 하루만 먹으면 다 끝나는 것인가요”라고 답해 준다고 전했다. 요즘 조해붕 신부는 강론이나 강연회에 갈 때마다 주교회의 환경지침서를 들고 가서 신자들에게 무조건 나눠준다고 했다.
한편 김정훈 신부는 “이명박 정권이 합법적 선거절차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우리 사회가 그를 대통령으로 삼은 것이다. 4대강 문제 역시 모든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나 다수 국민들이 용납하고 받아들인 결과다. 결국 물질주의에 갇힌 국민들의 가치관을 바꾸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가치관 변화를 요구했다.
이런 점에서 주교회의에서 사회교리 주간이 제정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조해붕 신부는 특별히 이번 가을 주교회의에서 사회교리 주간 제정과 강우일 주교의 의장 연임 결정이 교회 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4대강 문제뿐 아니라 재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 강우일 주교는 줄곧 교회의 사회적 관심을 환기해 왔던 주교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조해붕 신부는 “강우일 주교의 진정성이 영향력을 미쳤던 것 같다”면서, 주교단 대부분의 사회적 관심 표명에 대해 고무적인 일로 평가했다.
교회가 4대강 사업 반대 등 '환경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나? "4대강 문제는 환경문제 넘어서 물질주의 가치관 전환의 계기 되어야"
서상진 신부는 교회가 환경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하느님께서는 대자연을 통해서도 당신을 계시하여 주신다”며, 그래서 “환경문제는 지극히 신앙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주변 환경이 우리의 삶의 터전인 것처럼 후손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우리가 다 파괴해 버린다면 우리 후손들은 사용할 것이 없게 된다”고 지적하며 “아름다운 환경을 가능한 한 우리 시대 사람들이 공유하고 후손들과도 공유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신부는 “프란치스코의 생태관은 인간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적”이라며, 개발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아직도 박정희식의 개발주의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이 많다”면서, “이명박의 아이콘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이 요기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교회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맹주형 부장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교리는 여전히 엄청난 진보적 견해”라면서, 사회교리는 자연을 우리가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유기체로 관계맺고 돌봐야 할 대상이라면서, “이러한 가르침을 교회 장상들이 모르고 있는 것인지 그동안 교회 안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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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당공대위 유영훈 대표. |
이에 조해붕 신부는 “환경문제를 포함해 사회교리가 교회 안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박동호 신부가 말하듯 ‘의도적 외면’이라고 보아야 한다. 교회 역시 개발과 성장주의에 빠져서, 신자 숫자 늘어나는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된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가 교회 안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훈 대표는 40대강 문제를 단순히 ‘환경문제’로 치부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문제를 청소년 문제나 빈민문제 등 여러 사회문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환경문제는 이미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물질주의가 빚어낸 종합판”이라며, 이제는 이처럼 환경문제는 물질주의를 비춰보는 거울로 보아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재검토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서상진 신부는 “결국 환경문제 해결은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전하듯이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넘어가자는 것”이라며, “단연히 개발과 황금만능주의를 넘어서는 운동에 사제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평화미사에 주교들이 나선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자연법 어기는 정부에 저항하지 않는 주교는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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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연대 집행위원 맹주형. |
지난 2년 동안 천주교연대가 주관한 권역별 생명평화미사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주교들의 참여였다. 물론 서울대교구 등 몇몇 교구에서는 주교들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수원, 인천, 마산, 광주, 전주, 안동 등에서 주교들이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미사집전을 했으며,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는 두물머리 미사에도 참여했다.
서상진 신부는 교도권자로서 주교들은 단연히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마땅하다고 전하면서 “이명박 정권은 근본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을 지녔고, 올바르지 않은 짓만 하고, 올바르지 않은 이익을 탐하고 있다. 사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온갖 비리로 얼룩진 친인척들과 장관들, 5번에 걸친 날치기, FTA, 종편 등. 하는 일마다 그렇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교들은 정권과 상호인정의 관계에서, 신자들이 평온한 신앙생활을 하도록 노력하지만, 이 정권은 그 수위를 넘어섰다”며 주교들조차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냐고 전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은 “너무나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이지 않은가? 나라를 완전히 파탄내고 나면 어찌 평화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묻고, “결국 주교님들을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도권 행사는 주교의 의무이며, “이 교도권은 성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 필요한 것이기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신자들에게 교도권을 실행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교님들과 대통령의 관계는 자연법과 실정법의 관계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주교님들께서는 자연법을 수호하시는 분들이고 대통령은 실정법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자연법은 모든 실정법의 기반이 되지만 실정법의 실행에 있어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이는 마치 자연법에 따라 인간에게는 집이 필요하다면 실정법에 따라 여러 형태의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집의 형태를 어떻게 짓는가에 대해서는 자연법이 구태여 간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집이 인간에게 걸맞지 않거나, 몇몇 인간에게만 제공되거나, 또는 강제로 집을 빼앗기거나 등등 모든 인간을 위한 집이 되지 않을 때에는 당연히 자연법이 앞에 나서서 인간을 위한 집이라는 것을 촉구해야 한다.”
이어 서상진 신부는 “주교님들이 가능하면 정부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정부가 자연법적 기반을 흔들거나 어기면서 실정법을 실행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자연법의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면서, “주교님들에 따라 방법과 시기, 수위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주교님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한결같으실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주교님들께서 스스로 당신의 교도권을 포기하신 것이며 교도권을 잃은 주교님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김정훈 신부는 4대강 문제를 둘러싸고 주교회의 결정과 다른 견해를 피력한 추기경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교회 안에서야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외부인들은 추기경의 발언으로 교회의 의견이 갈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추기경이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한다고 보기에, 도대체 추기경이 반대하는 일을 사제들이 왜 나서냐고 비난한다”고 전했다.
추기경과 관련한 파문에 대해, 서상진 신부는 “주교들이 명예롭게 협의해서 결론을 냈는데, 혼자서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 잘못이기에 교회에 큰 영향력을 지니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추기경은 교황이 지역교회에 흩어져 있는 의견을 듣는 창구이며, 정진석 추기경은 서울교구장일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것은 주교회의 의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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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연대의 활동과 사회교리와 어떤 관계가 있나? "사회교리 실천은 교회 활동의 본질"
서상진 신부는 이번 간담회를 위해 미리 답변을 문서로 준비해 왔는데, 여기서 먼저 “이번에 제1회 사회교리 주간을 지낼 수 있어 참으로 기쁘다”면서, 사회교리 주간 제정으로 “사회교리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과 필요성의 기반”이 생겼다고 전했다.
사회교리는 “모든 신자들에게 사회적 삶의 지침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민주 시민으로서 우리는 문화, 경제, 정치, 사회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신앙을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는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한 사회교리 주간 자료집의 마지막 구절을 되새겼다.
이어 “그렇다면 천주교 연대의 활동은 지극히 사회교리에 맞는 활동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사제들보다는 사회라는 삶의 일선에서 살고 있는 평신도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중심이 되어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회교리를 올바로 전하여 사명감과 더불어 힘과 용기를 심어주려는 주교님들과 신부들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붕 신부는 “사람들마다 역할은 다르지만, 사제든 평신도든 삶의 현장에서 정의를 외쳐야 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의무”라면서, 이런 점에서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한 것은 ‘교회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삶의 정신적 기초가 성서라서 ‘성서주간’이 있듯이, ‘사회교리 주간’은 우리 삶의 지침이 사회교리라는 점을 재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서상진 신부는 “농민주일에는 농민주일 자료가 나오고, 성서주일에도 관련 자료가 교회에서 나오듯이, 앞으로 우리 교회가 사회교리 주간을 지내면서 계속 관련 강론자료 등이 나오게 되면 교회 분위기도 많이 바뀔 것”이라며, 최덕기 주교가 ‘교구장으로 있을 때 실수 한 게 있다면 사회교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사례를 들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