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추천도서
세계 최초, 한국 최초 아시아문학상 수상작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한국사회에서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실제 2012년 결혼한 한국인 33만 쌍 중 11만 쌍이 이혼했고, 그중 황혼이혼의 비율은 26.4%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결혼 주례사에서 흔히 하는 말 “백년해로”나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란 말이 무색해지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같다. 이런 때에 가족, 황혼이혼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을 소개한다.
신경숙의 역작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는 칠순이 넘은 엄마가 시골집에서 서울에 사는 자식 집에 아버지와 함께 오다가 지하철 서울역에서 실종된다. 실종된지 일주일이 되어도 엄마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남은 가족들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신문에도 광고를 낸다. 이를 보고 엄마와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고 제보해주는 사람들을 하나 둘 찾아가보면서 엄마가 아니어서 실망도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별로 관심 없게 보아왔던 엄마의 일상들을 가족들은 ‘왜 그때는 몰랐는지’ 하면서 뒤늦은 후회도 하면서, 그리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면서 재미있으면서 가슴뭉클하게 하는 것은 실종된 엄마를 찾는 자식들의 이야기보다, 아내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너’이다. ‘너’는 소설작가를 꿈꾸는 셋째 딸이다. 화자는 <제3장 ‘나 왔네’> 편에서 엄마의 남편으로서 아버지의 뒤늦은 아내 사랑을 읽게 해준다.
남편인 아버지가 아내인 엄마에게 무심하다 못해 딴 여자와 눈이 맞아 오랫동안 딴 살림을 차렸어도 “나 왔네” 하며 집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었던 아내였다. 그런데 칠순의 나이가 된 아내가 이젠 ‘나 왔네’ 하고 집에 들어와도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없다. 화자인 딸은 아버지를 보며 이렇게 서술한다.
「아내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까지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아내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당신에게 형철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형철 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 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의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
소설을 잃다보면 화자 ‘너’는 ‘나’가 되어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엄마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너무 흔하게 여기고 대하였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며 스스로 죄인이 되고 용서를 빌게 만드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게 해준다.
소설가 신경숙은 1963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중학교 졸업후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에서 여직공으로 노동하며 야간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였다.
지난 11월 11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신경숙 작가는 가난한 집안의 6남매 중 넷째로 장녀였던 그녀가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고, 집으로 돌아가 장을 보고 새벽같이 일어나 오빠의 식사를 준비하고 다시 공장으로 향하는 팍팍한 일상을 견뎌내고 작가로 등단하게 된 이야기, 어린 시절 혼자 비밀스럽게 작가의 꿈을 간직해오며 언젠가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것에서부터 시작된 ‘엄마를 부탁해’의 탄생 배경을 들려주었다. <김용필>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05호 2013년 11월 27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05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