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214편
혼강룡 이준은 큰비가 쏟아진 후 수세가 넘쳐나는 것을 이용하여, 장횡·장순·삼완과 함께 수군을 거느리고 가서 약정한 시각에 지백거(智伯渠)와 진수(晉水)의 물을 태원성으로 끌어넣었다. 순식간에 수세가 불어나 홍수가 되어 성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군졸들은 뗏목을 타고 쳐들어가고, 장수들은 배를 타고 나는 듯이 돌격하였다.
성중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귀신도 울부짖고 하늘도 캄캄해져 태양도 빛을 잃었다. 산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렸으며, 거센 파도소리가 격노하였다. 성벽은 허물어지고, 가옥들은 무너졌다. 깃발들은 파도에 휩쓸려가고, 병장기들도 떠내려갔다. 시체들이 물고기나 자라처럼 물결에 떠내려가고, 핏물이 파도처럼 용솟음쳤다. 순식간에 나무들은 뿌리째 뽑히고, 가옥의 기둥과 서까래들이 물에 떠내려갔다.
성중은 가마솥에 물이 끓어오르듯 하였다. 군사들과 백성들은 물이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담장을 기어오르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나무에 올라가고 들보를 부여안았으며, 노약자와 뚱뚱한 자들은 다락으로 올라가고 탁자 위로 올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탁자와 의자는 물에 떠내려가고 집들이 기울어지고 무너졌다. 사람들은 모두 물속의 물고기나 자라 같은 신세가 되었다.
성 밖에서 이준·장횡·장순·삼완이 배를 타고 성으로 접근해 갔다. 물높이가 성벽 높이와 비슷해서 군사들은 성으로 올라가, 성을 지키던 군졸들을 베어 넘겼다. 또 군사들이 뗏목을 타고 와서 성벽에 충돌하여, 성벽이 기울어지고 무너져 내렸다.
장웅은 성루에서 소리를 지르며 군사들을 독려했지만, 장횡과 장순이 성으로 올라가 박도를 들고 함성을 지르면서 성루로 달려가 연이어 10여 명의 군졸들을 베어 버렸다. 군졸들은 어지럽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웅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장횡의 박도에 맞아 쓰러졌는데, 장순이 달려가 한칼에 목을 잘라 버렸다.
물이 빠져나가고 보니, 성중의 군사와 백성들 가운데 물에 빠져죽고 무너진 집에 깔려 죽은 자가 무수하였다. 집의 대들보와 기둥, 문짝과 창틀, 가구 등이 시체와 함께 떠밀려와 성 남쪽을 가득 메웠다.
성중에는 단지 피서궁(避暑宮)만 무사하였는데, 피서궁은 북제(北齊)의 신무제(神武帝)가 건립한 것이었는데 기초가 높고 견고하였다. 부근의 군사들과 백성들이 일제히 그 위로 올라가느라 서로 밀치면서 밟혀 죽은 자가 2천여 명이었다. 높은 언덕과 성벽 위에 올라가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천여 명이었다.
성 밖의 백성들은 노준의가 은밀히 이장을 불러 주민들에게 알려주게 하여, 징소리가 울리자 즉시 모두 높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거기다 성 밖은 사방으로 넓게 틔어 있어서 수세가 빨리 물러갔기 때문에 성 밖의 백성들은 물에 빠져죽은 사람이 없었다.
혼강룡 이준은 수군을 이끌고 가서 서문을 점거하고, 선화아 장횡과 낭리백조 장순은 북문을 빼앗았다. 입지태세 완소이와 단명이랑 완소오는 동문을 점령하고, 활염라 완소칠은 남문을 빼앗았다. 네 성문에 모두 송군의 깃발에 세워졌다.
저녁이 되어 물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평지가 드러났다. 이준 등은 성문을 활짝 열고 노선봉의 군마를 성중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성중에는 닭 울음소리나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시체만 산처럼 쌓여 있었다. 비록 장웅 등의 악행이 넘쳐나기도 했지만, 이준의 계책도 참혹하였다. 겨우 살아남은 천여 명이 사방의 진흙탕 속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목숨을 애걸하였다. 노준의가 점검해 보니, 그들 중 군졸은 단지 10여 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백성들이었다.
적장 항충과 서악은 원수부 뒤편에 있는 큰 노송나무 위에 기어 올라갔다가 물이 빠지자 내려왔는데, 송군에게 사로잡혀 노선봉 앞에 끌려 왔다. 노준의는 둘을 참수하여 효시하고, 현청의 창고에 있는 재물을 꺼내 성 안팎에서 수해를 입은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사람을 보내 송선봉에게 승첩을 알리는 한편, 군사들에게 명하여 시체를 매장하고 무너진 성벽과 가옥들을 수리하여 백성들을 불러 다시 살게 하였다.
한편, 태원이 아직 깨뜨려지지 않았을 때, 전호는 비 때문에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동제산 남쪽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탐마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우리 국구가 병으로 죽어, 군주와 군마가 군사를 후퇴하여 양원으로 돌아와 국구의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전호는 크게 놀라 사람을 양원성으로 보내, 경영은 성을 지키고 전우는 영채로 와서 명을 들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전에 양원으로 보낸 사람들은 어째서 하나도 돌아와 보고하지 않는지 알아보게 하였다.
다음 날 비가 그쳤다. 아침에 유성마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송강이 보낸 손안과 마령이 병력을 이끌고 싸우러 왔습니다.”
전호는 보고를 듣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손안과 마령은 모두 내게서 높은 관직과 후한 봉록을 받은 놈들인데, 이제 내게 반기를 들었으니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과인이 친히 가서 그놈들을 심문하고자 하니, 경들은 노력하시오. 그 두 놈을 사로잡는 자에게는 천금(千金)의 상을 내리고 만호후(萬戶侯)에 봉하겠노라,”
전호는 친히 병력을 몰고 나아가 송군과 대치하였다. 북군이 송군의 깃발을 보니, 병울지 손립과 철적선 마린이었다. 북군의 진 앞에는 창칼과 도끼 등의 병장기들이 나열되어 있고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비룡이 새겨진 누런 양산 아래 옥고삐와 황금안장을 씌운 은빛 백마를 탄 초두대왕(草頭大王) 전호가 진 앞에 나와 친히 싸움을 감독하였다.
남군 진영의 뒤에는 송강이 오용·손신·고대수·왕영·호삼랑·손립·주동·연순과 병마를 거느리고 당도하여, 송강이 친히 싸움을 감독하였다.
전호는 송강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막 장수를 내보내 송강을 사로잡으려고 했는데, 탐마가 달려와 보고했다.
“관승 등은 유사현과 대곡현의 두 성을 연이어 깨뜨렸고, 서쪽 방면에서는 노준의의 군마가 평요현과 개휴현을 깨뜨리고 태원성에 물을 끌어들여 성중의 장병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우승상 변상은 면산에 영채를 세우고 화영 등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노준의가 태원으로부터 병력을 이끌고 와서 후면을 공격하였습니다. 변승상은 양면으로 협공을 당하여 대패하고 노준의에게 사로잡혔습니다. 노준의는 관승과 병력을 합쳐 심원현을 철통같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전호는 보고를 듣고 크게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황망히 군사를 거두어 위승성으로 물러나 지키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하여 이천석 등은 진에 남아 송군을 막고, 설시·임흔·호영·당창은 전호를 보호하면서 먼저 떠났다.
그때 동제산 북쪽에서 포성이 울리더니, 송군이 튀어나왔다. 송강이 은밀히 노지심·유당·포욱·항충·이곤으로 하여금 용맹한 보병을 이끌고 동제산 북쪽으로 빠져나가 두 길로 나누어 공격하게 한 것이었다. 전호는 급히 어림군마를 내보내 싸우게 하였다.
그때 갑자기 마령과 손안이 병력을 이끌고 동쪽 산기슭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마령은 풍화륜을 밟고 나는 듯이 달리면서 금전을 던져 북군을 난타했고, 손안은 쌍검을 휘둘러 마구 베어 나갔다. 두 장수가 북군의 진으로 돌입하여 마치 무인지경(無人之境)에 들어온 듯 기세를 올리자 북군은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북군은 비록 10만이 넘었지만, 오용이 계획한 세 갈래 병마가 종횡으로 휘저으면서 마구 공격하자 대패하고 말았다. 별똥별이 떨어지듯 구름이 흩어지듯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에 급급하였다.
가짜 상서 이천석 등은 전호를 보호하면서 동쪽으로 달아났는데, 표창·방패·비도 등을 든 보병을 이끌고 전면에서 혈로를 뚫으면서 쳐들어오고 있는 노지심 등을 만났다. 이천석·정지서·설시·임흔 등의 군마는 흩어져서 서쪽으로 달아났다. 전호 수하에는 비록 가장 용맹한 자들로 구성된 어림군마가 있었지만, 그들도 지금까지 오합지졸 관군과 싸웠을 뿐 양산박처럼 흉맹한 군대와 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 어떻게 당할 수 있겠는가!
당시 전호의 좌우에는 단지 도독 호영과 당창, 총관 섭청 및 금오교위(金吾較尉)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패잔병 5천을 이끌고 전호를 보호하면서 달아나고 있었다. 위급한 순간에 홀연 또 한 떼의 군마가 동쪽에서 돌진해 왔다. 전호는 그걸 보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북군이 달려오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