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가 변수로…거래값 뛰었던 곳 가격 하락조정 불가피 ▶상업·업무지구 개발에도 차질…서울시·강동구도 '비상'
"(9호선이)당연히 하남 미사지역까지 연장될 줄 알았죠.
9호선 연장은 미사강변은 물론 길게는 덕소까지 반영됐던 이슈인 만큼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는 물론 분양 예정 물량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분위기가 바뀌길 기대할 수 밖에 없네요."(강동구 상일동 A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 미달로 나오면서 강동구 일대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 3~4년새 일대에 새로 공급된 아파트는 물론 분양이 예정된 곳들도 새 교통 호재를 반영했던 만큼 하락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보훈병원에서 고덕동까지 계획된 4단계 연장은 강남 접근성을 최단으로 줄일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다.
4단계 연장 소식에 3단계와 4단계를 잇는 사업지 일대 아파트들이 수혜 단지로 언급되며 일제히 거래값이 뛰었던 것도 이때문이다. 고덕시영 재건축, 레이크팰리스, 가락시영, 올림픽선수촌 등 수천가구급의 초대형 단지들이 대표적으로 이중 일부는 반년새 호가가 2억원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현재 택지개발이 한창인 고덕강일지구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기존 강일 1ㆍ2지구와 미사지구에 예정된 입주민만 15만가구다. 4단계 연장을 감안해 투자 등 거래에 나섰던 사람들로서는 결국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강동구 전체 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강동구 집값을 끌어올렸던 최대 요인인 9호선이 이제는 변수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폭주 수준이다. 강동구 재건축 시세는 올 들어 첫달만에 9.57%가 올랐다. 10억원 정도 하는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한달새 1억원이 뛴 것이다.
주거지 외 상업ㆍ업무지구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고덕강일공공주택1지구에 23만4523㎡ 규모의 '고덕 상업업무 복합단지'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용지 공급에 나선 상태다.
현재 이 부지에는 호텔, 컨벤션, 비즈니스 시설, 연구단지 등이 대규모로 계획됐다.
세계적 가구기업 이케아(IKEA)를 비롯해 상일동 상일IC 인근에는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센터가 들어선다.
상일동 일대 B공인 대표는 "9호선 4단계 연장은 이미 국토교통부에서 약속했던 것으로 안다"며 "9호선 4단계 연장은 물론 5단계까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에 9호선 연장사업이 일단 멈추면서 지역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일부 주민들은 9호선 4단계 연장을 허가해 줘야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용인해주겠다면서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박원순 시장을 만나 조속한 착공을 요구하는 등 6.13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9호선 연장을 추진했던 서울시와 강동구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을 진행하려면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총 6546억원의 사업 비중 2260억원의 국고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1월부터 시작된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심의에서 번번히 퇴짜를 맞고 있다.
해당 지역의 교통 수요, 개발 계획 등을 감안할 때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결과가 1을 넘지 못해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3월 1차 심의에서 퇴짜를 맞은 시는 문제점을 보완한 계획을 제출했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사회적 할인율 인하(5.5%→4.5%)에도 기대를 걸었다. 사회적 할인율은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할 때 미래의 비용ㆍ편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을 말한다. 그러나 올해 2월 2차 검토 회의때도 똑같은 지적을 받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시는 현재 급증하고 있는 고덕ㆍ강일, 미사 지역 일대의 교통 수요와 향후 예정돼 있는 주변 개발 계획을 감안할 때 지하철 9호선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좀더 강조해 B/C 분석 '1'이라는 고지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는 고덕ㆍ강일 보금자리 주택 지구, 미사 신도시 뿐만 아니라 하남 위례신도시, 다산 신도시 등이 새로 건설되면서 최근 들어 경기도 주변 일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 수요가 급증했다.
또 공사비와 운영비 등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4개로 예정돼 있는 지하철 역 건설 갯수를 줄이거나 노선 길이를 단축하면 공사비가 줄어 경제성 분석에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시의 계획상 보훈병원역 이후 생태공원사거리역, 한영고교역, 고덕평생학습관역, 샘터공원역 등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운영비 절감 방안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