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 국어 대사전에 의하면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 말을 다시 하나하나 풀어 보면 전문적이란 ‘어떤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그 일을 잘하는 것’이다. 즐긴다는 것은 ‘무엇을 좋아하여 자주하다’ 이고, 일이란 ‘사람이 행하는 어떤 행동’이다.
결국 취미란 어떤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그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여 자주하는 사람이 행하는 어떤 행동이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선택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무엇을 좋아하여 자주하면 그 사람의 취미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취미는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
난 젊은 시절에는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 중에서도 특히 배구를 매우 좋아했다. 내가 배구를 좋아하게 된 동기가 있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에 다닐 때 특활이란 교과목이 있었다. 특활은 1주에 두 시간인데 한 시간은 자치활동이고 또 한 시간은 클럽활동 시간이다. 클럽활동은 각자 취미에 따라 특활반을 조직하여 운영되었는데 나는 배구반에 들어갔다. 지금은 6인제로 포지션이 돌아가지만, 그때는 9인제로 고정포지션이라 단신이라도 기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나는 신장이 별로 크지 않지만, 운동기능이 조금 있어 클럽활동 시간에 기초를 다진 것이 나의 취미가 된 것이다. 2. 30대 때는 토요일이 되면 어두움이 내리고 별들이 찾아올 때까지 배구장에서 살았다. 배구 중개방송이 있는 날은 만사를 젖혀두고 시청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것이다. 누가 나에게 너의 취미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배구라고 대답한다. 배구는 인원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마음 내킬 때마다 할 수 없어 더욱 나를 목마르게 했는지도 모른다. 배구를 하다 발목 인대를 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기회가 되면 배구를 즐겼다. 새로 부임해오는 남자 선생님에게는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배구다. 또 매주 수요일 학교 친목 일에는 가능한 배구를 하도록 하였다. 운동에 취미가 없는 남선생님이나 여선생님들은 불만도 많았다. 그래서 배구교장이란 별칭이 붙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직장이 필수이고 취미생활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퇴직 후에는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100세 시대에 은퇴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제2의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구는 여러 가지 여건상 계속하기 힘들 것 같다. 정년퇴직이 다가오니 제2 인생의 필수인 취미생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퇴직한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어떤 취미생활이 좋은지 물어보곤 했다. 각자 다른 다양한 취미를 권유하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인생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며 건강 상태도 다르니 취미 생활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친구도 사귀면서 소수 인원으로도 할 수 있고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 중에서 찾기로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했다. 기준에 따라 찾아보아도 서예. 바둑. 장기. 낚시. 등산. 원예. 수석수집. 탁구. 배드민턴. 텃밭 가꾸기. 자전거 타기 등 끝이 없다. 난 운동을 좋아하니 아무래도 운동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탁구. 배드민턴과 자전거 타기 그리고 텃밭 가꾸기로 결정했다. 퇴직 후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여 퇴직 2년 전에 탁구 배트와 배드민턴 라켓. 자전거를 미리 구입해 두었다. 텃밭은 고향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집과 농장이 있다. 장기간의 여행 떠날 준비를 하듯 만반의 준비를 하여 놓고 퇴직 날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퇴직 직전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하였다. 퇴직 후 1년간은 건강을 회복하느라 취미 생활을 접어 두어야 했다. 탁구 배트와 배드민턴 라켓은 자전거와 함께 깊은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건강이 회복되고 이제 잠자는 탁구 배트와 배드민턴 라켓을 긴 잠에서 깨워 보려고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하여 기별 대항 배구대회에 출전했다. 약 2년간 전혀 운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리욕에 갑자기 무리하다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해야 했다. 의사 선생님은 앞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탁구와 배드민턴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준비해두고 기다려온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몸 상태도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처신한 것이 한없이 후회되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벽장 속에서 잠자고 있는 탁구 배트와 배드민턴 라켓을 가끔 꺼내어 방안에서 스윙을 해보고 다시 넣어둔다. 잠깐 스윙연습을 해보니 통증이 없어서 당장 탁구장으로 배드민턴 코드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다. 그러나 혹시나 어깨 상태가 더 악화될까 봐 걱정되어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아무리 자신이 즐기는 운동이라도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과욕은 부리지 말아야 하겠다.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친구들과 근교의 가벼운 산행을 한다. 가끔 잠자고 있는 자전거를 깨워 금호강 자전거 길을 달리며 고향의 작은 텃밭도 가꾸고 있다. 비록 탁구와 배드민턴은 할 수 없지만 이것만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 다른 취미 생활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적당한 취미를 찾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상록아카데미 시 문예 교실과 수필 창작 교실도 그 중의 하나다. 지금은 소질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취미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친 어깨도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 훈련을 하다보며 상태가 호전되어 운동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날이 오면 벽장에서 아직 잠자고 있는 나의 취미를 깨워 탁구장으로 배드민턴 코트로 달려갈 것이다.
첫댓글 취미생활은 참 좋은것 같습니답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잠자고 있는 진짜 취미를 일깨울날이 하루속히
오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가벼운 운동과 영농을 하시면서 시와 수필창작을 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가르침인것 같습니다. 반복하다 보면 취미가 될것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든 취미를 깨우는 날이 언제가 될까요? 그날을 기다리며 대체 취미활동 하다보면 취미가 다양 해지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하시기를.
감사합니다.
어서 건강 회복하셨어 탁구와 베드민턴의 취미를 살리실 날을 기대하십시오. 다양한 취미를 즐겨셨던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글 쓰는 좋은 취미도 황혼의 그 못잖은 취미라고 생각이 듭니다. 유익한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