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은 오지 않고 열 받게 하더니, 이제야 눈이 내린다.
어릴 때 이곳 영동지방은 참으로 눈이 지긋지긋 하게 내렸다.
북동풍이 부는 구정 즈음부터 立春까지 지겹게 내렸다.
내 소설 어딘가에 숨어 있던 ‘大雪’이라는 제목의 글 중에 한 대목을 올린다.
이글이 중편에 붙어 있는지 따로 단편이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하여간 참으로 많이 내렸었다,
“진정 오랜만에 대설이었다. 끝이 언젠가 될지도 짐작 못하게 눈은 내리고 있었다.
강릉지방 사람들에게 눈은 전설이다. 눈에 얽힌 허풍 섞인 전설 같은 이야기는 강릉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들었을 터이고 또 자기 자신도 누군가에게 자신만의 경험담에다 약간의 허풍을 실어서 이야기 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릉에서 눈은 곧 전설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과장된 이야기라는 것을 다 알지만 누구도 그것이 허풍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 허풍은 우리가 만들어 온 역사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과거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방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했다.
청수원도 눈이 많이 내릴 때 쓴 글이다. 지금이라면 대설이 언급된 소설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가와바따 야스나리는 소설 ‘설국’을 니가타에 직접 가서 살면서 썼다.
영동지방은 일본의 설국 동북지방 니가타 아오모리에 버금 갈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
그래서 생활 환경이 눈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특히, 3월 개학 할 때쯤 폭설이 내려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많다.
영동지방은 한국의 설국이었다.
눈이 삼 일간 내린다고 일기예보에서는 말한다.
나는 기다린다.
눈이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