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걸음으로 대천호수 둘레길 산책을
◇ 친환경 대천공원으로
장산의 정기가 듬뿍 담긴 대천호수는 신시가지 조성 시 만들어져 입주하는 사람들을 반겼다. 지금도 춘천산책로를 통해 대천공원으로 올라서면 대천호수가 숨통을 확 틔어 준다.
대천공원의 혜택은 비단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누린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작은 피리류들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가 하면 귀이빨대칭이라는 대형 민물조개가 대천호수 펄 속에 살고 있으며 민물 게까지 발견되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귀이빨대칭이다. 애초엔 없었던 것으로 지난 2021년 대천호수 준설 과정에서 어디서 들어왔는지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이렇게 원인 모르게 번식한 놈들이 있는가 하면 인위적으로 풀어놓은 놈들로 한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외래종 붉은귀거북이인데 마구잡이 방생으로 대천호수와 아래 대천, 춘천까지 개체수가 많아져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다 지금은 아주 드물게 한 마리씩 등장해 사람들이 자라로 오인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자라도 살고 있다. 자라는 머리와 등껍질 그리고 발 등에서 붉은귀거북과 차이를 보이는데 머리가 뾰족하고 몸통이 납작하며 눈은 단추 구멍이다.
◇ 붉은귀거북과 두꺼비의 한판 승부
대천호수에서 보이는 붉은귀거북과 자라는 나타나는 시간대와 장소가 일정해 자주 목격하곤 하는데 해마다 덩치를 키워 이젠 작은 솥뚜껑만하게 자랐다. 올봄에 붉은귀거북이 호수 가장자리에 나와 쉬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두꺼비 한 마리가 붉은귀거북 곁으로 헤엄쳐 다가가고 있었다. 덩치로 보면 거북이가 두꺼비를 잡아먹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여 두꺼비 걱정을 하며 바라보다 이내 놀라고 말았다. 한판 싸움을 기대한 것과 달리 두꺼비가 다가오자 이내 붉은귀거북이 놀라서 호수 안으로 도망쳐 버린 것이다. 거북이를 물리친 두꺼비는 호수 가장자리 물살을 가르며 예상보다 더 나은 수영 실력을 뽐냈지만 동작에 특유의 여유가 있었다.
이런 재미난 광경이 펼쳐지는 대천호수지만 식물 군락지가 없어 삭막하다. 만약 대천호수에 인공 수초섬이나 기타 수생식물 군락지가 마련된다면 더 많은 동물들이 공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콘크리트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것에 비해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자라는 친환경 호수를 산책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대천호수 녹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콘크리트 대신 수초나 기타 식물로 뒤덮인 대천호수를 두꺼비 걸음으로 사색하며 걷고 싶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