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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말로 저항할 수 밖에 없어서 나쁜 말을 한다"는
5살 주인공 제제
때리는 아빠, 바쁜 엄마 …
마음씨 좋은 뽀르뚜가 아저씨, 빠임 선생님
이들 사이에서 어린 제제는 성장해 간다
성장소설의 고전 …
50년 지난 지금 1제제는 어떤 어른 됐을까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언제 읽어도 깊은 감동과 깨끗한 마음을 안겨주는 성장소설의 고전이다. 성장소설은 어린 주인공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아에 눈뜨고,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린 화자의 영악하지만 순수한 행동을 통해 독자들도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면서 동질감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여섯 살이 채 안 된 제제. 1968년에 브라질 작가가 발표한 작품 속의 제제와 50년이 지난 지금의 어린이는 얼마나 다를까. 환경은 차이가 나지만 어른들이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발표 당시 브라질에서 유례없는 판매기록을 세웠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19개국 32개 언어로 번역돼 미국을 비롯, 유럽과 공산권에까지 소개됐으며 파리 소르본대에서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1978년에 소개돼 지금까지 3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바스콘셀로스는 제제처럼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집안이 너무 가난해 어린 시절을 친척집에서 보내야 했다. 작가의 유년시절 체험을 눈에 보일 듯 재미있고 진솔하게 그린 것이 독자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도를 넘은 악동 기질로 주변 사람을 종종 위험에 빠뜨리는 제제는 반대로 너무도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동생 루이스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단단한 제제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 구두닦이로 나설 정도로 철이 바짝 든 아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켜 가족에게 맞을 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뱉어 매를 버는 별 수 없는 다섯 살이다. “말로밖에 저항할 수 없어서 나쁜 말을 해버린다”는 제제의 변명에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하게 된다. 무자비하게 때리는 아빠와 누나 앞에서 다섯 살짜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일 테니.
제제는 가장 믿고 따르는 뽀르뚜가 아저씨에게 “집에서는 제가 좋은 일을 해도 나쁜 일이 돼 버려요. 동네 사람들도 제가 나쁜 짓 한 것만 알고 있어요. 악마가 내 마음 속에 바람을 붙어 넣나 봐요”라고 하소연하며 겨우 속을 풀어낸다.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 해주는 실업자 아빠와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자녀를 돌볼 틈이 없는 엄마, 가난에 찌들어 화합할 여력이 없는 가정이다. 똑똑한 데다 재기발랄하고 언변까지 뛰어난 제제는 부모의 도움 없이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친다. 자신의 말을 귀담아들어주는 라임오렌지 나무와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을 보듬어주는 글로리아 누나에게 위로받으며 제제는 굳세게 자신의 성장일지를 써나간다.
멋진 어른을 기다리는 아이들
제제를 진정으로 응원해주는 뽀르뚜가 아저씨와 세실리아 빠임 선생님의 따뜻함에 매료돼 사람들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즐겨 읽는지도 모른다. 유리에 찔린 제제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게 해주고 아들처럼 돌봐주는 뽀르뚜가 아저씨, 점심을 싸오지 못하는 제제에게 생과자 사먹을 돈을 쥐여주는 빠임 선생님 같은 멋진 어른이 많아져야 아이들은 힘을 낼 수 있다.
아빠처럼 따르던 뽀르뚜가 아저씨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자 충격을 받은 제제는 거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앓다가 가까스로 회복된다. 제제는 다시 취직한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겠다고 말해도 그다지 기쁘지 않고, 라임오렌지 나무가 잘릴지 모른다는 말에도 많이 슬프지 않다. 너무 일찍 철이 든 제제가 겪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살벌하고, 가슴 아프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면서 따뜻한 형과 누나, 책임감 있는 어른이 돼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만든다.
어릴 때 알았던 제제를 청소년, 혹은 장년이 돼 다시 만나면 느낌이 다르다. 그때그때 색다른 무늬를 선사하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로 가을에 새로운 감동을 느끼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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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용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근처에서 살고 있는 철부지 5살 사내아이 제제를 주인공으로 삼아 여러가지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작품의 주인공 제제는 정신적인 사춘기가 지나치게 빨리 온 나머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실직한 아빠, 공장에 다니는 삐나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인 엄마, 세 누나와 형, 남동생[1]과 함께 가난하게 사는 제제는 가족들에게서 냉대받고 매질을 당한다. 사춘기가 빨리 온 원인도 아주 어린 때 고생을 좀 해서 그런 듯 싶다. 사실 제제가 작중에 받는 대접은 그야말로 아동학대다. 제제 역시 악동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받는 폭력은 거의 준살인급 행위다.
2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제제의 가족이 이사를 가고 그를 중심으로 생기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제제로 대표되는 빈곤층의 어려운 삶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제제와 포르투갈인인 포르투가[2]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도 높은 가정폭력과 불화의 묘사로 인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우울하며, 포르투가가 죽은 뒤의 묘사를 보면 정말 미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암울하다. 주인공 제제가 꽤 강도높은 장난이나 단어구사를[3] 하는 내용들이 많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1980년대 판본에서는 수정, 가필이 많았다. 이후 처음 출판했던 동녘출판사에서 원래 역자 박동원[4]에게 재번역을 부탁해[5] 2003년에 완역본을 내놓았다. 동녘에서는 이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부작'을 기획하여 2편인 '햇빛사냥'을 2003년에, 3편인 '광란자'를 2008년에 출간하였다.
3. 해외판
한국에서는 작가 이름이나 소설은 꽤나 유명했지만, 작가에 대해서 도무지 알려진 게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 1990년대 중순까지만 해도 나온 책들이 죄다 해적판이었던 터라, 결국 1990년대 종반부터야 합법적으로 계약하고 내면서 비로소 작가가 이미 1984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정도이다.
굉장히 암울하고 슬픈 작품인데도 완역본이 나온 2015년 이후에도 어린이 추천도서로 읽히고 있다. 워낙 어릴 때 읽은 탓인지 '주인공 제제와 말하는 라임오렌지 나무의 신나는 모험!' 같은 내용의 전래 동화로 기억하다 나이를 먹고 다시 읽으며 "이게 이런 내용이라고?"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어린이라고 항상 행복하고 밝은 글만 읽어야 아는 건 아니며, 어린이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고 심금을 울리는 걸작이기 때문에 추천도서로 꼽히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린 때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나이가 들면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유독 유명하다. 물론 해적판이 나온 당시 한국의 시대상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해당 작품이 쓰여진 시기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역시 군사정권 치하의 개발도상국이었고 외곽으로 밀려나 사는 빈민들, 권위주의적인 부모의 아동학대 문제 등은 사실 당대 브라질과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고, 브라질이 오일쇼크와 외채위기로 경제가 고꾸라져 버려서 한국에서 무시당했던 것이지 알고 보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던 나라였다. 한마디로 소설 속 내용이 지구 반대편 먼 나라 브라질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옆집, 옆동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1970~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들은 이 소설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권에서는 이 작품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아동학대적인 장면 때문인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영어 위키백과의 문서는 관련 문헌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 출처이며, 아마존닷컴에서 영어판은 절판되었다. 한국어판이나 중국어판, 일본어판, 페르시아어판 등이 아직 팔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에서는 1974년에 <わんぱく天使>(개구장이 천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으나[6], 인기가 별로 없어서 현재 절판 상태이다. 그리고 2015년에 <ぼくのオレンジの木>(나의 오렌지나무)라는 포르투갈어 원서 번역본이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