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인이 본 해체계획서
부식정도.노후화 등 내용 전혀 없어
절단부 도면 1장뿐...수치 등 불명확
건축구조기술사 실제 참여도 의문
동서발전.HJ중공업은 입장 안 밝혀
7명이 매몰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5호기 붕괴는 후진국형 사고다.
중앙일보는 재발 방지와 원인 분석을 위해 보일러 타워 해체 작업의 지침서인
'울산기력 4.5.6호기 안전관리계획서'(이하 계획서)를 입수해 전문가 5인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서규석 전 건축구조기술사회장, 심규형 인천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 협회장, 김대건 동서대 건축공학과 교수다.
이들은 11일 '제대로 된 현장 조사 없이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의 계획서'라는 평가를 내놨다.
계획서는 더불어믽두아 심성회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계획서 작성 전에 현장 조사 제대로 했나
전문가들은 먼저 해체 작업을 위한 현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계획서 내 '현장 특성 분석'은 지하매설물과 인접 시설물, 주변 교통 여건 등 3개 항목인데 '형식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안형준 교수는 '현장 특성 분석'에 보일러 타워 호기별 염분에 의한 부식 정도, 노후화 조사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며
'현장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계획서 작성에 건축구조기술사 실제 참여 의문
HJ중공업은 한국동서발전에서 해체 공사를 2024년 1월 수주했고, 계획서는 2024년 3월 작성했다.
작성 비용 3000만원은 2024년 2월 집행됐다.
업계에서는 건축구조 전문가의 참여 없이 계호기서를 작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서규석 전 회장은 '이 정도 해체 작업은 건축구조기술사가 현장을 조사하고 구조 해석을 작성하려면 최소 석달 이상 소요된다'며
'523억짜리 대형 공사의 안전 관리계획서 작성비가 3000만원이라는 건 건축구조기술사가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도장만 찍어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기준과 수치 없이 취약화 작업 가능성
전문가들은 발파 전 하부 철골에 손상을 가하는 '취약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계호기서에는 철골 기중부 상.하부 구간 2개소에 절단(취약화) 발파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철골에 구멍을 내는 취약화 작업 지점과 산소절단기로 홈을 파는 가우징 수치 등이 계획서에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규형 교수는 '취약화 절단부 도면은 226쪽 딱 한 장뿐'이라며 '정확한 기준과 수치가 없으면 현장 작업자가 임의로 작업하다
실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HJ중공업은 지난 3월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를 발파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당시 실패 때문에 5호기의 취약화 작업을 과도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호작업을 왜 구조물 내부에서 했나
HJ중공업의 하청업체로 해체작업을 한 코리아카고는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파편 비산을 막기 위한) 방호작업 중이었다'며
'계획서대로 작업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초기 근로자들이 25m 높이에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하부 취약화 과정 중 붕괴한 것인지, 취약화작업 후 방호작업하다 사고가 난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방호작업 중이라도 왜 구조물 내부에서 방호작업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승구 협회장은 '구조물 밖에서 하는 게 안전한데 비용을 아끼려고 내부에서 작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HJ중공업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신이 없었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동서발전은 '수사 사항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울산=이은지.위성욱.안대훈 기자
4.6호기 발파 완료
크레인 등 투입
매몰자 수색 재개
근로자 7명 매몰 사고가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이하 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서
그간 구조 걸림돌이던 보일러 타워 4-6호기가 발파.해체됐다.
소방 당국은 24시간 구조 체계를 가동해 본격적인 매몰자 구조.수색에 나섰다.
11일 낮 12시 '쾅! 쾅!'하는 두 차례 발파 굉음과 함께 타워 4-6호기가 무너져 내렸다.
140kg의 폭악이 터지며 4-6호기가 C구역(발전소 후문 반대 방향)으로 쓰러지는 데는 채 5초도 걸리지 않았다.
C구역은 다른 구조물이 없어 당국이 붕괴를 유도한 방향이다.
중안사고수습본부가 매몰된 근로자의 가족 동의를 받아 발파 해체를 결정한 건 '취약화 작업'이 진행돼 있어
언제 무너질지 모를 4-6호기가 대규모 인력 투입 및 크레인 등 중장비 운용에 제약을 줬기 때문이다.
4-6호기가 해체되면서 이날 오후부터 수색 구조 활동이 본격화했다.
수색구조 전문가로 이뤄진 8개 팀 70여명이 투입돼 24시간 구조 체계가 가동됐다.
진입 지점 지지대 설치 등 구조대원 안전 확보를 위한 작업도 이뤄졌다.
사고 현장에 매몰된 근로자 4명 가운데 위치가 파악된건 2명이다.
구조대는 우선 빔절단기 2대를 동원해 철근 구조물을 해체하며 6호기 방면 출입구에서 3,4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작업자부터 구조를 시도했다.
다른 2명의 위치 파악을 위해 구조견과 매몰탐지기 등이 투입됐다. 울산=김민주.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