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마태오 8,18-22
말을 하는 게 좋은가, 하지 않는 게 좋은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겠다고 하는 이들을 그냥 두지 않으십니다.
한 사람에게는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라고 하십니다. 편안함이나 돈, 명예 따위를 보고 당신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아버지 장례를 먼저 치르게 해 달라는 다른 사람에게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라고 하십니다.
세상 애착을 끊고 따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길이 절대 쉽지 않다고 미리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기도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하느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말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죽여야 하며 십일조도 내야 한다고 예비자에게 미리 말을 하면 그들은
주저할 수도 있습니다. 차근차근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오늘 복음은 아예 처음부터 말해주는 게 낫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정원 씨의 일가족이 유영철에게 몰살당한 후 고정원 씨는 아내가 다니던 성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범인이 잡히면 자살하겠다는 그에게 예비자 교리를 받아서 세례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해주는 게 쉬울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어서 고정원 씨는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고 유영철을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체조 유망주였던 이승복 박사가 척추가 망가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 때 어떤 선교사가 와서
이것도 다 하느님의 계획 일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움직일 수 있었으면 주먹이 날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해주었습니다. 이승복 박사는 그 말을 믿고 운동을 포기하고 의사가
되기로 하여 유명한 재활의학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만약 이들에게 용기 있게 주님을 따르는 법을 알려준 은인들이 없었다면 그들이 자기 힘만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도 어떤 이야기들은 주저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의 반대와 비판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결국엔 말을 합니다. 그때는 욕을 먹더라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
말해주는 편이 더 후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백종원 씨가 진행하는 골목상권 살리기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전문가로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가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전문가들 처지에서는 100% 망할 수밖에 없는 가게들입니다.
그리고 백종원 씨는 욕먹을 각오하고 그렇게 할 거면 장사 집어치우라고 합니다.
자신이 처음 장사를 할 때는 명확한 기본규정을 알려준 사람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 규정들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백종원 대표는 그들에게서 자기 사진이나 이름을 지우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에게 자기
이미지가 그렇게 보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일수록 자신을 따를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합니다.
김유신 장군은 18세 때 이미 삼국통일의 꿈을 꿉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그 꿈을 퍼뜨립니다.
어머니는 기생집에 드나들며 무슨 통일을 이루겠느냐고 나무랍니다. 이에 김유신은 다시는
기생집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술을 마시고 말에서 잠을 자다가 깨어난 곳이
기생집이었을 때 김유신은 자기가 이끼는 말의 목을 칩니다.
‘중간 정도만 해도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중간 정도는 해를 입힙니다.
명화에 일반인이 덧칠하면 명화를 망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려면 아버지처럼 완전해질 결심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광야에서 인간적인 면을 완전히 죽일 각오를 해야 합니다.
우리도 신앙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돈과 육욕과 교만을 끊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아예 미리 포기하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어정쩡하고 이도 저도 아니고 미지근한 신자가 많이 생기는 것보다 적더라도 신자다운
신자들이 있는 교회가 건강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면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고 완전한 그리스도가 되어야 함을 미리부터 알려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