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에서 제외된 장인(丈人)
언어의 명료화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철학회에 부지런히 참가한 적이 있다. 그 학회 회원들은 모두 영미철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를 소개하고 있었다. 내 기억에 남는 것은 금성[Venus]이 아침별[morning star]인가 저녁별[evening star]인가를 놓고 따지는 것이었다. 하나의 실체에 두 이름이 있는 경우 제기된 문제였다. 귀동냥으로 들은 이 문제의식 덕분에 나는 조선 시대의 예송(禮訟)을 분석한 적이 있다. 효종이 돌아가신 뒤에 계모인 자의대비가 그를 위하여 삼년복을 입는가 기년복을 입는가의 논쟁이다. 효종은 둘째 아들로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차장자(次長子)라는 신분이 되었다. 차자로 보면 기년복을, 장자로 간주하면 삼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하여 당시 송시열과 윤백호가 목숨을 내건 당쟁을 한 것이다. 실체[實]는 하나인데 이름[名]이 둘로 갈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름을 바로 잡겠다[正名]는 명분논쟁을 한 것이 조선 시대의 예송이다.
유가철학에서 이름[名]과 사실[實]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이 국가 사회의 혼란을 바로 잡는 기본적인 사상이다. 이름과 사실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개념의 혼란으로 사회도 따라서 어지럽다는 이론이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에는 신하가 자기 임금을 시해하고[臣弑其君] 아들이 아버지를 시해하는[子弑其父]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났다. 공자는 이런 혼란을 바로 잡기 위하여 임금은 임금[君君], 신하는 신하[臣臣], 아버지는 아버지[父父], 아들은 아들[子子]의 이름에 맞게 그 역할을 제대로 다 해야 한다는 정명론을 제시하였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을 해도 순조롭게 통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따라서 사회규범이 생겨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형벌이 들어맞지 않아 억울한 사람이 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름[名稱]은 사회규범과 그 적용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도 정명론으로 살펴보면 이름이 실제와 맞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아버지 쪽[親家], 어머니 쪽[外家], 아내 쪽[妻家] 삼족이 있다. 친가의 부모를 양친이라 부르고, 어머니의 부모를 외친[外親]이라 부른다. 그리고 아내의 부모는 장인, 장모라고 부른다. 친가, 외가 모두 양친 부모가 되지만, 아내의 아버지만 장인이라 한다. 한자의 인(人)자는 타인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장모는 어머니이지만, 장인은 타인이 되는 것이다. 영어로 아내의 아버지는 father in law, 어머니는 mother in law이며, 시아버지도 역시 father in law, 시어머니는 mother in law이다. 시가이건 처가이건 모두 법률상의 부모이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서양 개인주의 사회의 산물이다. 그런데 장인은 영어로 표현하면 a person in law가 된다. 법적으로 어떤 사람이지 가족[아버지]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장인이라 호칭하면 어떤 사내[丈]인 남[人]이라는 말이다. 아주 가까워야 할 아내의 아버지는 명칭[名]으로 인하여 멀어진[疏遠] 타인의 관계로 변해버린 것이다. 장인이란 말이 어색하니까 장인어른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타인의 어른밖에 되지 못한다. 역시 인륜관계에서의 부모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언론 매체의 부고(訃告)는 아무개의 빙부상(聘父喪)이라고 알린다. 아내의 아버지는 돌아가셨을 때 비로소 아버지[빙부]로 호칭되는 것이다. 살아계실 때 빙부라 부를 수 없는가? 이름[名]이 잘못되면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정명론이다. 성숙한 사회는 이름을 정확히 사용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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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위글을 읽고보니 ,좀 어페가 딸을 가진 부모로서는 참 여자 모친은부모고 아버지는 아니다라는 것은 좀 그렇네요?
장모 장인, 모두 부모로서 사위도 부모라 칭하지안던가요- ! 친부모만 부모고 그외 는 하여 향후 시아버지 ,시어머니 , 장인,장모모두다.
자식들엔 부모로 칭해야하네요... 참고.
좋은 공부 했습니다
이런글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서 접하게됨을 감사드립니다
지난주 안방글에 올라온글을 읽으늬~~^^
2030년경에는 아버지란 존재두 없어 진다는데.
2050년경이믄 장인이 왠말?
여자 혼자 정자은행서 꺼내 애낳구 키워서 결혼 시키면
장인이든 사둔이든 아버지란 무의미가 된다고라? 나원참!
전혀 접하지 못한 오늘 좋은 공부 했습니다
고인이 되셨지만 친정 아바지가 거엽기도 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