묏버들 가려 꺽어 보내노라, 임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줄 여기소서
이 시조는 조선 선조때의 기녀 홍랑이 지은 것입니다. 시를 보면 아시겠지만 연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사무치는 것을 느낄수 있죠.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기생 홍랑의 일편단심 사랑은 당시 양반사회에서도 꽤 알려진 것입니다.
그럼 기생 홍랑의 사랑이야기로 들어가보죠.
홍랑은 함경남도 홍원 출생으로 홍원의 관기(官妓)로 있던 중 당대의 시인이며, 조선중기 8대문장으로 불리던 최경창과 만나게 됩니다. 최경창이 과거 급제후 함경북도 경성에 평사로 부임하면서 경성으로 향하던 중 홍원에 잠시 머물때 만나게 된 것이죠. 홍랑을 만나자 둘은 시문에서 정신적 교류를 갖게되고 이는 사랑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홍랑을 만난 최경창의 나이는 34세였습니다.
최경창이 여러 궁리를 해 홍랑을 경성(함경북도)에 데려가려 하였으나 여의치않아 혼자 가게 됩니다. 이에 홍랑은 최경창을 사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남장을 하고 경성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경성에서 동거를 하게 됩니다. 이로써 둘의 사랑은 점점 무르익어 갔고, 시에 대한 서로의 사랑도 익어가게 되었죠.
하지만 최경창은 북평사의 소임을 다하고 한양으로 부임을 받게 됩니다. 달콤했던 6개월의 사랑이 결별을 맞게 된 셈이죠. 이에 홍랑은 쌍성(지금의 영흥)까지 따라가 배웅을 합니다. 서러운 이별과 애틋한 그리움과 가슴 시린 연정을 담긴 시를 읊는데 바로 이 내용입니다.
묏버들 가려 꺽어 보내노라, 임에게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줄 여기소서
서울로 돌아온 최경창은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는데 이 소식을 들은 홍랑은 7일 밤낮을 걸어 한양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조정에 들어가 최경창은 파직을 당하고 맙니다. 당시 명종비의 죽음으로 국상기간이었죠.
이유야 어찌됐건 국상기간에 기생을 방에 불러들인다는 것은 동서인으로 나뉘어 당쟁이 자리잡던 시절에 반대붕당에 좋은 구실이 되었던 거죠. 그래서 최경창은 파직당합니다.
또한 양계(兩堺)의 禁(함경도,평안도 사람들의 도성출입을 금함)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홍랑 또한 홍원으로 돌아갈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때 최경창이 시로서 홍랑을 위로하며 보냅니다.
말없이 마주 보며 유란을 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
함관령의 옛노래를 부르지 말라
지금까지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이 이별을 마지막으로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합니다. 최경창이 변방으로 떠돌다 한양으로 올라오던 중 45세의 나이로 객사하기 때문이죠.
최경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홍랑은 행여 누가 자신을 범할까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고 숯덩어리를 삼켜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 그의 무덤에서 시묘살이를 시작합니다. 세수도 않고 머리도 안 빗으며 조석(朝夕)으로 상식(上食)을 올리며 9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다 마침내 홍랑도 최경창의 곁으로 떠나죠. 평생 세번을 만나 사랑한 사람을 위해 살다가 그 사랑 곁으로 떠난 것이죠.
홍랑이 죽고 난 뒤 해주 최씨 문중은 그녀를 한 집안 사람으로 여겨 장사를 지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최경창 부부의 합장묘 바로 아래 홍랑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죠. 이는 홍랑을 문중의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습니다. 바로 홍랑의 사랑이 완고한 양반가문의 마음을 열게한 것이죠.
홍랑은 최경창의 시를 모아 문집으로도 엮어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는 찾을 수가 없네요. 조선시대 연인이라 사진도 없고; 지식인에서 퍼왔습니다;;;
문학시간에 많이 보셨을 시조, 황진이와 함께 문학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기녀, 홍랑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진정한 사랑이 저런건가? 이런글들 너무 재밌어요~
2222 이런글 재미있고 좋아요 ㅠ
3333333333 와 행여 누가 자신을 범할까...스스로 얼굴에 상철,ㄹ,와,.....와....
슬퍼요ㅠ_ㅠ
정말 대단..안타깝기도.
뜸끔없이 궁금해진게 있는데 최경창의 조강지처는 없나요?... 왜 이런 가슴 시린 사랑에 이런게 궁금해지는지....ㅋㅋㅋㅋ
최경창 부부의 합장묘 바로 아래 홍랑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죠. <== 최경창부부가 따로있는거보니 조강지처 있었네요 솔직히, 본부인있는데 가슴시린 사랑 어쩌고하는거 곱게는 안보여요..옛날엔 아무리 일부다처제였대도...
저도 이런거 보면 그거부터 궁금해요. 조강지처는 속이 썩어서 죽었을 듯
이런 이야기만 묶은 책 없나요? 당장 사서 읽을텐데...
홍랑..니가..아니다 고인이니 모라고 불러야 하나..암튼..님이 저보다 낫네요..난 그런 사랑 할수 있을까? -_- 내 성격으론 불가능할거같다.............................
이런 자료 너무 좋다구 ㅠ 저 시 문학시간에 배울때는 그냥 느낄수없었는대 진짜 애틋하구나
나인줄 여기소서 ...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