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랑 저랑 사귀기 시작할 때 제가 먼저 다가섰었어요.
첨에 남친에게서 어떤 느낌(날 좋아하는 듯한)이 왔었는데 도통 말로는 표현을 하지 않길래 제가 먼저 사귀고 싶다는걸 약간 돌려서 말을 했었어요.
남친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 말을 받아 들였어요.
전 사실 남친이 먼저 말을 꺼내주길 바랬었거든요.
남자가 먼저 대쉬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전 그랬으면 했었어요.
첨에 데이트 시작할 때 남친이 제게 정말 잘해줬어요.
자주 전화해서 안부도 물어보고 자기의 하루 스케줄도 말해주고 만나자는 말도 하고 데이트 끝나면 버스나 택시를 타던 자기 차로 태워다 주던 항상 우리집 앞까지 바래다 줬었어요.
전 항상 중간 지점에서 헤어지자고 그랬었구요.
우리집까지 나 데려다 주고 남친이 다시 자기집까지 혼자 가게 하는게 되게 미안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래도 끝까지 괜찮다고 나 데려다주고 가고 그랬었어요.
어느날 내가 오늘 안데려다줘도 된다고 오빠 피곤하니 여기서 헤어지자 그랬더니 남친이 "어 그래 가라" 그러는데 남친이 오늘 정말 많이 피곤하긴 한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그날 바이바이 했어요.
근데 그 날 이후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친이 우리집까지 데려다준게 10번쯤 되려나 모르겠네요.
남친 자기 차도 있으면서 항상 저보고 차가지고 나오래요.
처음에는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어떻게 타냐면서 그래도 남자가 운전해야지 하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 제가 남친의 전용 운전사가 되어 버린 느낌이예요.
항상 만날 때면 제가 차를 가지고 나가요. 남친은 이상하게 대중교통을 싫어해요. 난 지하철 타자, 버스타자 그러는데..
그리고 만날 땐 제가 항상 남친집에 가서 남친을 태우고 시내로 나가거든요. 제가 일이 있어 차를 못가져 가거나 그러면 남친은 거의 택시를 타고 나와요. 제가 그러죠. 또 택시탔냐고 지하철이면 금방오는데.. 남친은 그러죠. 알았다 알았어.
남친은 제게 전화를 안해요. 제가 연락을 안하면 우리는 통화할 일이 없어요.
근무하면서 잠깐 틈날때 남친에게 전화해서 시시콜콜 수다도 떨고 하는데
사무실이 바빠 그 날 하루 제가 남친에게 전화를 못하면 우린 그 날 하루는 통화할 일이 없는거죠.
그리고 그 담날도 제가 안하면 그걸로 끝이고..
은근슬쩍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저도 끝까지 연락 안했어요.
그게 며칠동안 연락 안했는지 아세요? 18일동안이예요.
19일째 남친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여보세요"하고 받으니 잠깐만 하면서 어머님 바꿔주길래 놀랬어요.
남친이 제게 전화를 한게 아니라.. 어머님이 제가 하실 말씀이 있으셔서 하신거예요.
어머님과 통화 끝내면서 남친 바꿔달래서... 제가 먼저 얘기했죠.
다시 그렇게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제가 남친보다 돈을 조금 많이 벌어요. 제가 많이 번다고 하는 것보다 울 남친이 적게 번다고 해야 더 옳은 말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처음에 시작할 때 제가 돈을 많이 내고 그랬어요.
남친 은근히 좋아하더니만 이젠 당연히 제가 돈내는 거라 생각해요.
결혼을 한달 조금 안되게 앞둔 지금 저 아직까지 프로포즈라는걸 받은 적이 없어요. 결혼을 전제로 사귀긴 했지만 그래도 나 그거 한번 받고 싶었어요. 농담으로 그랬죠. 왜 나한테 프로포즈도 안하냐구요.
남친하는 말 "그런걸 뭘.."
사귀면서 남친에게서 받아본 선물은 내 생일때 자그마한 장미 한다발과 케익.. 그리고 돈 조금. 그게 다 였어요.
전 정말 돈을 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어요.
평소에 내가 악세사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을 했었어도 난 반지나 목걸이..뭐 그런걸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주위에 친구들도 그러고, 남친 동생도 그러고.. 왜 두사람은 커플링도 안하냐고..
전 내심 남친이 커플링 사주기를 바랬어요. 다른 연인들처럼 정말 끼고도 싶었구요. 양가 인사끝나고 날도 잡고 그랬는데도 울 남친 커플링하자고 말한번 안했어요. 물론 자기가 사올 생각은 꿈에도 못했겠지요.
저 혼자서 커플링 사러 갔었어요. 가서 먼저 돈내고 제꺼는 바로 받아오고 남친꺼는 이틀뒤에 데려가서 손가락 호수 맞쳐서 찾아왔어요.
남친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는 모습이.. 저 조금 씁쓸하고 괜히 서럽고 그랬어요.
울 남친 처음에는 몰랐는데 사귀면서 점점 느껴지는게 마마보이였어요.
서른이 넘도록 자기 옷을 한번도 사본적이 없다고 하네요.
항상 어머님이 사오시면 그냥 다 입는데요.
백화점에서 백만원짜리를 사오던, 재래시장가서 오천원짜리를 사오던 어머님이 사다 주시면 무조건 입는데요.
제가 그랬죠.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지 않느냐고..
남친 대답이 "당연히 있지. 그래도 그게 어머니(마마보이면서 호칭은 어머니더군요) 낙이다. 그냥 주시는 대로 입으면 된다"
남친 동생들은 아무도 안그런데 남친만 그래요. 어머님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하고..
제가 이런 저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되겠냐고 의논을 하면 남친은 항상 그러죠. "울 어머니한테 물어볼까?"
신혼여행 옷을 사러 나갔었어요. 어머님이 옷을 사주시겠다고 그러셔서(남친집을 나서는데 어머님께서 영수증 잘 받아오라고 하셨어요) 전 당연히 남친이 돈을 낼거라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역시나 언제나 그랬다는 것처럼 제가 지갑을 열때까지 가만히 있더군요. 옷집 아주머니에게 민망하게시리..
제 친구들에게 남친을 인사시켜 주는 날이었어요.
저랑 친구들은 1시간 정도 먼저 만나서 차마시고 있었고 남친은 1시간후에 왔는데 올때 한송이씩 이쁘게 포장된 장미를 친구수만큼 가지고 왔길래 너무 놀랬어요. 저 남자가 저런 면이... 사실 친구들 앞에서 기분이 좋았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어머님이 시켜서 사온 장미였다는걸..
남친 구두가 낡아서 새구두를 사야했어요. 어머님께서 남친이랑 저랑 둘이가서 맘에 드는걸 골라서 사오라면서 백화점 상품권을 주시면서 쪽지하나를 주시는데 그 쪽지에 뭐가 적혀있는줄 아세요?
"1층 허쉬파피 왼쪽 진열장 제일 윗칸 96,700원"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문구예요.
어머님이 먼저 가보셨는데 그게 제일 마음에 드셨다면서 그냥 내 마음이니 둘이서 보고 마음에 드는걸 골라 사라 그러시는데..
결국 둘이 가서 어머님이 고르셨던걸 바로 찾아서 들고왔어요.
어느날 남친이 그러더군요. "이제 나 태우러 우리 집에 오지마"
어머님이 제가 남친을 태우러 항상 남친집에 오는게 보기에 안좋으셨던 모양이예요. "울 어머니가 니가 시녀도 아니고 매일 태우러 오게 하냐구 그러더라. 그러니깐 이제 시내에서 바로 만나자"
전 사실 오빠 스스로의 생각으로 저를 배려해 주고 생각해 주길 바랬어요.
사실 만날때마다 남친집에 가서 남친태우고 저녁에 집에 들어갈때 다시 남친을 집까지 태워다주고 가는 일이.. 그러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제 자신이 서럽기도 하고 난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결혼준비로 가구며 가전이며 그릇이며 보러 다니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너무 허전하네요.
또 사흘째예요. 남친과 통화한지가...
지금까지 제가 무어라 주절거렸는지 앞뒤 두서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마음이 답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