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20번째울림 2018. 06. 08. 오전 <사는얘기> 새벽에 알바하다가 짬나서 옥상올라가서 담배피는데 뭔가 무서운 김에 귀신들려서 굿받은 썰이나 풀려고 한다.
내 집안은 나까지 포함해서 아들만 셋이다. 그래서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명절날이면 형 둘이 집사를 본다. (집사란, 제를 지내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말한다. 검색해보니 있는 지역이 드물다고 해서 적는다.) 형이 둘이기에 나는 한 번도 집사를 해본 적이 없었으나, 제작년에 둘째형이 고향에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여서 처음으로 집사를 해봤다.
옆에서는 수백 번을 봤지만 처음 해보기에 실수도 하고 허둥지둥대며 겨우겨우 제를 지내고 있었다. 제삿상의 술잔을 채워 친척분께 잠시 드리고 다시 받아 제삿상에 올려놓는 행위를 몇번 반복하던 와중이였다. 중간중간에 공백시간이 짧게짧게 있어 멍때리고 있는데 촛불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목격했다. 일반적으로 흔들리는 촛불의 모양이 아니라 마치 춤추는 것 마냥 좀 더 극적이고 열정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멍하니 쳐다보는데 처음에는 그려러니 했지만 생각을 해보니 제를 지내는 방은 밀폐된 공간이였고, 에어컨 또한 틀지 않아 바람이 일지 않는 방이였다. 뭔가 이상하다라는걸 깊게 생각할라는 차에 제가 끝나고, 제사상을 치우고 오신 친척분들께 저녁 대접준비하느라 바쁘면서 그 생각은 접게 되었다.
일이 터진건 친척분들과 다같이 저녁을 먹을 때였다. 평소에 술을 안 좋아하기도 하고, 잘 못마셔서 입에 안대던 난데 이상하리만큼 그 날따라 목이 타고 친척분들이 마시는 술에 눈이 돌아갔다. 아버지께서 계속 쳐다보는걸 의식하셨는지 나에게 술을 권하셨고 냉큼 한 잔 얻어마셨다. 한 잔 마시자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내 몸이 컨트롤이 안되는걸 느꼈다. 아니, 컨트롤이라기 보단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느낌이랄까. 마치 1인칭 시점으로된 3D 영화를 보는 느낌이였다. 갑자기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크게 부르곤 두 분을 야단쳤다. 왜 제삿상 위치가 잘못됐냐, 제를 지내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둥, 한참을 혼자 지껄이는데 한 마디할 때마다 가래를 그렇게 뱉었다. 난 내몸에 가래가 그렇게 많은 지도 처음 알았다. 무슨 히드라마냥 키야아아악하면서 뱉어내는데 한 두번 뱉어본 솜씨가 아니더라. 처음엔 아버지께서 어이가 없으셨는지 화를 내시다가, 내가 가래를 폭포마냥 쏟아내는걸 보시더니 대뜸 "아버지십니까?" 이러셨다. 그랬다. 그날은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 기일이셨고 할아버지께 제를 드리고 있었다. 그 날 처음 집사를 봤다가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잠깐 들어오셨다는 것이다. (살아 생전에 할아버지께선 가래통을 들고 다니실 정도로 가래를 뱉었다고 하신다.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그렇다나 머라나)
그 뒤로 거의 뭐 시트콤이였다. 아버지께서는 나(할아버지)에게 왜 우리 아들 몸에 들어와서 이러냐고, 할 말 있음 얼른 하고 나가라고 화를 내시고, 나(할아버지)는 아버지께 애비한테 못하는 말이 없다고 화를 내면서 제 3자가 보면 뭐하는 집안인가 싶은 광경이 연출됐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던 할아버지시기에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생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 조차 듣지 못했었다. 보자하니 썩 사이가 좋은 부자관계는 아니였다. 아버지께서 할아버지께 "아버지가 해준게 뭔데요"이랬는데 이 대사가 정말 낯이 익었다. 내가 아버지께 자주 했던 말이였다. 제 3자 입장으로 보면서 응 부전자전~ 이러면서 봤다 정말로.
아 쓰다보니 퇴근시간 다 됐다. 나머지는 내일 쓰던가 하겠다. 반응없으면 안쓰고
#102064번째울림 2018. 06. 10. 오전 <사는얘기> #102020번째울림 제보한 사람임. 올렸는데 꽤나 늦게 올라와서 까먹고 있다가 뒤늦게 보고 반응이 괜찮아서 마저 쓰려고한다.
아버지와 내(할아버지)가 한창 말다툼을 할 때 친척분들과 어머니, 그리고 첫째형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처음엔 장난치지 말라고 등짝을 마구 갈기셨는데 25년만에 뵌 시아버님 등짝을 후려 갈긴 격이니 그럴 법도 했다. 맞을 때마다 나(할아버지)는 아주 더 때려서 시아범 2번 죽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었다. 나중에 내(할아버지)가 진짜 나는 알지도 못하는 친척분들 이름들 줄줄이 대가며 한참을 떠들자 그때서야 어머니께서는 내 앞에 무릎 꿇으시고 죄송하다고 하셨다. 그 와중에 첫째형은 끝까지 내가 장난치고 있는거라고 욕하다가 ****란 말을 들으며 그 날 집에서 쫓겨났다. 그 후년부터는 매 제사 때마다 첫째형만 따로 술을 한잔 더 따르면서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드린다. ****ㅋ
이렇든 저렇든 다 그렇다치는데 도대체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실 (죽는다는 표현 아님) 기미를 보이지 않으셨다. 새벽 2시가 넘도록 친척분들과 우리 가족들을 앞에 앉혀두고 술과 담배를 그렇게 펴대셨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어머니와 고모께서 주변 수소문을 해 무당 한분을 급하게 모셔왔다. 그 무당은 집에 들어오곤 집안 꼴과 나를 보더니 잡귀가 붙었구나라며 호통치셨다. 그러자 어머니 "시아버님이심." 무당 "유감." 이런 식의 대화가 짧게 나오곤 무당께서는 타고 온 차에서 커다란 칼 2개와 기다란 비단 쪼가리들로 묶은 줄, 쌀이 담긴 통, 액체가 담긴 통 등등 꺼내오셨고 그자리에서 굿을 하기 시작했다.
무당은 본인 몸에 비단줄을 묶고선 칼을 들고 한참을 중얼거리며 춤을 췄다. 지루할 때 쯤이면 쌀과 이상한 액체를 나에게 뿌려댔다. 냄새가 역한게 액체의 정체는 고량주인거 같았다. 신기한 것은 굿이 행해지는 동안 나(할아버지)는 잠자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간간히 가래를 뱉어내긴 하는데 그 빈도수도 줄었다. 몇 십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무당은 본인 몸에 감았던 비단줄을 풀더니 나를 후들겨 패기 시작했다. 저번에 내가 3D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비유했는데 잘못됐다. 4D다. 아니 내가 내몸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아픈건 겁나 잘느껴졌다. 맞으면서 부모님이 무당이 아니라 사이비 깡패를 데려온거 같다란 생각했다. 성인 된 이후로 그렇게 맞아본 적은 처음이였다. 한 5분을 쉴새없이 맞다가, 정수리에 비단줄이 날아와 후려치며 나는 그대로 혼절했다.
깨어보니 아침이였다. 침대에 누워있었고 옆엔 어머니가 의자에 앉아서 내 손을 잡고 계셨다. 내가 깨어나자 어머니는 아들 맞냐며 한참을 우셨다. 난 어머니께 기억은 다 난다, 무슨 사이비를 데려와서 오밤에 아들을 그렇게 후드려 패냐 볼멘소리를 했으나 어머니께서는 용한 무당이시라며 내가 정신 차린것도 다 그분덕이라고 하셨다. 속으로 맞다가 기절한거같은데...라 생각했지만 뭐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잖은가. 여튼간에 그렇게 할아버지 귀신사건은 시퍼렇게 멍든 내 몸과 함께 마무리가 됐다. 나중에 죽어서 할아버지 만나면 따지든가 해야겠다.
그렇게 1년이 지나 작년에도 어김없이 할아버지 제삿날이 다가왔다. 급하게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와 집에 도착했는데 상에 왠 짜장면이 올라와 있었다. 알고보니 무당이 굿을 끝내고 가기전에 할아버지께서 상에 짜장면 올리라고 했다고 한다.
첫댓글 짜장면이 드시고 싶었으면 말로, 아니 꿈에서 말하세요 좀 ㅋㅋㅋㅋㅋㅋ
와 진짜면 할아버지 고약하네 손주한테 들어가서 행패부리고;;;;
완전 흥미진진..
아버지가 해준게 뭔데요 라는 말을 죽어서도 들으시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 이포인트에서 빵터짐
ㅋㅋㅋㅋㅋ
어머니 : 시아버님이심
무당 : 유감
이거 왤케 웃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은 글 전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바로 위 지니님의 말처럼 어머니 "시아버님이심." 무당 "유감." 여기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상신이 제일 해를 많이 입힌다 하던데
보통 신내림 받으라고 ㅈㄹ거리는 신들 죄다 조상신입니다. 무슨 장군이네 동자신이네 어쩌네 다 개소리구요. 욕심많은데 그거 다 못채워서 한맺혔답시고 그걸 또 후손한테 들어붙어 피빨려고 하는거죠.
맞아요 저도 그 얘기 들었어요
심지어 정성껏 병수발하고 보살피던 남편인데도
죽고나면 와이프옆에 원한으로 주변애 있는거라고 했어요
응 부전자전~ 여기 웃경 ㅋㅋㅋㅋㅋ
중국집에 전화를 하시지 그러셨어요 할아버님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