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여행갔던거 올리길래 갑자기 땡겨서.. 저도 일주일 동안 돌아다녔던 거 한 번 올려봅니다. 생각해보니 오늘로 딱 2년 되더군요. 일종의 여행기로 읽어주십쇼. ㄲㄲ
2년 전 오늘 대만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여행은 가고 싶었는데 돈없는 대학생이기도 했고, 따뜻하게 요양도 할겸 해서 조금 아랫지방인 대만으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목적으로 간것이긴 했습니다만 몇년 전 그래도 꽤 오랫동안 채류했던 만큼 어떤 동네인지 대충 알겠다 싶어서 맘편히 정한 것도 있었구요. 근데 그런거에 비해서 환전이 겁나 불편하더군요. 그때 시내에 있던 모 은행까지 갔었는데 거기서도 대만달러가 없었으니.. 결국 명동에서 환전했습니다.
갈 때는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그때 밤새고 비행기를 타서 비몽사몽했었는데, 배식 타이밍에 기내식 안받은거 보고 잠깐 졸았더니 없던 기내식이 생겼더군요. 옆에 타고계시던 착한 분이 클레임을 걸어주셨던 것 같더군요. 받은 기내식은 맛나게 먹었습니다.
두시간 쯤 날아서 타오위안 공항에 가니, 이런 돼지가 반겨주더라구요. 돼지의 해에 맞는 적절한 친구였습니다.
제 기억상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이페이 시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택시죠. 다른 하나는 한국의 공항철도와 같은 타오위안 공앙 첩운이란 친구였죠. 돈이 없었던 저는 두번째 방법으로 타이페이 시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전에 갔을 때 얘네식 버스카드-ipass라는 이름의 카드-를 만든 적은 있었는데, 이게 여기서 먹힐지 감이란게 안잡히더군요. 그래서 300원인가 주고 보라색 토큰 하나를 샀습니다. 그때 명동에서 환전할 때 대충 3:1로 받았으니까 우리 돈으로 거진 천원쯤 하는 물건이었죠. 저걸 타고 한시간 쯤 달렸나? 타이페이 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날의 이동경로>
타이페이 역 뒷편에는 이렇게 생긴 수하물 보관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 짐을 두고, 그 뒷편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첫번째 목적지인 국부기념관逸仙公園에 갔습니다.
한국 구글 상으로도 검색도 안되는 이곳은 뭐하는 곳이냐, 중화민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의 행적을 정리한 곳입니다. 실제로도 들어가면 있는 건물에는 전부 그의 사진, 필기, 흉상 등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오는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면 여기 오는 목적이 조금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왜냐면 말이죠..
내부의 정원이 워낙 이쁩니다. 솔직히 타이페이 역 주변에서 잠깐 쉬어가면서 여기 들려도 괜찮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잘 정비되어있는 정원과, 고풍스러운 일본식 건물과, 비석 하나만 보호하고자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워낙 예쁘게 세워진 정자가 잘 어우러져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라서요. 손문 선생 보러 왔다가 일종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입장료가 있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네요.
국부기념관을 찍고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들어선 골목입니다. 여진족 님이 올리신 중국의 골목길도 보면서 정말 고풍스럽고 좋았는데, 대만쪽 골목도 개인적으로 정말 맘에 들었던 공간이었습니다. 다만 그런 골목은 조금 외곽으로 가야 존재하더군요. 여긴 좀 예외적인 곳이었구요.
서울에선 거진 사라진, 육교에서 바라본 사거리인데 타이페이 101이 보여서 함 올려봤습니다. 나름 웃긴건 두 번 대만 오면서 타이페이 101을 오른적은 없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타이페이 동부에 갔던 적도 없군요.
저 길을 따라가다보면 대만의 별의별 정부청사들이 다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의 정부종합청사 격인 행정원이 있구요,
대만의 국회 격인 입법원입니다. 아니, 그럴 겁니다.. 사실 찍고나서 어딘지 찾다보니 오류가 좀 있습니다. 참고로 저기는 예전 한국 국회마냥 종종 國K-1 찍는 곳입니다. 17년에 처음 갔을때 신문-나중에야 빈과일보인 줄 알았습니다만-을 보니 입법원에서 패싸움한 것이 1면에 떡하니 올라와 있더군요. 호달달..
여기도 동남아라고 해야하나... 무튼 오도바이가 무쟈게 많습니다. 처음 갔을때 뭐이리 많냐?는 소리가 절로 나더라구요.
청조가 대만을 지배하던 시기 지었던 타이페이성 남문입니다. 나중에 북문도 가봤는데, 둘 다 한양도성의 사대문 생각하고 그만한 크기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꽤나 실망할 정도의 작습니다. 뭐 애초에 19C 유럽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서 키워지던 지역에 있는 성문과, 나름 유교적 세계관의 중추적 역할을 할 정도 나라의 도읍에 있는 성문의 크기가 같다는 것이 더 신기하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저 길을 따라서 어디로 갔느냐,
중정기념관에 갔습니다.
말도많고, 탈도많은 중정기념관이긴 한데, 보는 입장에서는 그냥 겁나 웅장합니다. 처음 보면서 이곳은 영묘 아닐까? 했었는데, 레닌 영묘마냥 사람이 누워있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거대한 동상과 기념관 정도 있는 곳입니다.
깨알같은 디테일이라면, 저 천장에는 청천백일만지홍기의 그 하얀 해가 그려져 있습니다. 근정전 위에 용가리 두 개 있는거랑 비슷한 느낌이려나요.
운좋게 거기서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이 거행되자마자 조용해지면서 셔터소리만 나오는 그 광경이란.. 오랜만에 느꼈던 그 미묘함이랄까요. 여담이지만 거기서 노병 한 분이 관광객들에게 교대식 관련 공지를 계속 하시는데, 별에별 언어로 다 하시니까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한국어도 능숙하게 하셔서 편하게 보고 왔던 기억이 듭니다.
중정기념관 위에서 본 자유광장. 좌우에 있던 건물은 우리나라의 예술의 전당 격의 건물로 기억합니다. 조그맣게 보이는 저 깃대도 높은 것으로 세계기록 한번 찍었던 그 깃대일 겁니다.
동상 밑 층에는 머머리 총통가카의 기념관이 있습니다. 장제스의 삶의 궤적을 함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가보셔도 괜찮고, 아니면 굳이?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은 싱먼리 박사가 장제스에게 1953년 수여한 건국훈장.
그 다음으로는 근처에 있던 해양박물관에 갔습니다...만 내가 배를 진짜 좋아한다! 대전기 전함들의 미니어처를 보고싶다!가 아니라면 2000원 정도가 많이 아쉬우실 겁니다. 그래도 거기서 그나마 건진 사진들이라면..
16~17세기 지도로 기억합니다. 동남아시아 군도 쪽은 의외로 맞는데 한국이 섬으로 그려져서 뭥미? 했던게 포인트고
이건 18세기 물건으로 기억합니다. 해안선이 생각보다 꽤나 정확히 그려진 것이 놀랍더군요.
대만 원주민들의 전통 고깃배입니다. 근데 이거 대만 동부 갔을때 봤던 아미족 쪽배하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싶더군요.
해양박물관에서 2000원 버리고 나와서 총통부 쪽으로 걸어가며 본 대만 외교부 건물입니다. 갔을 시점만 해도 수교국이 하나둘씩 사라지던 때였는데, 요근래 미국이랑 꽤나 가까워지면서 활기가 좀 돌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기가 총통부 건물입니다. 일본의 대만 지배 시기 지어진 총독부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죠. 우리로 치면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금까지 청와대 대신해서 쓰는 격일까요. 개인적으로는 폭파 이후에 태어난지라, 그대로 있었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싶긴 합니다.
총통부 바로 반대편 블록에는 49년 5월부터 계엄령 해제 전까지 백색테러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총통부 근처에는 228 공원이 있고, 또 총통부 건물을 바라보고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공간이 꽤나 묘했습니다. 다만, 추모비가 민진당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방치된것마냥 보이는 것은 왠지모르게 씁쓸하더군요.
다음 행선지는 228 평화공원이었습니다. 대만의 4.3항쟁에 비유할만한 2.28 사건을 겪으면서, 대만 내 독립파들은 싸그리 숙청당했고, 민초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학살당했으며, 장제스와 국민당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아까 그 탑과 같이 보면 그저 가슴이 먹먹해질 따름입니다.
당시 대만에 하나뿐이었던, 그래서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모았던 라디오 센터는 이제는 228 기념관이 되어 항쟁을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다시금 불러들입니다. 여기에 가면 실제 47년 2월 28일에 방송을 진행했던 BBC 송신기가 전시되어 있고, 이외에도 항쟁 이전 대만 내 독립론부터 항쟁 이후까지 폭넓게 사안과 관련된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여기까지 관광을 마치고, 중산에 잡았던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구글 맵에서 평점 괜찮던 집에서 먹었던 교자와 우육면. 되게 괜찮았는데, 여기가 더 기억에 남는건 나갈 때 계산을 잘못해서(...) 두 번이나 빠꾸먹고 시민한테 욕까지 먹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갔을때만 해도 대다수가 현금만 받았던 게 대만 식당이라, 처음에는 한국이랑, 그 다음엔 일본이랑 헷갈려서 잘못 냈습니다. 그쪽에서 보면 무전취식 하려고 했나? 싶었겠네요. ㄲㄲ
숙소에 가서도 실수를 한번 더 했는데, 주인장이랑 라인으로 연락하다가 어디서부터 말이 꼬였는지 10분을 다른 방에 가서 찍다가, 안되다가 하다가 겨우겨우 들어갔었습니다. 혼자 외국은 처음인지라, 힘들긴 하더군요. 다행히 이날만의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일차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내일은 또 2일차의 일정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첫댓글 대만도 가보고 싶은 곳들중 하나인데ㅠㅠ
날씨는 어땠나요? 대만 다녀온 친구들 말로는 하루하루 마시멜로 되는 느낌이었다고...
우리 영하 15도 찍을 때 거긴 영상 15도 찍었습니다. 심지어 10도 가까이 가면 춥다는 동네였으니 뭐...
갔을 때는 낮으면 11도(+비), 높으면 18~19도 정도였습니다. 옷도 그냥 가을 옷에 바람막이 하나 챙겨가도 아무 문제 없었구요. 일정을 타이페이 북부 온천지대와 동부 쇼핑몰 위주로 짰다면 휴양으로 딱이었을텐데, 사적 돌아다니면서 발로 뛰다보니까 골병만 들어서 돌아왔습니다. 감기 안든게 다행..
여담이지만 그런 날씨이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 시베리아 기단 훅 내려와서 영하권 날씨 찍었을 때 동사자가 백 단위로 나왔다더군요..
아 저도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새 글쓰기 창에서 유튜브 영상 어떻게 올리나요? 대만쪽 소프트락을 브금으로 잔잔하게 깔아보려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Neogul 그냥 동남아 날씨로군요... 가려면 겨울철에 가는 게 좋겠네요. 여름엔 드럽게 습할테니...
유튜브 동영상 URL 복사하고 붙여넣은 다음 엔터키 누르면 되더라고요.
예전에 cjs5x5 님이 같은 질문에 답변해주신 건데, 첨부하도록 할게요!
@bamdori 오오 꿀팁 감사합니다!
@bamdori 7월 한여름에 대만 갔던 사람입니다. 사람 죽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2년전 봄 대만에 처음 가봤더랬죠
근데 봄에 이미 더워서 4월에 대만인들은 한여름 복장 입고 다니더군요
확실히 아열대 기후가 한국에 비해 덥긴 합니다. 처음 갔을때는 7월쯤이었는데 그때 도시 지역에서 더위를 버티기 너무 힘들더군요..
아 대만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말투가 남녀노소 모두 상냥해서 좋았습니다. 대륙 그것도 북방에 익숙한 저에게 간질간질 거리는 중국어는 참 귀엽더라구여. ㅎㅎㅎ
좋은 동네죠. 뭔가 편안하고 포근한 그 느낌?
그나저나 중국어를 123밖에 못새는 처지라, 억양이 귀엽다는 표현은 개인적으로 신기하네요.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ㅎㅎ
@Neogul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건 지하철에서 만다린, 민남어(대만어), 객가어 방송을 다 해주는 점이었습니다. 지하철 안내방송으로도 대만의 역사가 다 보이는 거 같았어요 ㅎㅎ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몇년전 회사 일 때문에 타이페이에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무슨 박물관? 빼놓고는 볼거리 대게 없던 거로 기억. 야시장에서 대만식 우육면 먹는 것도 괜찮고 우유에 젤리? 넣어서 파는 것도 맛남. 그런데 볼거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부족한게 아닌가 싶어요.
국립고궁박물원은 진짜 볼것 많죠. 국부천대 때 거진다 끌고온 것이 문혁과 맞물려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고요.
볼거리가 없다는 말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말이긴 합니다. 청조에게 대만 섬은 한국으로 치면 강화도 정도 위상의 섬인지라, 17세기 정씨 왕조를 무너뜨린 이후 최소한의 관리만 하다가 19세기 서구랑 전쟁하면서 부랴부랴 정비(+영국 조차지)하면서 개발이 시작된 감이 없잖아 있어서요. 오래된 건물이라고 해봤자 일제 시기 지어진, 총통부 같은 건물 정도? 그런 면에서 볼거리가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Neogul 어쩌면 볼거리는 실제로는 많은데 제가 못 찾았을 수도 있겠네요 ㅎ 뭐 애당초 일 때문에 간거라서.
@Neogul 사실 대만은 갬성이죠. 대만 만의 그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ㅎㅎㅎ
저는 간지가 2년 가까이 됐는데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음식도 다 맛있고 갈곳도 진짜 곳곳에 있어서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좋더라구요ㅋㅋ
진짜 일주일 다니면서 딱 한번 제외하고 실패한 적이 없어서 더 놀랐습니다! 정말 갈때마다 포근한 동네에요. 갈 곳들은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곳들이 많긴 하지만, 여기만의 그 맛이 워낙 좋아서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