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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선물 어릴 적 우리 오 남매는 아버지 손을 잡고 완구점에 들러 장난감을 사곤 했다. 부모님은 자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가정적이고 조용한 성격인 아버지의 취미는 사진 찍기였다. 아버지 는 자신을 쏙 빼닮은 나와 내 동생 사진을 찍을 때 유독 즐거워했 다. 경치 좋은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줬다.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가서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 누워 솜사 탕을 먹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하지만 남부러울 것 없었던 우리 가족의 삶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몰렸다. 어머니가 믿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부모님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잃었고, 지병이 있던 아버지는 쓰러지 고 말았다. 그사이 집마저 넘어가면서 우리 가족은 길거리에 나앉 을 처지가 됐다. 오 남매의 버팀목이었던 부모님은 힘을 잃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 로 옮겨졌고, 어머니는 법의 처분을 받고 있었다. 이제는 자식들이 부모님의 버팀목이 돼야 했다. 큰언니는 대학 생 활을 중단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들을 부양했다. 우리는 돌아 가면서 아버지를 간병했다. 나는 매일 밤 기도했다. 아버지가 다시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들고 우리의 사진을 찍게 해 달라고.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는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졌다. 2년 정도 흐른 추운 겨울밤, 아버지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아버 지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을 제대로 돌려주지도 못한 채였다. 나는 아버지를 더 열심히 보살피지 않은 것을, 누워 있던 아버지의 손을 더 자주 잡아 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매일 밤 더 간절하게 빌었어야 했다고 자책도 많이 했다. 이미지 사진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불운과는 별개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다행 히 우리의 일상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가족과 나의 삶은 또 한 번 흔들렸 다.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가 내게 일어난 것이다. 스물다섯 살, 유아 교육과를 졸업한 후 일을 하다 중국 유학길에 오 른 때였다. 유학을 가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였지만 중국어에 욕심 이 생겨 큰 결정을 내렸다. 그곳에서 전공을 살려 한국어를 가르치고 중국어를 공부하며 1년 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살던 집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말았 다. 아주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엉덩이가 먼저 땅에 부딪히는 바람 에 척추뼈와 신경이 손상 됐다. 그렇게 하반신 마비 장애를 얻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나에게 닥친 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에게 꿈꿀 자격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괴로웠다. 사람들의 시선도 두려웠다. 하지만 어릴 때처럼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다. 방황도 그때만큼 길 지 않았다. 다시는 두 발로 걸을 수 없고, 평생 휠체어를 타고 생활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서서히 마음을 다잡았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이른 나이에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아버지 를 일찍 떠나보내며 흘렸던 눈물만큼 나는 강해져 있었다. 좌절의 시간을 이겨내며 나도 모르게 단단해진 것이다. 2009년, 마지막으로 입원한 병원이 국립재활원이었다. 당시 주치의 선생님은 내게 장애인 관련 교육 사업의 강의를 제안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강의를 시작 으로 또 다른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 온 경험들이 어느새 나를 돕고 있었다. 준비된 사람에 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예전보다 낮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큰 꿈을 꾸고 있고, 또 이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아버지가 내게 보여 준 사랑은 내 삶에 한결같은 용기를 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늘 나를 찍어 준 덕분일까. 나는 카메라 앞에서 즐겁게 일하며 꿈을 이루고 있다. 최국화 | 아나운서 뉴스 스튜디오에서 활짝 웃고 있는 최국화 앵커. |
Richard Clayderman - Souvenirs d'Enfance 사랑의 크리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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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방문글
감사합니다~
꽃처럼 웃고
새같이 노래하고
구름같이 자유로운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