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가게를 하나 더 개업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새로 만들 가게는 홀이 있고, 피자와 치킨 외에 화덕피자와 파스타도 같이 팔려고 했었지요.
필요한 건 자금이었는데 ... 돈이야 열심히 살아서 모으면 되는 거니까,
최소비용으로 창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갑자기 구조조정을 당해서 백수가 되었습니다.
완전 백수는 아니었지요 ... 출근할 직장이 사라졌지만 구리시에 있는 피자가게에서 아버지랑 계속 일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사람이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어버버해진 건 사실이었습니다.
진짜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아무 일도 안하고 모든 걸 중지하고 전기기능사 하나만 공부할까?
건축영선기사로 ...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건축학원 등록해서 제대로 목공을 배울까?
그도 아니면 인텔리어필름이라도 배워서 주특기를 하나 만들어놓아야 내가 살아남지 않을까?
사람 속이 아주 푹푹 썩어들어갔습니다.
당장 어디 비슷한 조건의 직장을 구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또 다시 이런 일을 겪어도 계획이 붕 떠버리면 안되기에 ... 안정적인 삶을 찾고자 그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결론은 결국 뭘 어쩌든 돈 벌려고 회사에 출근하는 거니,
더 이상 아무도 나를 구조조정시킬 수 없는 밥그릇을 만들어내자는 쪽으로 굳어졌습니다.
그 밥그릇의 형태는 ...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피자와 치킨을 만들어서 파는 상인이 제 직업이었기에,
영등포 마트에 입점한 피자가게 직영점을 권리금 4천만원을 주고 인수하는 형태로 물꼬를 텄습니다.
제가 모든 1천만원, 부모님이 모은 1천만원,
제 명의로 부은 적금 깨보니 2천만원,
나머지 2천만원은 월 200씩 10개월동안 무이자로 주는 조건으로 가게를 얻었습니다.
영등포에 있는 가게는 구리에 있는 가게보다 입지가 좋고 매장이 더 크기에,
월 매출도 훨씬 높은 편이고,
제가 구리에서 아르바이트 학생을 채용해서 장사를 하기로 하고,
아버지가 영등포로 가서 거기서 아르바이트 학생 채용해서 장사하기로 했습니다.
신규점포라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아버지가 저보다는 밀가루 만지는 실력이 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민히 해결되었습니다.
어차피 저와 부모님은 가족이니까, 혈연이니까 친한 걸 떠나서도,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한 배를 탄 동지적 관계라서,
서로 돌봐주고 빚도 같이 갚아야 합니다.
살기 위해서 지금도 모험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
시간적, 금전적 여유는 없습니다.
아직 구리시 피자가게 애초에 주기로 했던 권리금 2천에서 나머지 760만원도 남아있는 상태니까요.
장사를 하면서 갚아야 할 채무가 현재 2760만원이 있는 상태인데,
2013년은 열심히 일하며 빚 땡처리하는데 전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건 올해 지나고 제가 33살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수요일만 휴무라서 한 달에 두 번 쉬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 가게에서 장사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영세자영업자들 스케줄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장사가 안되고 또는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를 감안해도,
부가세 낼 게 빼놓고, 재료비 빼 놓고, 인건비 빼도,
혼자서 구리시에서 피자가게하면서 평균적으로 월 220-230은 남습니다.
이 정도 수입만 되도 어지간한 월급쟁이들 벌이가 되니까,
크게 사업하는 사람 수준은 안되더라도 자기장사하면서 먹고 살 수준은 됩니다.
저는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낙담할 것도 없고, 장미빚 미래만 보며 희희낙락할 것도 없고,
열심히 살면 당연히 좋은 일이 생길 거고,
살다보면 원치 않게 엎어지는 게 사람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자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좁혀가면 언젠가는 진짜로 그 꿈을 이루게 된다고 믿습니다.
잘 될 거고,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목사 자격증 따서 민중교회 하겠다는 꿈을 포기를 안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만들어서 가난한 학생들 밥 주고 공부시켜주고 놀게 해줄 거라는 꿈도 여전합니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지 않아서 그렇지 세월이 흐를 수록 생활인으로서도 그렇고,
제 꿈에 조금씩은 다가서고 있습니다.
첫댓글 뭔가를 이루겠다는 사람들은 대개 경제관념이 약한데 우리 승현님은 경제관념이 대단해서 믿음이 갑니다. 좋은 신랑이 될 것 같습니다. 언제나, 파이팅입니다.
감사감사요 ^^*
브라보, 바야흐로 가족기업시대 ㅋㅋㅋㅋ 승현님 능력있으시다. 일해보다도 ㅋㅋㅋㅋ 인정 ^^ ㅋㅋㅋㅋㅋ
그래도 송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건 쓰임새가 다르니 비교불가. 최간지는 최간지대로 송간지는 송간지대로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