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를 다닐 때 교통수단의 하나로 전차(電車, 노면전차)라는 것이 있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가운데에 기찻길 같은 레일이 깔리고 그 위를 버스만한 전동차가 다닌 것이다. 하늘에는 레일을 따라 전깃줄이 매달려 있었으며 전차의 지붕 위에는 그 전선에서 전기를 받을 수 있는 긴 막대기가 달려 있었다. 이 막대기 끝에는 가운데 홈이 파인 작은 도르래가 전깃줄을 스치며 돌아가고 전깃줄과 도르래가 접촉하면서 자주 번개가 번쩍번쩍 일었다. 전깃줄이 합선되면서 일어나는 스파크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그 도르래는 자주 전선을 이탈하여 전차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럴 때면 전차의 차장은 막대기에 매달린 줄을 이용하여 도르래를 다시 전선에 맞추어 놓곤 하였다. 그 불편함 때문이었는지 나중에는 도르래 대신 넓고 가는 파이프 같은 것으로 대체되었다. 차체의 아랫부분은 초록색이었고 창문이 있는 가운데부분부터 지붕까지는 은 연한 노란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진참조)
우리나라에 전차가 도입된 때는 1899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1968년 11월에 마지막 운행을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나도 초중고의 학창시절을 전차와 함께 보낸 세대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전차는 요즈음 전기자동차라는 것의 원조는 물론 전철 및 지하철의 원조가 되는 셈이다. 그 당시나 요즈음이나 전기를 동력원으로 모터를 돌려서 차량이 움직이는 건 매한가지이지만 전차는 전기를 직접 받아서 구동을 하였으니 배터리를 충전하여 달리는 전기자동차보다는 훨씬 센 동력원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에는 중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전차는 영어로 스트리트카(Streetcar)라고 배웠다. 그 때는 그 영어단어가(사실 미국어 단어였지만)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에서도 다 통하는 줄 알았다. 영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트램(Tram)이라고 말하여야 한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배우지 못하였으니 알지 못하였다.
1990년대 초 미국의 뉴올리언스라는 도시에 갈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전차가 없어진지 20여년 이상이 훌쩍 지난 후였다. 시내에 들어서자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내가 학창시절 타고 다녔던 그 모양의 전차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초록색과 빨간색의 전차가 있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처음 한 일이 전차 타는 것이었다. 추억의 실천이었으며 그리움의 실행이었다. 그리고 학교 졸업이후 한 번도 사용할 기회가 없었던, 그래서 전차라는 우리말도 Streetcar라는 영어도 잊고 있었던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 놓을 수가 있었다. 반갑게도 뉴올리언스 소개 팸플릿에서 그리고 전차 정류장에 쓰인 것을 보고 내가 그렇게 배웠다는 것이 들춰진 것이었다. 전차의 승객 좌석은 배열만 달랐을 뿐 우리의 그것과 흡사하였고 운전석의 모양도 그대로였다. 이 전차는 미국 내에서도 아직 명물로 통한다고 한다. 노선에 따라 재즈바를 순례하는 관광노선도 있는 모양이다. 재즈하면 또 뉴올리언스 아니겠나.
그 후 샌프란시스코에 갈 일이 있어 그곳의 그 유명하다는 전차를 타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곳에 내가 배운 전차, 늘 사진으로 보아왔던 그 멋진 전차는 많았지만, 정작 Streetcar라는 것은 없었다. 그곳의 전차는 케이블 카(Cable car)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당시 늘 남산의 공중 케이블에 매달려 하늘을 오가는 케이블카만 보았던 나로서는 뉴올리언스에서 통하던 말이 같은 미국의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데 좀 당황이 되었다. 그건 시스템상의 차이였다. 전차라는 건 전기를 받아 그것을 동력으로 스스로 움직이지만 이곳의 전차(우리가 그리 부르는)는 전기를 직접 수전하여 그것을 동력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자체동력 없이 바닥에 깔린 케이블이 차를 끌어당겨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공중에 매달려있지 않아도 케이블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게 Streetcar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상 이곳의 전차는 우리말도 전차가 아니고 수례라고 고쳐 말하여야겠지만 또 하나 배우고 멋진 전차도 탔으니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웃음이 나온다.
위례 신도시에 위례선이라는 트램이 26년 말 개통목표로 현재 시운전 중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그게 예전 사용하던 전차(노면전차)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버스만한 크기의 차 한 대가 다녔는데 사진을 보니 전철처럼 차량이 여러 대 달렸다. 차체의 모습도 멋있다. 유럽의 어느 고도를 달리는 트램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예전 전차처럼 길 위에 트램을 위한 전깃줄도 없고 수전하는 막대나 도르래도 없다. 그래서 하늘이 깨끗하다. 전선이 없는 대신 트램전동차 지붕에는 충전용 배터리가 달렸다고 한다. 전기자동차의 원리를 따랐다. 이 노인은 여기서 또 궁금증이 생긴다. 둘 다 전기로 달리는 교통수단으로 차량이 여러 대 달린 것은 같은데 트램(Tram)이라고 불리는 것과 지상, 지하를 넘나드는 전철(Subway)이라 불리는 전동차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역시 AI의 존재가 답을 잘 짚어낸다. 운송수단은 동일하지만 설치장소, 속도, 수송능력과 건설비, 접근성, 시내의 노면과 지하 혹은 전용선로 등등 많은 차이점을 2~3초 안에 쏟아낸다. 예전 AI가 없었을 때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던 “껄요”라는 대답은 이제 존재 가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냥 예전처럼 우리말로 전차라 부르지 않고 tram이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또 궁금하다. 시스템과 시대적 차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그 멋진 모습에는 트램이 더 어울리는 모양이다. 개통되면 즉시 타봐야겠다.
2026년 5월 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