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낯선..
조카 여뉘는 아내에겐 딸 같은 아이다.
왜냐면 그 아이 서너 살때부터 7년 여를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결혼을 한단다.
아내는 농사꾼이 양복을 입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입을 만한 양복이 없다.
몇날 며칠을 결혼식에 입고 갈 옷 때문에 고민을 하였다.
일년, 아니 몇 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한 양복인지라
새로 구입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옆 동네 친구에게 한 벌 빌려입기로 하고 옷을 한 벌 빌렸다.
친구가 준 양복을 입어보니 대강 맞는 듯 해서 가져왔지만
아내는 좀 더워 보인다며 마뜩해하지 않는다.
아내는 자기의 친구들도 결혼식에 온다며 좀 밝은 색으로 빌려오면 어떻겠냐며 말한다.
한 번 빌려온 것도 미안한데 다시..? 속이 상한다.
옷이란 그저 요식행위일뿐이라는 농사꾼의 생각과
옷이 날개라는 아내의 생각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또 몇날 며칠 말없는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아내의 처지가 되어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았다.
결국 아내는 자기의 체면이 문제인 것이었다.
사실 그랬다.
어느 해 시내 대형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아내의 옷을 보며 아차! 싶었다.
지나는 아줌마들의 한껏 맵시를 내고 있는 맨드리와
무릎이 나온 후줄끈한 츄리닝 바지에 대강 걸쳐 입은 웃도리는 너무 비교가 되었다.
영낙없는 부엌떼기 아줌마였다. 내 아낸 저런 여자가 아니었는데..
아마 아내도 같은 처지로 농사꾼을 여러 번 보았을 터이다.
23년 간을 늘 매끈한 양복에 흰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를 맨 남편의 모습을 보아왔던 터에
시골에 온 이후엔 외출할 때도 잠바나 걸쳐입고, 신은 신발이라는 게 고무신 아니면 털신이었으니
그 모습 지켜보는 아내의 속상함도 있었으리라!
결국 말없는 아내의 투쟁에 졌다.
양복을 사라고 했다. 그랬더니 구두도 샀다.
시골 오며 신던 3만원 짜리 구두..벌써 최소한 15년은 신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그 뒷축이 온전하랴!
홈쇼핑에서 산 양복을 입어 보았다.
참으로 낯설었다.
한때는 내 몸에 꼭 붙어 내 삶을 온전히 지켜보았던 옷이었는데..
옷도 입어보지 않으면 낯설어 지는가 보다.
결혼식을 마치고 여뉘집 소파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역시 낯설고 어색하다.
웃어 보란다.
그래서 어색하게 웃어본다. ㅎㅎ
** 고맙고, 반가운..
그저께 아내는 표정관리를 못하면서도 농사꾼의 눈치를 살피며 쉬이 말을 못한다.
'저어~~! 여보...여뉘가...!'
'그래 머..? 여뉘가 머..?'
'여뉘가 사고를 쳤어..!'
그러면서도 아내 얼굴엔 웃음기가 없어지지 않는다.
사고를 쳤다는데 왜 웃지..?
'여뉘가 전화를 했는데... 오늘 테레비가 도착한대..!'
예전 같았으면,
'머라꼬..? 텔비를..? 아니, 지금 우리집 텔비가 안나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우리보다 잘 사는 손봉호 교수는 아직도 흑백 텔비를 본다는데..
시집가서 돈이 얼마나 필요할 건데..?'라 소리치며
당장 돌려보내라 했을 터..
허나, 그 사람은 죽었다.
남아 있는 사람은 돈 앞에 시르죽는, 그저 목 긴 늙그수레한 농사꾼만 남아 있을 뿐..!
아직 농사꾼에게 그런 강단이 있을거라 노심초사했던 아내가 고맙다.
해서 가타부타 말도 못하고 그저 눈만 끔벅끔벅하며 묵인할 수 밖에..!
오후에 엘지전자 트럭이 집에 오르다 멈춘다.
5톤 탑차라 집에 올라와서 차를 돌리기가 어려울 듯 하니 입구에 멈춰선 것이다.
속으로, 무거운 테레비전을 저 아래에서 들고 오려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왠걸, 두 사람이 올라 오는데 한 사람이 그 큰 텔비를 덜렁덜렁 혼자서 들고 올라왔다.
설치를 다 하고 텔비를 켜는데 나오는 노래가 '아이 좋아라!'란 노래다.
츠암..! 아내는 연신 표정관리를 못한다.
저리 좋아하는 걸..!
여뉘에게 고맙다고 전하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일렀더니
폐백에서 받은 절값으로 샀단다.
즈그 이모가 텔비 좋아하는 걸 알고 전에부터 꼭 바꿔주고 싶었다라 했다.
고맙고 반가운 선물이다. 미안함에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리하여 덜렁덜렁 혼자서 들고 온 텔비를 놓고
설치기사들은 21년 된 무거운 텔비를 둘이서 낑낑대며 들고 나갔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너무 커 방을 새로 구비해얄 것 같다.
여뉘에게 슬슬 이 얘기를 꺼내 볼까..? ㅎㅎ
희붐하던 글자가 어쩜 이렇게 선명할까..?▼
첫댓글 형.. 옷테 보니 다시 도회지물 먹어야겠심더! ^^
아무리 좋은 TV에도 보기 싫은 영상은 나오지예?
그것도 선명하게.. ㅎㅎ
ㅎㅎ 그리 보아주니 고마버요..!
하긴 뵈기 싫은 넘은 좀 희붐하게 보이게 하는 그런 텔비는 없는강..? ㅎㅎ
연희가 참 속이 깊은아이네요 ㅎㅎ 이제 어른이네요.
워낙 이모부 승질이 더러부니..ㅋㅋ
저도 9월에 딸아이 결혼식날 입을 옷 문제로 고민입니다
양복 넥타이 정말 싫거든요
깨끗한 개량 한복 입을까 생각합니다
예 저도 넥타이 벗어 던지며 참으로 해방감을 느낀 때가 있었지요.
해서 더 이상 넥타이는 매기 싫었고요..!
근데 어쩝니까..? 나 혼자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제법무아가 그런 의미잖아요..!
긍께, 고마 부인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ㅎㅎ
아~ 그새 날짜가 지나갔고 왔다 가셨구나! 내가 내 정신이 아니다보니...
익었던 것이 어색해진 모습의 견본을 보여주시는 구만.. 여튼 세 사람 다 이뿌네!
양복 많은 나도 한여름에 한 딸 결혼식에 겨울양복 입고 남몰래 땀 삘삘 흘렸는데...
공부 마이 하나..? ㅋㅋ
사진 보내 드리고, 혹시나 싶어 카페에 들어왔는데.... 역시나 글이 올라와 있었네요 ㅎㅎㅎ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크게 부풀려서 효녀를 만들어 주셔서 부끄럽네유. 말로만 전해들어서 티비가 잘 나오는지, 마음에 드셨었는지 궁금했는데 좋아하셨다니 천만 다행! 이쁘게 봐주셔요 ♡♥
p.s (이모 말씀을 들어주신 덕분에 그 날 이모부 오래간만에 참 멋있으셨답니다. 이모의 선택 성공!)
ㅎㅎ 긍께 그 동안에는 문뒹이 같았다 그말이제..?
알따..! 그래 잘 살아라..!
출세 ?
하시었소.
출생이 아니고요..? ㅎㅎ
맘씨 고운 이쁜 연희씨!행복하게 잘 사시길....화면이 쨍하네요.ㅎㅎ
오랜만입니다.
꽃 피는 봄날, 꽃 같이 잘 보내고 계시지요..?